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문의 인생역전, 입단 10년차에 잠재력 터뜨리고 MLB 진출까지
2023년까지 두각 못 내다 '벌크업' 후 2024년부터 활약
SD와 계약 임박…'전 동료' 김하성·이정후·김혜성과 같은 길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지금부터 2년 전 송성문(29)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아마 송성문 본인조차도 쉽게 생각하지 못했을 일이, 현실로 이뤄졌다. 그야말로 '인생 역전'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0일(한국시간) "송성문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입단에 합의했다"며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 프랜시스 로메로 기자는 자신의 SNS에 "송성문이 샌디에이고와 3년 1300만 달러(약 192억 원)에 합의했다"며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적기도 했다.
송성문은 지난 19일 오후 미국으로 출국했다는 점까지 비춰보면, 송성문의 메이저리그 계약이 임박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한국시간 22일 오전 7시 이전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성문은 말 그대로 '늦깎이', '대기만성'의 전형이다. 그는 2015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했다. 2차 5라운드 49순위라는 숫자에서 보여주듯 기대를 한 몸에 받는 '특급 유망주'는 아니었다.
그래도 차츰 1군 무대에 안착하고 '주전급' 선수로 올라섰지만 '리그 최고'를 논하기엔 격차가 컸다. 삼진과 볼넷이 모두 적은 '배드볼히터'에, 콘택트와 장타력 모두 썩 좋지 않았다.
2024년 이전 송성문이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한 건 2023년 104경기에서 0.263를 기록한 것이었다. 홈런은 2022년 13홈런이 유일한 두 자릿수 홈런이었고, 도루는 한 시즌 3도루 이상을 기록한 적도 없었다.
서른 살에 가까워지는 타자이기에, '스텝업'을 이룬다 해도 한계가 있어 보였다. 하위 타순에 배치되는 '멀티 내야수', 그게 송성문의 역할일 것 같았다.
그러나 2024시즌부터 대반전이 일어났다. 결혼과 함께 마음을 독하게 먹은 송성문은 비시즌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벌크업'하며 파워를 키웠다. "이제는 가능성보다는 기량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이를 악물었다.
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4시즌 0.340의 타율과 19홈런 21도루 10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7 등을 기록하며 단숨에 리그 최고 타자의 반열에 올라섰고, 주루 능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 시즌 '반짝'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2025시즌에도 활약을 이어가며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는 올해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0.315의 타율과 26홈런 25도루 90타점 OPS 0.917 등으로 활약했다. 3루수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소속팀 키움도 송성문의 가치를 인정했다. 시즌 중 6년 120억 원의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한 것. 연평균 20억 원에 달하는 '잭폿' 계약이었다.
그러나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계약에 근접한 수준까지 이른 것이다. 알려진 대로 3년에 1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끌어낸다면, 키움과 맺은 계약이 백지화되는 대신 앞선 계약의 두 배 가까운 돈을 절반만 뛰고 벌 수 있다.
역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선수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송성문 같은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대기만성'에 가까운 박병호도 이적 후 20대 중반에 꽃을 피우며 리그를 평정했고, 그 기간이 4시즌에 달했다.
송성문은 20대 후반에 접어든 입단 10년 차에 잠재력을 폭발시킨 뒤, 단 2시즌의 활약으로 눈도장을 찍고 빅리그 진출을 일궈냈다.
드라마와도 같은 '인생 역전'을 일군 송성문은, 당장 다음 시즌부터 절친한 선후배인 김하성(30·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26·LA 다저스)과 같은 길을 걷는다. 키움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송성문은 이들에 대해 '나와는 급이 다른 선수'라며 몸을 낮췄지만, 이제는 당당히 같은 무대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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