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서 음주 라방까지' 믿기지 않는 우승 신지은의 '인생 역전'

LPGA 스코티시 오픈 우승 감격…코로나가 인생 전환점
"버티자, 무너지지 말자고 계속 되뇌어"

신지은이 26일(현지시간) LPGA투어 스코티시 여자 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 홈페이지 캡처)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신지은(34)에게 2022년 전 세계를 뒤흔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자신의 인생을 바꾼 '사건'과도 같았다. 투어가 멈춰서면서 '골프선수'로서 강제 휴식기를 보내게 됐기 때문이다.

당시 긴 우승 가뭄 속에 목표와 동기부여를 잃었던 신지은은, 코로나를 계기로 코로나를 계기로 자신이 사랑하는 골프에 다시 몰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신지은은 "인스타그램에서 술 취한 라이브 방송도 했고, 아무 것도 안 하기도 하며 내가 누구인지를 돌아봤다"면서 "6개월 동안 실업자처럼 지내면서 골프를 하지 않는 삶이 어떤지 느꼈다. 돌이켜보면 전혀 후회하지 않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꿨다. 내가 사랑하는 골프에 대한 불꽃을 다시 찾았고, 다시 우승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면서 "그리고 지금 그 목표를 다시 이룰 수 있어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신지은은 26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 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ISPS 한다 스코티시 여자 오픈(총상금 2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3오버파를 추가,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2위 김아림(7언더파 281타)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2011년 LPGA투어에 데뷔한 후 2016년 5월 텍사스 슛아웃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던 신지은은, 꼬박 10년 2개월의 기다림 끝에 개인 통산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LPGA투어에서 '우승 공백' 10년을 깨고 다시 우승한 30년 만의 사례다. 신지은 이전 사례는 미키 퍼곤(미국)으로, 그는 1984년 4월 S&H 골프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12년 3개월이 지난 1996년 7월 미켈롭 라이트 하트랜드 클래식에서 다시 우승한 바 있다.

신지은이 26일(현지시간) LPGA투어 스코티시 여자 오픈에서 우승한 뒤 동료들에게 물세례를 받고 있다.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 홈페이지 캡처)

신지은은 "올해가 LPGA투어 16년째 인데, 8년 차부터 12년 차까지 정말 힘들었다"면서 "목표도 잃었고 동기부여도 사라졌는데, 코로나19를 통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 우승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이어 "우승 직후 머릿속이 정말 빠르게 돌아갔다"면서 "내 주변 사람들이 오랫동안 나를 믿어주고 기다려준 게 떠올랐다. 스스로를 믿지 못했던 나를 끝까지 믿어준 사람들이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3라운드까지 5타를 앞선 신지은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7번홀(파3)부터 3개 홀 연속 보기를 범하며 파자리 아난나루깐(태국)에게 한때 2타 차까지 추격당하기도 했다.

그는 "세 번째 보기를 했을 때는 정말 상황이 암울했고, 이어진 9번홀(파4)에서 공이 그린을 벗어났을 땐 그 자리에서 울 것 같았다"면서 "그래도 버티자. 무너지지 말자. 망치지 말자고 되뇌었고, 그 홀에서 7피트(약 2.1m)짜리 파퍼트를 넣어 정말 다행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어진 10번홀(파4)에서 바로 버디를 잡으면서 마음이 편해졌고, 그때부터는 어떤 상황에도 맞설 준비가 된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신지은(34).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 홈페이지 캡처)

함께 한 캐디 셰인 코드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신지은은 "셰인은 내가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게 정말 잘 도와준다. 복잡한 머리를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을 안다"면서 "오늘도 그가 '나만 보고, 이번 주 내내 해왔던 걸 믿고 하라'고 힘을 실었다. 그 덕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결실을 본 신지은은 "우승이 없어 힘들었던 당시의 나에게 돌아간다면 '계속 힘들어해도 된다. 그대로 갈 길을 가라.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