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테크볼 첫 메달리스트 이준석 "막막한 미래 무서웠는데…"[AG]

'신생 종목' 남자 단식 결승 진출…은메달 확보
생업 포기하고 테크볼 '올인'…"AG 메달로 효도"

대한민국 테크볼 국가대표 이준석. 2026.9.17 ⓒ 뉴스1 김도우 기자

(나고야=뉴스1) 이상철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단식 결승 진출로 한국 테크볼 사상 첫 국제종합스포츠대회 메달리스트가 된 이준석(27)은 크게 기뻐하면서도 안도했다. '혼자 생존한' 그의 어깨를 짓눌렀던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이준석은 19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대회 테크볼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자이드 에이단(쿠웨이트)에게 기권승을 거둔 뒤 "결승까지 진짜 가보고 싶다고 상상했다. 그 순간이 이뤄져서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결승에 오른 이준석은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는데, 이는 한국 테크볼 역대 최고의 국제대회 성적이다.

그는 "이태빈과 함께 뛴 남자 복식, 김은준과 장은서가 출전한 혼합 복식 모두 탈락하면서도 남자 단식만 남았다"며 "내가 꼭 메달을 따서 동료들의 아쉬움을 풀어주고 싶었다"고 웃었다.

축구와 탁구를 결합한 테크볼은 2012년 헝가리에서 고안된 신생 종목이다. 축구와 족구를 해 온 이준석은 현재 '무직'이다.

직장운동부에서 일과 운동을 병행하던 그는 지난 2월부터 테크볼을 위해 모든 걸 쏟는 열정을 보였고, 아시안게임 결승 진출이라는 결실을 얻었다.

대한민국 테크볼 국가대표 이준석. 2026.9.17 ⓒ 뉴스1 김도우 기자

이준석은 "대회를 준비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메달을 따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미래에 걱정이 많았다. 빈손으로 대회를 마치면 준비한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될까 봐 무섭기도 했다"며 "결승 진출로 메달을 확보해 우리 선수들도 조금이나마 더 좋은 길을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이준석이 테크볼 선수로 성공할 수 있던 데에는 어머니 윤순정 씨의 지원도 컸다.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형편이 넉넉하지 않음에도 수백만 원의 테크볼 전용 특수 테이블도 사줬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어머니와 누나는 열띤 응원을 펼치며 한국 테크볼의 역사를 새로 쓴 이준석을 뿌듯하게 지켜봤다.

이준석은 "예전엔 내가 뛰는 경기에 가족이 오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만큼은 꼭 오시라고 부탁드렸다. 내가 언제 또 이렇게 큰 무대를 뛸 수 있을지 모르지 않은가"라며 "그동안 어머니께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효도한 것 같아 굉장히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대한민국 테크볼 국가대표 이준석. 2026.9.17 ⓒ 뉴스1 김도우 기자

이준석의 활약으로 다소 낯설던 테크볼에 대한 인지도도 올라갔다. 그는 "들뜨지 않으려고 뉴스를 찾아보지 않았는데, 여자 친구가 '한국에서 완전히 화제가 됐다'고 알려줬다"며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초대 금메달리스트에 도전하는 이준석은 20일 오후 3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알리 자릴 메제르 알렐라야위(이라크)와 우승을 다툰다.

알렐라야위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지만,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7경기 동안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을 펼친 이준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준석은 "이라크 선수(알렐라야위)와 단식에서 한 번도 상대한 적이 없지만 어떤 플레이를 펼치는지 잘 알고 있다"며 "진짜 마지막 경기인 만큼 지금처럼 준비한 대로 미친 듯이 뛴다면 내게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