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살림에도 200만원 테이블 지원…'테크볼 메달' 만든 母 헌신[AG]

이준석 어머니 윤순정 씨…"더 뒷바라지 못 해줘 미안"
결승 진출에 눈물…"메달 색깔 중요하지 않아"

한국 테크볼 최초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된 이준석과 어머니 윤순정 씨. 2026.9.19 ⓒ 뉴스1 이상철 기자

(나고야=뉴스1) 이상철 기자

"우리 아들이 결승까지 올라갈 줄 몰랐는데…자랑스럽다."

한국 테크볼 첫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라는 새 역사를 쓴 이준석을 만난 어머니 윤순정(57) 씨는 눈물을 흘렸다. '수고했다'는 말조차 쉽게 꺼내지 못할 정도로 울먹거리는 어머니를 바라본 아들이 먼저 다가가 따뜻한 포옹을 했다.

이준석은 지난 19일 펼쳐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자이드 에이단(쿠웨이트)에게 기권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은메달을 확보한 이준석은 '한국 테크볼 첫 메달리스트' 타이틀도 얻었다. 20일 오후 3시 30분 펼쳐지는 결승전에서 승리하면 '초대 금메달리스트'의 영광도 얻을 수 있다.

이준석이 큰일을 해낼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지원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기업 직장운동부에서 일과 운동을 병행하던 이준석은 지난 2월 테크볼과 아시안게임을 위해 생업을 포기하는 큰 결단을 내렸다.

6개월 동안 테크볼에 모든 걸 쏟기 위해선 '돈'도 필요했다. 당장 테크볼 전용 특수 테이블이 있어야 훈련에 매진할 수 있었다.

"테크볼이 하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어머니는 반대하지 않았다. 윤 씨는 "후회할 수 있으니 무조건 해보라고 적극적으로 응원했다"고 돌아봤다.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부족한 살림에도 200만 원 상당의 특수 테이블을 사줬다. 꿈을 좇는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해줄 수 있었다.

윤 씨는 "형편이 어려운 시기였지만, 특수 테이블을 구매할 때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준석이가 해낸 일을 생각하면 정말 잘 사준 것 같다"고 말했다.

특수 테이블을 구매했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보관하고 훈련할 장소도 마땅치 않아 애를 먹었다.

대한민국 이준석이 17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테크볼 남자 단식 라오스 알리사와 경기에서 공격을 하고 있다. 2026.9.17 ⓒ 뉴스1 김도우 기자

그럼에도 이준석은 아시안게임에서 후회 없이 뛰기 위해 묵묵히 이겨내 왔다. 아울러 지난 4월에는 사비를 털어 '테크볼 종주국' 헝가리로 떠나 한 달간 '특훈'을 받기도 했다. 가족의 뒷바라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K4리그 축구 선수 출신인 이준석은 어려서부터 운동을 했다. 축구를 그만두고 족구 선수로 뛰다가 테크볼로 종목을 바꿨다.

운동선수를 키우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윤 씨는 "준석이가 속을 썩이지 않아 힘들게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제대로 뒷바라지를 못 해줘서 미안할 따름"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시안게임을 꼭 보러 와 달라'는 아들의 부탁에 윤 씨는 이준석의 4살 터울 누나와 함께 3박 4일의 일정으로 일본을 찾았다. 생업을 위해 20일 오후 돌아가야 하지만, 이준석의 결승전을 관전하기 위해 가장 늦게 떠나는 귀국편으로 바꿨다.

이준석은 메달을 따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가족 여행'을 꼽았다. 그는 "저를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한적한 곳으로 여행을 가서 회포를 풀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의 애틋한 마음을 전해 들은 윤 씨는 "괜찮다. 열심히 준비한 준석이가 지금까지 이룬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메달의 색깔도 중요하지 않다. 우리 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