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자신감 찾은 박성현, 포틀랜드 클래식서 부활 '날갯짓' 기대

제주 삼다수 공동 11위…"미국에서도 잘 할 수 있단 자신감"
LPGA선 2019년 8월 마지막 톱10…시드 마지막 해 '절실'

박성현(32). (KLPGA 제공)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국내에서 부활의 조짐을 보인 박성현(32)이 곧장 미국으로 건너가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박성현은 15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스탠다드 포틀랜드 클래식(총상금 200만 달러)에 출격한다.

박성현은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선수였지만, 부상 이후 좀처럼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에만 7승을 쓸어 담는 등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무대를 접수한 박성현은, 2017년엔 LPGA투어에 데뷔해 US 여자오픈을 제패하며 신인왕,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을 석권했다. 그해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거칠 것이 없는 행보였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2019년 왼쪽 어깨를 다친 이후 5년 넘게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정상급에서 서서히 멀어져갔다.

2020년 이후로는 한 번도 LPGA투어에서 상위권 경쟁을 펼친 적이 없다. LPGA투어에서 톱10을 기록한 건 2019년 8월 AIG 위민스 오픈(8위)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78개 대회를 치르면서 단 한 번도 10위 이내 성적을 내지 못했다.

KLPGA투어까지 범위를 넓혀도 같은 기간 '톱10'이 단 한 번뿐이다. 2022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를 기록한 것이 2020년 이후 박성현이 공식 대회에서 기록한 유일한 10위 이내 성적이다.

박성현(32). ⓒ AFP=뉴스1

손목 부상으로 1년을 쉬고 복귀한 올 시즌에도 부진은 계속됐다. 11개 대회에 출전해 9개 대회에서 컷 탈락했고, 후배 윤이나(22)와 동반 출전한 팀 대회 도우 챔피언십의 공동 18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정상을 찍었던 선수이기에 긴 슬럼프는 더욱 힘든 시간일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면 자신감도 떨어지고 스트레스는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무대에서 보여준 모습은 오랜만에 기대를 가질 만했다.

그는 지난주 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해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11위를 마크했다. 비록 한끗 차이로 '톱10' 달성엔 실패했지만, 나흘 내내 언더파 경기를 펼친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다.

박성현 스스로도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정말 오랜만에 나흘 내내 언더파를 치면서 재미있고 설레는 한주를 보냈다"면서 "어떤 샷, 퍼트를 해도 두려운 게 하나도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자신감과 함께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6월 말 도우 챔피언십 이후 국내로 들어와 훈련에 매진한 효과가 컸다. 박성현은 "샷과 퍼트감 모두 좋았고, 체력 훈련 덕에 나흘 내내 힘든 줄 모르고 경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코스도 환경도 다르기에 오늘처럼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페이스대로만 간다면 미국에서도 분명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성현(32). ⓒ AFP=뉴스1

제주에서의 대회가 끝나자마자 곧장 미국으로 넘어가는 강행군이지만, 박성현에겐 체력 부담보단 오랜만에 올라온 샷감을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한 상황이다. 지난주 보여줬던 경기력을 미국 무대에서도 이어간다면 박성현의 자신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박성현의 반등은 더더욱 절실하다.

박성현은 올해로 LPGA 시드권이 종료된다. 현재 CME 랭킹이 147위인 박성현은 랭킹을 80위까지 끌어올려야 다음 시즌도 시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퀄리파잉 토너먼트 등 험난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한다.

박성현은 포틀랜드 클래식을 시작으로 CPKC 위민스 오픈, FM 챔피언십도 출전할 예정이다. 여기서 80위 이내에 들어야 10월부터 시작되는 '아시안 스윙' 출전 자격을 따 시드 확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랭킹을 한순간에 올리기 위해선 최상위권의 성적을 꾸준히 내야 하는데,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 모든 도전에 박성현은 담담히 맞서겠다는 각오다. 그는 "톱10은 물론 우승에 근접한 성적을 내야 하지만 부담은 갖지 않겠다"면서 "하나하나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다 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