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준의 나고야~호] 좁은 컨테이너를 '오순도순'으로 표현한 긍정의 힘

발 디딜 틈도 없는 3인 1실 숙소…흔들리지 않고 결승 진출

18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준결승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 77-51로 승리를 거둔 한국 이현중이 손뼉치고 있다. 2026.9.18 ⓒ 뉴스1 안은나 기자

(나고야=뉴스1) 안영준 기자 = 컨테이너 숙소의 열악한 환경이 이번 아시안게임 초반 큰 이슈다. 한국 취재진이 묵는 나고야 시내 숙소도 대부분 '캐리어와 같이 잘 만큼' 비좁기는 한데, 그보다 더 좁고 열악한 숙소에서도 금메달을 바라보며 똘똘 뭉치는 선수들을 보고 있노라면 불만이 쏙 들어간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숙소 문제로 연일 신음 중이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에서 신규 선수촌을 건립하는 대신 컨테이너와 크루즈 등을 선수단 숙소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 숙소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 숙소가 너무 좁고, 누수에 취약하고, 심지어 방도 부족한 열악한 환경이라 여러 선수단이 불편을 호소했다.

한국 선수단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신장이 큰 남자농구 대표팀은 대회 전부터 발도 제대로 펼 수 없는 좁은 컨테이너 숙소에 묵으며 고충을 겪었다.

누수로 침대 주변 바닥이 흥건히 젖었고, 발 디딜 곳도 마땅치 않은 공간에서 3명이 한 방을 썼다. 경기를 위해 가장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컨디션 관리를 해야 할 선수촌이 그 기본적 기능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셈이다.

그런데 정작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면 한도 끝도 없었을 것이고, 불만에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할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숙소 문제를 경기력 부진의 핑계로 삼지 않았다.

대신 목표 달성에 더 집중하는 계기로 삼고 더 똘똘 뭉쳤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사흘 앞둔 15일 일본 나고야항에 선수단 숙소로 마련된 컨테이너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 2026.9.16 ⓒ 뉴스1 김민지 기자

여준석(시애틀대)은 "2m 넘는 선수들 셋이 한방을 쓰기엔 너무 좁긴 했다"면서도 "그래도 좁은 공간에서 오순도순 지내게 되니 더 돈독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불편해도 이것도 하나의 경험인 셈 치며 더 뭉쳤다"고 말했다.

사진으로만 봐도 답답해 보일 정도인데 여준석은 이를 '오순도순' 정답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농구계 관계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역대급 말도 안 되는 선수촌이었는데, 그래도 팀 분위기는 계속 올라갔다. 선수들끼리 '컨테이너에서 자도 금메달 딸 수 있고 호텔에서 자도 질 수 있다. 핑계 삼지 말고 할 일을 잘하자'며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귀띔했다.

말뿐이 아니었다. 농구 대표팀은 컨테이너에서 자면서도 코트에서는 승승장구, 결승까지 진출했다.

물론 열악한 환경에서 참고 견딘 선수들의 모습을 마냥 미화해서는 안 된다. 개선돼야 한다.

실제로 농구 대표팀은 대한체육회와 농구협회의 조치로 지난 17일부터는 단계적으로 호텔로 이동, 컨테이너 숙소를 '탈출'했다.

하지만 농구 외에 여전히 컨테이너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며 묵묵히 준비하고 있는 다른 종목 선수들도 있다. 대회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숙소 문제는 계속 점검해야 할 문제다.

그와 별개로 발조차 제대로 뻗기 어려운 숙소에서 생활하면서도 목표를 향해 흔들리지 않았던 농구 대표팀의 '마인드 세팅'은 본보기가 될 만하다.

좁고 불편한 공간에서도 '티격태격' 대신 '오순도순'을 택할 수 있었던 힘이 바로 그 마음가짐에서 나왔다. 일본과 이란 등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결승까지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