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운영' 아시안게임, 예산은 3.7배 늘었다…사라진 '사령탑'[AG]

인플레이션·인건비로 예산은 늘었는데…'기본 인프라'서 허점
대형 광고 대행사 빠진 AG…업무 다 쪼개서 위탁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나흘 앞둔 15일 선수단 숙소로 컨테이너와 크루즈 등이 마련된 일본 나고야항이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026.9.15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당초 예상했던 예산의 3.7배에 달하는 비용을 썼음에도 숙박·수송 등 기본적인 운영에서 잇따라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국제행사 전체를 총괄하던 대형 광고회사가 빠진 뒤 조직위원회가 '사령탑(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포츠 전문 매체 '인사이드더게임즈'는 1일 "일본은 긴축을 바탕으로 설계된 아시안게임에 당초 계획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지출했음에도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 중 일부가 가장 강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당초 유치를 신청할 때 예상했던 비용보다 약 3.7배에 달하는 돈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치현과 나고야시가 대회를 유치할 당시 합산 예산은 약 1000억 엔(약 9200억 원) 수준이었으나, 2025년 12월 기준 조직위 지출만 2980억 엔(약 2조7400억 원)으로 늘었다. 관련 인프라 및 수송 비용 700억 엔을 포함한 총사업비는 당초 추산의 약 3.7배인 3700억 엔(약 3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제이캐스트뉴스 등 현지 언론은 인플레이션, 인건비 상승, 엔화 약세, 경기 종목 확대 등이 비용 증가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과 인건비 상승으로 550억~600억 엔이 추가됐으며 엔화 약세로 수입 자재 및 서비스 비용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추가 요구로 600억 엔이 더 늘어났고, 경기 종목도 36개에서 43개로 확대되면서 필요한 경기장 수도 증가했다.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재원 마련도 쉽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2025년 특별법에 따라 136억 엔을 추가 승인했지만, 이는 현과 시, 조직위가 당초 요청했던 약 400억 엔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다. 아이치현은 약 1800억 엔, 나고야시는 약 900억~1105억 엔을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필요한 예산은 후원과 티켓 판매 등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문제는 조직위가 비용을 아끼기 위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대표적인 비용 절감 대상은 '숙박'이었다. 조직위는 선수촌을 별도로 건립하지 않는 대신 크루즈선과 컨테이너형 임시 숙소, 시내 호텔 등에 선수단을 분산 배치해 102억 엔을 절감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사흘 앞둔 15일 일본 나고야항에 선수단 숙소로 마련된 컨테이너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 2026.9.16 ⓒ 뉴스1 김민지 기자

그러나 키가 큰 선수에게 턱없이 짧은 침대가 제공되고 숙소에 물이 새는가 하면, 식사 수량이 부족하다는 문제까지 이어졌다. 2024 파리 올림픽 2관왕인 중국 체조 선수 장보헝이 공항에서 6시간 동안 억류되는가 하면, 베트남 배구 대표팀이 잘못된 호텔로 이동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의전과 수송에서도 문제가 잇따랐다. 한국 남자 하키 대표팀과 방글라데시의 경기 전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연주됐고, 한국 축구 대표팀 버스가 엉뚱한 야구장으로 향하는가 하면 남자 농구 대표팀은 '버스 노쇼'로 결승전 대비 훈련을 취소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일본 현지에서는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츠'가 아시안게임 운영에서 빠진 뒤 대회 운영에 공백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대형 광고회사가 국제행사 전반을 총괄해 왔는데, 덴츠가 스폰서 선정 관련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대회에서는 공공사업 입찰이 제한됐다. 이에 조직위는 마케팅은 지역 업체에, 경기장 관리는 프랑스계 회사에 맡기는 등 업무를 쪼개 위탁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위가 아시안게임 전체를 총괄하는 '사령탑'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이드더게임즈는 "대형 행사를 치러본 경험이 있는 회사를 대체한 곳이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025년 도쿄 세계육상선수권과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 이어 이번 아시안게임까지 운영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면서 향후 일본 지자체의 대형 행사 유치와 예산 집행 방식을 둘러싼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