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2008년 챔스 결승 제외 가장 슬퍼…에브라는 인생친구"

"우승 했지만 솔직히 기뻐할 수 없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함께 뛰었던 파트리스 에브라(왼쪽부터), 카를로스 테베스, 박지성의 모습. ⓒ AFP=News1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39)이 '절친' 파트리스 에브라(39·프랑스)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최고의 동료를 넘어 인생 최고의 친구"라고 칭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행복한 시절을 보냈던 박지성은 가장 슬펐던 순간으로는 2008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엔트리에서 빠진 장면을 꼽았다.

박지성은 16일(한국시간) 맨유 홈페이지에 게재된 '박지성이 직접 전하는 친구 이야기'를 통해 에브라, 카를로스 테베스(36·아르헨티나)와의 우정 등을 전했다.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서 뛰었던 박지성은 2005년 맨유 유니폼을 입었지만 영어 구사에 어려움을 겪으며 빠르게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

박지성은 "네덜란드를 떠나 영국에 오면서 느낀 큰 차이 중 하나가 언어"였다며 "다행히도 네덜란드 출신 루드 판 니스텔루이와 에드윈 판 데 사르가 큰 도움을 줬다"고 돌아봤다.

박지성은 2006년 에브라의 합류 이후 수월하게 팀에 적응할 수 있었다. 박지성은 "입단 6개월 뒤 에브라가 왔는데 처음에는 친하지 않았다. 어떻게 친해졌는지 모르겠지만 같은 지역으로 이사를 해서 비디오 게임을 하는 등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둘 모두 영어를 능통하게 구사하지 못했지만 '축구'를 매개체로 친분을 쌓았다.

더 나아가 2007년 테베스가 맨유에 온 뒤 셋은 함께 지내며 우정을 쌓았다.

박지성은 "모스크바에서 펼쳐진 첼시와의 결승전(승부차기 끝에 승리) 스쿼드에 내가 포함되지 않았고, 아마도 가장 슬픈 순간 중 하나였을 것"이라면서 "당시 에브라와 테베스가 슬픔에 빠져 있던 내게 다가와 안아줬고, 편안하게 대해줬다"고 돌아봤다.

박지성은 "(엔트리 제외는) 실망스러웠지만 팀 승리를 위해 기도했고, 둘이 보여준 행동에서 깊은 감사함을 느꼈다. 결국 우리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박지성은 8강전과 4강전 등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첼시와의 결승전에서는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맨유의 우승을 정장을 입고 지켜봐야 했다.

2014년 박지성-김민지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에브라(오른쪽 아래)가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KAMA 스튜디오 제공)ⓒ News1

박지성은 당시 우승 파티를 떠올리며 솔직한 심정을 나타냈다. 그는 "절반은 즐기고 절반은 즐기지 않았다"며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머리로는 챔피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 속 기분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당시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쏟아냈다.

그는 "팀이 엄청난 성과를 이루는 데 공헌할 수 있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모스크바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선택한 스쿼드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스스로 더욱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해에 챔스 결승에 다시 올랐고, 비록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선발로 출전했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테베스는 맨시티로 떠났고, 박지성도 결국 2012년 퀸즈파크 레인저스(QPR)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박지성은 "7년 이라는 긴 시간을 한 팀에서 보냈고, 떠나야 할 시간이 왔는데 에브라에게 이야기를 하기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박지성이 맨유를 떠난 뒤에도 에브라와의 우정은 계속됐다. 2014년 한국에서 열린 박지성의 결혼식에도 에브라는 기꺼이 찾아와 친구를 축하해줬다.

박지성은 "요즘에도 런던 혹은 다른 곳에서 에브라를 만나 점심이나 저녁을 함께 한다"며 "그를 만난 것은 인생에서 가장 복 받은 일 중 하나다. 그는 최고의 동료를 넘어 인생 최고의 친구"라고 말했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