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 입스' 떨치고 날갯짓…이수정 "나도 할 수 있다, 자신있게"

아마 시절 주목 받았으나 입스에 발목…"완벽한 건 없다"
"내년 정규투어 시드권 획득 목표…동기들 보며 자극받아"

이수정(25). (KLPGA 제공)

(서귀포=뉴스1) 권혁준 기자 = 아마추어 시절 주목받는 유망주였지만 프로 무대에서 '입스'(yips)에 발목이 잡혔던 이수정(25)이 날갯짓을 시작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점점 자신감을 찾고 있다.

이수정은 지난 8일 제주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 앤 리조트(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 원)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잡아 6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중간합계 10언더파 134타가 된 이수정은 단독 선두 윤이나(22·14언더파 130타)에 4타 뒤진 단독 4위를 마크했다.

프로 데뷔 5년 차를 맞은 이수정은 골프 팬들에게도 생소한 이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주로 드림투어(2부)에서 활동했고, 올 시즌도 시드 순번이 낮아 정규투어 출전이 통산 두 번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프로 데뷔 전 더 많은 주목을 받았던 그였다. 이수정은 2018년 한국중고골프(KJGA) 한국C&T배 전국 대회에서 우승했고, 같은 해 도요타 주니어 골프 월드컵도 제패했다.

하지만 그 이후 프로 전향을 앞두고 암초에 부딪쳤다. 드라이브 입스(yips)가 찾아오면서 무려 4년이나 헤맸다.

입스란 골프나 야구 등 스포츠 선수가 평소 잘 하던 동작 수행 능력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선수들이 이유없이 겪는 슬럼프와 부진, 경기력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이수정(25). ⓒ News1

이수정은 "우승했던 중고연맹 대회 이후 살이 급격하게 빠졌고, 그 이후로 샷이 흔들렸다"면서 "완벽한 건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내려놓으면서 간신히 극복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수정은 박현경(25), 임희정(25)과 데뷔 동기이기도 하다. 둘 다 데뷔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이미 정규투어 우승 트로피도 여러 차례 들어 올린 KLPGA투어의 스타 플레이어다.

이수정으로선 동기들의 활약에 자연스럽게 자극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같이 친 적은 많이 없지만, 그 선수들의 활약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며 "정규투어에서도 단단하게 치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대회에선 '스타 동기'들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박현경은 2라운드까지 7언더파 공동 27위, 임희정은 4언더파로 간신히 컷 마지노선을 넘겼다.

이수정은 "대학교 동기 친구가 캐디백을 매고 있는데, 마음이 편안해서 좋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면서 "샷마다 여유 있게, 즐기면서 치라는 말을 '세뇌' 수준으로 듣고 있다"며 웃었다.

정규투어 2번째 출전 만에 첫 컷 통과의 기쁨을 누린 그지만, 이수정은 욕심을 내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남은 라운드에서도 일단 특별하게 뭘 하려고 하지 않겠다. 1~2라운드에 했던 것처럼 똑같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자신감은 붙었다. "정규투어는 이번이 두 번째지만, 2부투어와 그렇게 큰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샷과 쇼트게임을 조금씩 보완하고 신경 쓰다 보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일단 당장의 목표는 이번 주 대회가 아닌, 다음 시즌 시드권 확보다.

이수정은 "남은 시즌 드림투어에서 우승해 상금 상위자격으로 정규투어 시드권을 따면 베스트일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