[여자월드컵] 전가을의 '물집 잡힌 발', 그들은 지금 이렇게 뛴다

캐나다 여자월드컵에 출전하고 있는 전가을의 발.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03년 미국 대회 이후 12년 만에 출전한 두 번째 월드컵에서 첫 승과 16강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을 향한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덕분에 소외된 종목에 가깝던 여자축구가 전례 없던 조명을 받고 있다.

자연스레 선수들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졌다. 기분 좋고 반가운 일이다. “아무도 없는 경기장에서 뛰는 것이 얼마나 서러운 것인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던 선수들의 표정은 보는 이들까지 흐뭇하게 할 정도로 밝아졌다.

어느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들도 적잖다. 몇몇 선수들은 ‘축구여신’, ‘얼짱’이라는 이야기도 듣고 있다. 외모와 결부된 스포트라이트다. 이 자체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 외모는 중요한 경쟁력이다. 축구 실력이 좋다는 전제 하에, 잘 생긴 축구선수의 상품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안정환이 그랬고 이동국이 그렇다.

하지만 외모 때문에 진짜 아름다운 모습들이 가려지는 것은 아쉽다. 그들의 ‘예쁨’ 뒤에는 더 큰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그들만이 알고 있는 간절한 노력이다.

위 사진은 코스타리카와의 조별예선 2차전에서 멋진 헤딩 골을 넣은 것을 비롯해 윤덕여호의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전가을의 발이다. 물집이 잡혔다 터졌다를 반복해 생긴 굳은 살 위로 또 물집이 잡히고 있다. 평범한 또래 여성들은 예쁜 발을 가꾸고 있을 시간에 전가을을 비롯한 윤덕여호 선수들은 물집과 싸우고 있다.

전가을은 “아무래도 이번 대회가 인조잔디 구장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에 적응하기가 더 어렵다”면서 “발과 발목에 무리가 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 악물고 뛰었다. 운도 따랐지만, 발이 터지도록 뛰고 또 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16강이다.

전가을은 “스페인전에서 동점골이 들어갔을 때부터 눈물이 터져 나왔다”고 고백했다. 당시 한국은 전반전을 0-1로 마쳤다. 최악의 경기력과 함께 16강은 물거품 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함께 전혀 다른 팀이 됐고, 8분에 터진 조소현의 동점골은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전가을은 “동점 이후 모든 선수들의 감정이 북받쳤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 듬었고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면서 “경기가 끝난 뒤에는 정말 펑펑 울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간절하게 기다린 무대라는 것을 서로 공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동점이 됐을 때 똑같이 벅찬 감정이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감상에 휩싸이면 안 된다는 것까지도 통했기 때문에 다시 차갑게 변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지난 5월18일 출정식 때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펑펑 울었다. 눈물샘을 자극한 장본인이 바로 전가을인데 “대한민국에서 여자축구 선수로 산다는 것이 상당히 외로웠다”는 말로 여럿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어 “지금의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 돌아올 때는 웃으면서 오겠다”는 각오를 남겼다. 그 다짐은 이미 성공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전가을은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충분히 장하다고 칭찬해주신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고 말한 뒤 “물론 프랑스는 강하다. 그러나 그냥 물러날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강한 의지를 전했다. 덧붙여 “가능한 늦게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당찬 각오를 전했다.

얼굴보다 아름다운 발을 가진 윤덕여호의 새로운 도전이 될 16강전은 22일 오전(한국시간) 5시에 시작된다. 자신만만한 프랑스 그리고 당연하게 프랑스의 우세를 점치는 이들에게 축구는 '둥근 공'을 가지고 하는 스포츠라는 것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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