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볼 우승 이준석 "직장 그만두고 택한 도전, 金으로 결실"[AG]

'신생 종목' 남자 단식 초대 챔피언…전승 우승
평생 뒷바라지한 어머니께 효도…"사랑해요"

한국 테크볼 사상 첫 국제종합스포츠대회 메달리스트가 된 이준석이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물고 있다. 2026.9.20 ⓒ 뉴스1 안은나 기자

(나고야=뉴스1) 이상철 기자

'금메달 상상은 현실로 이뤄졌다.'

시상대 맨 위에 올라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하는 모습을 매일 꿈꿔온 이준석(27)의 목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금메달이 걸려 있었다.

이준석은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리 자릴 메제르 알렐라야위(이라크)를 2-0(12-11 12-5)으로 꺾고 우승한 뒤 "꿈만 같다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잘 몰랐는데, 이제야 알 것 같다"며 크게 기뻐했다.

'신생 종목' 테크볼에서 이뤄낸 깜짝 우승으로, 꿈을 좇아온 이준석은 그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다.

그는 "(6개월 동안)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이 순간을 간절하게 꿈꿨는데, 실제로 일어나서 믿어지지 않는다. 내 인생에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라며 활짝 웃었다.

특히 이준석은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며 '8전 전승' 신화를 썼다. 뛰어난 완급 조절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이준석의 '팔색조' 공격을 당해낼 적수가 없었다.

이준석은 "(무실세트 우승을 차지했지만) 우승을 확신할 수 없었다. 제발 결승이 열리는 오늘까지만 뛰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며 "많은 걸 포기하고 여기까지 왔다. 결승에서 패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쏟아내자고 마음먹었다. 매 순간 집중하고 열심히 임했던 게 우승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 테크볼 사상 첫 국제종합스포츠대회 메달리스트가 된 이준석이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확정 짓자 포효하고 있다. 2026.9.20 ⓒ 뉴스1 안은나 기자

축구와 족구 선수로 활동한 이준석은 테크볼을 위해 모든 걸 내려놓았다. 직장운동부에서 일과 운동을 병행하던 그는 지난 2월 테크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자 사직서부터 던졌다. 온전히 테크볼에만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어머니 윤순정 씨도 아들의 꿈을 위해 부족한 살림에도 200만 원 상당의 테크볼 특수 테이블을 사주며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윤 씨는 이준석이 금메달을 확정하고 포효할 때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준석은 "테크볼로 인생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 막막한 순간도 있었지만, 이렇게 금메달을 따니까 그 고민하던 때도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스로 "무직"이라고 밝힌 이준석은 "직장을 그만둘 때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운동선수의 가장 큰 꿈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라며 "언제 또 이런 도전을 할지 모르니 모두 다 쏟자고 각오했다. 두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다"고 돌아봤다.

금메달은 평생 뒷바라지해 주신 어머니께 드리는 가장 큰 선물이기도 했다. 이준석은 "어머니께서 저를 뒷바라지해 주시느라 정말 많이 고생하셨다. 제대로 효도한 적이 없는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서 처음으로 효도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이준석이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이라크의 알렐야위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2026.9.20 ⓒ 뉴스1 안은나 기자

이어 "평소 사랑한다는 말을 잘하지 못했다. 오늘만큼은 전하고 싶다. 어머니 사랑해요"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준석은 이번 금메달이 막막한 미래에 내리쬐는 희망의 빛줄기가 되길 바랐다. 그는 "앞날이 가장 걱정된다. 현재 국내 테크볼 관련 실업팀이 없다. 다른 테크볼 국가대표 선수들도 생업을 포기하고 달려왔다"며 "이 금메달이 테크볼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뛸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는 스페인 축구대표팀과 FC바르셀로나의 전설인 카를레스 푸욜이 VIP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준석은 "현역 시절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던 푸욜 선수를 존경했다. 오늘 실제로 만났는데,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