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金 따고 새벽 5시 '체크아웃'…쫓기듯 귀국하는 선수들[AG]

선수촌 없어…경기 일정 끝나면 곧바로 숙소 떠나야
기자회견도 차질…"오후 비행기에도 새벽 버스 배차"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이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6.9.30 ⓒ 뉴스1 최지환 기자

(나고야=뉴스1) 안영준 기자 = 늦은 밤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이 몇 시간 뒤면 짐을 챙겨 숙소를 나선다. 새벽부터 공항으로 이동해 비행기에 오르면 다음 날 오전에는 이미 한국에 도착해 있다.

대회를 치르느라 지친 선수들이 빠르게 귀국해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경기 직후 제대로 쉴 틈도 없이 숙소를 떠나야 하는 촉박한 일정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금메달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대한체육회의 이튿날 기자회견조차 참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달 27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대표팀이 대표적인 사례다.

선수들은 우승을 확정한 뒤 시상식과 인터뷰, 도핑 테스트 등의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오후 10시가 다 돼서야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금메달의 기쁨을 여유롭게 만끽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선수단은 숙소로 돌아간 뒤 짐을 챙겨 몇 시간 만에 다시 나와야 했다. 다음 날 오전 5시에 배차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 곧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다른 종목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마지막 경기를 치른 다음 날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온다.

빠듯한 일정에는 이번 대회의 독특한 숙박 환경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는 기존 국제종합대회에서 볼 수 있었던 대규모 공식 선수촌이 없다. 선수들은 크루즈와 컨테이너형 숙소를 비롯해 나고야 시내 호텔 등에 분산돼 머물며 대회를 치르고 있다.

27일 일본 아이치현 이나자와시 엔트리오(ENTRIO)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핸드볼 라운드로빈 21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로 금메달을 확정지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9.27 ⓒ 뉴스1 안은나 기자

이에 대회 조직위원회는 각 선수단이 자신의 경기 일정을 모두 마치면 숙소에서 체크아웃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물론 이전 대회에서도 자신의 종목이 끝난 뒤 곧바로 귀국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일정에 여유가 있는 일부 선수들은 선수촌에 더 머물며 대회 분위기를 즐기거나 다른 종목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을 직접 응원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 종료와 함께 숙소를 비워야 하는 만큼 그럴 여유를 갖기 어렵다.

촉박한 귀국 일정은 메달리스트를 다시 한번 조명하는 자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전날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이튿날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기 직후에는 충분히 들을 수 없었던 선수들의 이야기와 소감을 전하고, 메달리스트가 다시 한번 주목받을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다.

그러나 일부 종목 선수들은 금메달을 획득하고도 이튿날 이른 시간 귀국해야 해 기자회견 참석이 쉽지 않다. 여기에 귀국 당일 공항으로 향하는 셔틀버스가 실제 항공편 시간보다 지나치게 일찍 배차되는 경우도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한 종목 관계자는 "오후 비행기였음에도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이른 새벽에 배차됐다"면서 "대회를 모두 마친 다음 날 서둘러 귀국하느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평소 관심이 적은 종목들은 아시안게임 메달을 계기로 언론을 통해 한 번이라도 더 소개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어렵게 금메달을 따고도 빠듯한 귀국 일정 탓에 별도의 기자회견조차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아쉬움이 더욱 크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금메달을 딴 한 종목에서는 어떻게든 코리아하우스 인터뷰에 참석하고 싶어 비행기 편을 오후로 미뤄달라는 요청까지 왔었다"면서 "하지만 조직위 시스템과 비행기 티켓 문제 등이 있어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도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하고 있다.

선수들이 모든 경기를 마친 뒤에도 최대한 좋은 컨디션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금메달을 따고도 빠듯한 출국 일정 탓에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별도로 소감 영상을 받아 공개하는 등의 방안을 활용하고 있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