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가을 “내가, 우리가 꼭 해내야 한다” 下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전가을은 오로지 축구만 생각하며 산다고 했다. 취미도 축구와 관련돼 있다. 스물일곱 한창 때 아가씨인데 그의 방에는 축구게임을 즐길 수 있는 최신 장비들이 갖춰져 있다. 아이돌 그룹이나 배우들을 말하기보다는 “메시보다는 호날두의 플레이를 좋아한다”던 전가을은 축구와 사랑에 푹 빠진 사람이다.

앞으로도 축구와 함께 하는 인생은 이어질 전망이다. 그 삶을 위해, 전가을은 한창 전성기를 누리는 지금부터 미리 내일을 그리고 있었다. 선수로서의 내일 그리고 선수 이후의 내일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었다.

웃고 있을 때는 축구선수라고 짐작키 힘든 외모다. 하지만 축구 이야기만 나오면 돌변한다. 전가을은 야무진 미래를 위해 현재를 뜨겁게 살고 있다. ⓒ 스포츠공감 제공

오늘을 뜨겁게 살며 내일을 차갑게 준비하다

전가을은 올 시즌 WK리그 우승을 차지한 현대제철 소속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학생이기도 하다. 올해부터 명지대학교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훗날의 꿈인 ‘교사’를 위한 준비작업이다. 축구 감독이나 코치가 아닌,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꿈이다. 고단하고 지쳐도 내일을 생각하면 즐겁다고 한다.

여자 축구선수가 운동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경우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전가을 역시 “대학원 다니는 것은 아마 가장 먼저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훈련이 끝난 뒤 야간 수업을 받아야하기에 쉽지는 않다. 감독님께 양해도 구해야하고 졸음과도 씨름해야한다. 하지만 정말 재밌다. 동료들에게도 함께 하자고 전파하고 다닌다”면서 싱글벙글이다.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떠나 일단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전가을은 항상 ‘배움’에 대한 필요성과 갈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어려서 좋은 운동선수로 지낸 다음에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면서 내가 체득한 모든 것들을 전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말로 준비된 코스였음을 전했다.

일주일에 한 번 받는 수업이지만 보통 힘든 스케줄이 아니다. 그는 “사실 시작을 해놓고 너무 힘들어서 가지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힘든 것보다 좋은 게 더 많다. 모르고 있던 새로운 것을 알게 되니까 신난다. 배우는 것에 욕심이 많다”며 또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전가을이 지금 배우려고 하는 것은, 나중에 가르쳐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축구 지도자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예전부터 대학 강사나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만약 감독을 하게 된다면 학원 축구보다는 성적에서 자유로운 클럽을 맡고 싶다”면서 “정말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축구만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다. 억압하고 강제적인 것은 싫다. 축구를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왜 그가 ‘감독’이 아닌 ‘선생님’을 꿈꾸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훗날의 차가운 꿈을 위해 전가을은 지금을 더 뜨겁게 살고자 한다. 더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축구선수 전가을의 목표 역시 높고 크다. 잠시잠깐 나태했던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면 또 게으를 수가 없다.

“20대 초반이던 2010년에 수원FMC 소속으로 WK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개인적으로 MVP에도 올랐다. 그해 열린 피스퀸컵에서도 MVP를 차지했다. 그때는 솔직히 내가 최고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너무 쉽게 얻은 달콤함은 금방 사라져버렸다”면서 “너무 자신감만 강해 게을렀다. 워낙 잘됐기 때문에 운동을 안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선수들보다 뚝 떨어져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이렇게 반성하고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다는 것 역시 건강한 멘탈을 가진 덕분이다. 전가을은 “나는 대표팀에 당연히 차출된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그렇게 몇 년간 알맹이 없는 시간을 보냈다. 이제부터 다시 채워야한다. 이전의 영광은 그전 노력에 대한 보상일 뿐이었는데 내가 교만했다”면서 “모든 것을 비우고 나니 다시 축구가 재밌다. 지금은 연예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며 또 천진난만하게 웃음을 보였다.

인터뷰 막바지 전가을에게 ‘교사’ 이전 선수로서의 목표를 물었다. 두 가지 대답이 나왔다. 하나는 자신을 위한 것이고 다른 것은 대한민국 여자축구를 위한 것이었다. 모두 원대한 포부였다. 이루기 쉽지 않을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가을이 품고 있는 그 ‘알’이 더 기특하고 대견하다. 싹이 없이는 꽃도 열매도 없다. 언젠가 대한민국 여자축구도 속이 꽉 찬 ‘가을 열매’를 수확할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전가을이 지금 행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분명 거름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목표는 유럽에 진출하는 것이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인정을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발롱도르도 타고 싶다. 모두들 꿈이라 말하지만, 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우승도 목표다. 일본도 했는데 우리라고 왜 못하겠는가. 자신감도 있다. 우리 시대 때에 무언가를 이뤄야한다. 우리가 잘하면 더 많은 대학 팀이 생기고 실업 팀도 생기고 해외에 진출하는 후배들도 생길 것이다. 우리가 시작이라 생각하고 더 잘 했으면 좋겠다. 누가 대신해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우리가 해야 한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