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플레이어’로 변신하는 두리둥실 '두리형'
- 임성일 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대표팀 내 나이 서열 2위 차두리는, 사실 훈련하는 모습만 지켜본다면 맏형이라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는다.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서슴없이 장난을 치는 쾌활함부터 막내의 전유물 같은 큰 함성을 동반한 훈련 태도는 1980년생인지 1990년생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차두리의 노력 덕분에 대표팀의 분위기는 늘 화기애애하다. 언제 어디서든 거리낌이 없는 손흥민조차 손사래를 치게 만드는 분위기메이커다. 하지만 이유 없는 두리둥실은 전혀 아니다. 차두리 덕분에 아직 대표팀 환경이 낯설기 만한 이들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지난 9월 소집 때도 그랬다. 차두리는 한교원(전북)이나 김주영(서울) 등 기존의 대표팀 멤버들과는 아직 어색할 수 있는 K리그 후배들을 유독 살뜰하게 챙겼다. 형님 차두리의 넉넉한 배려 덕분에 후배들의 적응기는 보다 줄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차두리의 더 큰 매력은, 훈련을 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하다는 것이다.
연습이 시작되면 차두리의 자세는 차가워진다.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은 기본이다. 짬이 나면 후배들과 수시로 대화하면서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동시에 호흡을 맞추고자 솔선수범이다. 왜 팀 내에 ‘고참’과 ‘리더’가 있어야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좋은 예’다. 하지만 차두리가 더더욱 빛나는 시간은 훈련 때도 아니다. 플레이어로 변신하는 실전에서가 진짜다.
34개월 만의 대표팀 복귀였던 지난 9월, 차두리는 “내가 있어도 되는 곳인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는 말로 겸손하게 자세를 낮춘 뒤 “한국 축구의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좋은 경기를 펼쳐야한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후배들의 눈만 봐도 컨디션이 어떤지 알 수 있다. 다소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팀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고참’ 이전에 자신도 ‘선수’임을 결코 잊지 않았다. 그는 “내가 생각할 때 고참은 경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팀에 짐이 된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면서 “경기장 안에서 내가 가진 경기력을 100% 발휘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 다음에 고참으로서의 다른 몫을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뚜껑을 열자, 차두리는 대표팀의 ‘짐’이 아닌 ‘선물’이었다. 지난 9월 A매치 2연전에서 누구보다 호평을 받은 인물이 차두리다.
덕분에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새로운 대표팀에 또 승선했다. 하지만 차두리의 자세는 여전히 낮다. 그는 지난 7일 파주 NFC 입소 때 “결국 중요한 것은 경기력이다. 베테랑이 베테랑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능력이 뒷받침되어야한다”면서 ‘경기력이 떨어지면 짐’이라던 자신의 주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책임감이자 사명감이다.
지난 며칠 간 훈련을 통해 차두리는 고참으로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충분히 했다. 두리둥실 밝은 달처럼 따뜻했던 차두리 덕분에 후배들은 편안한 마음에서 전의를 다질 수 있었다. 훈련은 끝났다. 이제 다시 실전을 위한 ‘플레이어’로 돌아가는 차두리다. 기대감은 곱절로 커지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베테랑의 몫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다. 서른 살 이후의 고참 선수들이 팀에 해줘야할 역할이 크다는 지론이다. 이동국, 곽태휘와 함께 차두리에게 시선이 향하는 이유다. 지휘봉을 잡은 뒤 가장 먼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수비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첫 소집이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10일 파라과이전의 목표를 ‘무실점 승리’로 잡고 있다. 모든 선수들의 노력이 필요하나 일단 수비수들에게 큰 임무가 주어진 셈이다. 역시 차두리가 해야할 일이 많은 범주다. 평소 베테랑으로서의 훈훈한 장점이 더 빛날 수 있도록, 선수 차두리의 차가운 플레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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