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서 더 침착한 이강인…'카타르 막내'서 팀 중심 우뚝[월드컵]

체코전 '완벽한 경기 지배'로 2-1 역전승 견인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오현규가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고 이강인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2026.6.12 ⓒ 뉴스1 임세영 기자

(과달라하라=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4년 전 카타르 월드컵 때 팀의 막내이자 백업 멤버였던 이강인은, 당시 대회를 마치며 "형들과 좋은 추억을 쌓았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겸손하게 말한 뒤 "앞으로 '매주' 발전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나 자신의 두 번째 월드컵 무대에 선 이강인은 다짐처럼 크게 발전해 있었다. 이강인은 어느덧 세계적인 레벨로 성장했고, '황금 왼발'을 앞세운 홍명보호는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부터 승전고를 울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한국시간 12일 오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시에 위치한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와 조별리그 1차전을 2-1로 이겼다. 경기를 내내 잘 풀다가 후반 14분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22분 황인범의 동점골, 35분 오현규의 역전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오른쪽 날개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킥오프와 함께 주도적으로 움직이며 공격을 이끌었다. 동작에 요란함이 없었음에도 빛 났다.

전반 6분 오른쪽 후방에서 대각선으로 장거리 패스를 뿌려 감을 조율한 이강인은 2분 뒤 오른쪽 측면에서 중원으로 공을 치고 들어가다 파울을 유도해 첫 프리킥 찬스를 만들었다. 전반 11분 이강인이 절묘하게 박스 안으로 투입한 볼이 이재성의 터치에 이어 손흥민 슈팅으로 이어지던 장면에서 이날의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묵직한 슈팅도 날렸다. 전반 13분 김민재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은 먼 거리에서 그대로 왼발로 때려 팀의 첫 유효 슈팅을 작성했다. 그리고 2분 뒤, 상대 코너킥을 끊어낸 뒤 후방에서 '오른발'로 손흥민을 겨냥한 장거리 패스는 소위 클래스가 달랐다.

출발할 때 자리는 오른쪽이었으나 사실상 정해진 위치가 없었다. 중앙부터 왼쪽 측면까지 이강인은 마음껏 움직이면서 그야말로 '프리롤'처럼 움직였다. 이강인 덕분에 한국은 전반 이렇다 할 위기 없이 경기를 지배했다.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이강인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2026.6.12 ⓒ 뉴스1 박지혜 기자

이강인의 가치는, 후반 어이없는 실점 후 더욱 빛났다.

경기를 잘 풀어가던 대표팀은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일격을 당했다. 후반 14분 오른쪽 측면에서 체코가 시도한 롱 스로인이 박스 안으로 투입됐고 크라이치가 쇄도하면서 헤더 슈팅, 한국 골문이 열렸다. 경기 시작 후 이렇다 할 위기가 없었는데 한 번에 치명타를 맞았다.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은 상황, 이강인의 차가운 움직임이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선수들의 움직임과 분위기가 전과 다르게 굳어가던 상황, 보다 적극적으로 공을 컨트롤 하던 이강인은 후반 22분 박스 안으로 절묘한 패스를 보냈고 이를 황인범이 마무리하며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빠르게 만회하지 않았다면 더 어려워졌을 상황이라 보다 값진 장면이다.

그렇게 분위기를 바꾼 대표팀은 후반 35분 황인범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교체투입된 공격수 오현규가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슈팅,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월드컵 1차전이라는 엄청난 중압감을 딛고 거둔 값진 역전승이었다.

이날 이강인은 경기 내내 필요한 곳에 항상 있었고, 대표팀은 부드럽고도 강한 그의 움직임과 공 배급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자신이 빛나기 보단 팀을 위한 플레이에 집중했던 이강인이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사전캠프에서 만난 이강인은 "어려서부터 공격 포인트에 대한 욕심은 없다. 솔직히 내 자신에게 아쉬운 점이기도 한데, 개인적인 욕심이 없다"면서 "이제 와서 바뀌려 노력한다고 될 것이 아니다. 팀에 최대한 도움이 돼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는데, 체코전 움직임이 꼭 그랬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대회 팀을 이끌 기둥으로 이강인을 지목했는데 첫 경기부터 진가를 발휘했다. 에이스의 향기가 점점 진해지고 있다. 훗날 북중미 월드컵은 '이강인 시대'를 확실히 알린 대회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