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 공백으로 입증된 박은선-지소연의 위력
지소연 떠난 ‘윤덕여호’ 아시안컵 4강서 호주에 1-2 패
- 임성일 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사상 첫 여자 아시안컵 정상 꿈꾸던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역시 지소연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이 한국시간으로 22일 밤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열린 호주와의 AFC 여자 아시안컵 4강전에서 1-2로 패했다. 후반 1분 만에 실수로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7분 김나래가 얻어낸 PK를 박은선이 성공시키면서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후반 32분 결승골을 허용하면서 1-2로 아쉽게 패했다.
아무래도 지소연의 공백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경기다. 조별리그 내내 박은선과 함께 윤덕여호의 공격을 이끌었던 지소연은 중국과의 3차전 이후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이번 대회는 선수 차출에 대한 의무가 없고, 대한축구협회와 첼시 레이디스는 사전 조율을 통해 조별예선까지만 지소연의 참가를 약속했다.
지소연이 빠지자 확실히 박은선의 위력도 반감됐다. 윤덕여 감독은 전체적으로 수비를 두텁게 한 뒤 역습을 노리는 전술을 준비했다. 역습의 핵은 역시 박은선이었고 충분히 몫을 해줬다. 이전까지 만난 미얀마나 태국과는 신체 조건과 능력이 모두 다른 호주 수비진을 상대로도 당당했다.
박은선 자체의 싸움은 크게 밀리지 않았다. 다만 외로웠다. 고립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면서 효과적인 공략에 실패했다. 앞선 3경기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박은선-지소연 조합은 미얀마와의 1차전을 시작으로 태국, 중국으로 이어진 예선 3경기에서 모두 투톱으로 윤덕여호의 공격을 이끌었다. 대표팀에서의 첫 호흡임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박은선의 힘과 높이, 지소연의 저돌적인 돌파와 기술이 합쳐진 ‘빅 앤드 스몰’ 조합을 막는 것은 상대에게 쉽지 않은 과제였다.
박은선은 키만 믿고 포스트 플레이를 고집하지 않았다. 수비를 달고 좌우 측면으로 폭 넓게 움직이면서 동료들에게 찬스를 내주는 역할도 능했다. 유럽 무대 적응을 위해 체중을 불린 지소연의 박스 안 움직임도 좋았다. 신장은 작으나 높은 점프력으로 헤딩 경합에도 능했다. 탁월한 축구 센스를 통한 위치 선정도 일품이었다. 박은선-지소연 콤비는 하나만 생각하고 막기는 힘든 조합이었다. 그런데 한 축이 빠지자 힘도 반쪽이 됐다.
지소연이 잉글랜드로 돌아가면서 ‘박은선만 막으면 된다’는 명확한 문제가 제시됐고 호주 선수들은 잘 풀었다. 박은선 혼자서는 한계가 있었다. 아쉽지만 그 속에서 위로도 얻을 수 있다.
지소연이 없으니 둘이 함께였을 때의 힘이 더 도드라졌다. 대회전부터 ‘꿈의 조합’이라 불리던 박은선-지소연의 위력이 호주전 석패로 재입증된 셈이다. 한국 여자대표팀이 지닌 무기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상황이다. 결승 진출은 좌절됐으나 대한민국은 대회 5위까지 주어지는 2015년 FIFA 여자 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했다. 지난 2003년 미국 대회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복귀하는 한국 여자축구다. 당시 한국은 3전 전패로 대회를 마감하며 세계와의 수준 차를 느껴야했다. 하지만 2015년에는 다를 수 있다. 열쇠는 역시 박은선-지소연 조합이 쥐고 있다.
보완할 점도 보았으나 가능성을 더 많이 보았다. 캐나다 여자 월드컵은 2015년 6월6일부터 7월7일까지 펼쳐진다. 앞으로 1년,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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