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우슈, 아내는 근대5종 지원…"같은 일본서도 못 만났어요"[AG]
은퇴 고민하던 이용현, 아내 만나 선수 생활 연장
"아내 위해 메달 따고 싶었는데…근대5종 金 따길"
- 이상철 기자
(나고야=뉴스1) 이상철 기자 = 우슈 국가대표 이용현(33·충남체육회)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면서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020년 12월 결혼한 아내에게 메달을 걸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2023년 항저우 대회에선 착지 실수로 메달을 놓쳤기에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는 더욱 남달랐다.
그러나 이용현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20일 일본 나고야의 아이치 무도관에서 열린 대회 우슈 남자 투로 장권 결선에서 총점 9.703점을 받아 21명의 출전 선수 중 6위를 기록했다.
경기 후 만난 이용현은 "일본에서 애국가를 한번 울려 퍼지게 하고 싶었다.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보다 더 잘 뛸 자신이 없다"며 "큰 실수를 하지 않아 내심 메달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낮게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용현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 주자로 기대를 받았는데,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그는 "이렇게 큰 관심을 처음 받았다. 두 달 전부터 압박을 느꼈고, 어제까지만 해도 악몽을 꿨다. 메달을 따지 못해 죄송하다"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부담을 이겨내고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을 획득한) 동생(이용문)이 참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이용현의 몸 상태는 최상이 아니었다. 두 차례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고도 오뚝이처럼 일어섰지만, 또다시 십자인대가 끊어졌다. 수술대에 오르지 않고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 투혼을 발휘했다.
이용현은 "2019년과 2020년 십자인대를 다쳤는데, 또 같은 부위가 끊어졌다. 세 번째 수술은 과정이 복잡해 부상을 안은 채로 경기를 뛰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큰 시련을 겪고도 일어설 수 있던 건 '든든한 지원자'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선수 은퇴를 고민하던 그는 대한우슈협회에서 국가대표를 관리하던 아내 지한나 씨와 결혼식을 올린 뒤 재활 끝에 선수로 복귀했다.
이용현은 "처음 출전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얼떨결에 은메달을 땄지만 이후 목표를 잃었다. 십자인대가 두 번 끊어지면서 은퇴를 고민했는데, 아내가 '다시 힘을 내서 운동했으면 좋겠다'고 용기를 줬다"고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아내가 저를 더 많이 사랑한다"며 가볍게 농담을 던진 이용현은 "6년 전만 해도 불가능한 일들이 아내 덕분에 일어났다. 국제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고, 이렇게 아시안게임을 뛰었다. 꿈도 못 꿨을 일인데, 나를 기다려주고 응원해 줘서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이용현의 가족이 찾아와 열띤 응원을 펼쳤다. 아내도 일본에 왔지만, 남편의 경기를 지켜볼 수 없는 사연이 있었다.
대한근대5종연맹으로 이직한 아내는 현재 근대5종 대표팀 지원 업무를 맡고 있었다. 공교롭게 이용현이 경기를 뛴 날, 금메달 4개가 걸린 근대5종 결선이 안조 스포츠파크에서 펼쳐지고 있다.
같은 일본 하늘 아래 있지만 만나지도 못했다고. 이용현은 "서로 바빠서 잘 만나지 못한다. 올해 다섯 번 정도 본 것 같다"며 "아내가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이용현은 "제가 한국 선수단 첫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아내가 지원하는 근대5종 대표팀에서 첫 금메달이 꼭 나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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