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태극기'가 위험한 물건? 일본의 엉뚱한 딴지

韓 선수단 입국 시 태극기 퍼포먼스 '이례적 제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막을 이틀 앞둔 17일 오전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 나고야로 출국하고 있다. 2026.9.17 ⓒ 뉴스1 이광호 기자

(나고야=뉴스1) 이상철 기자 = 한국 선수단이 '결전의 땅'에 도착했을 때 대형 태극기를 들고 입국장을 나오는 건 국제종합스포츠대회의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다.

대회를 더 많이 홍보하고 열기를 더 끌어올려야 하는 개최국 입장에서도 참가국의 '의례적인 퍼포먼스'가 반가울 터다. 그런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일본은 이를 달갑지 않게 여겼다.

지난 17일 일본 나고야에 온 한국 선수단 본진은 대형 태극기를 들지 못하고 주부국제공항 입국장에 들어섰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할 때처럼 '본진 기수' 신유빈(탁구)과 서승재(배드민턴)가 선수단 맨 앞에서 대형 태극기를 함께 들고 이동하려 했지만, 공항 측이 이를 제지했다. 깃대를 빼고 태극기만 들고 가겠다는 제의도 허용하지 않았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우리 선수단이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현지 경찰이 '한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가 공항 내에서 국기를 들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여 결국 태극기 없이 입국장을 빠져나가게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 참가해 온 한국 선수단 본진은 현지 도착할 때마다 대형 태극기를 내세웠는데, 어떤 문제도 발생한 적이 없었다.

2023년 항저우 하계 아시안게임과 2025년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중국도 대형 태극기에 딴지를 걸지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이번 제지가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인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두 명이 국기를 들고 입국장을 나오는 게 안전과 보안을 얼마나 위협하는 일인지 의아스럽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과 배드민턴 국가대표 서승재 등 대한민국 선수단이 17일 일본 나고야 츄부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6.9.17 ⓒ 뉴스1 김민지 기자

입국 현장에서 정미애 주나고야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 이풍굉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아이치현 지방본부 단장 등 환영 인사가 태극기를 흔들며 선수들을 반기는 건 또 막지 않았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2017년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대형 태극기를 든 이승훈(스피드스케이팅)을 앞세워 삿포로공항에 도착한 바 있다.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된다는 게 일본의 달라진 태도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태극기를 들고 입국하지 못했지만, 당시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 때문이었다. 선수들은 마스크와 장갑, 방호복, 페이스실드 등을 착용해야 했다.

일본은 규정을 이유로 대형 태극기를 들지 못하게 했지만, 누워서 침을 뱉는 행태다. 정작 규정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건 일본이다.

마쓰이 나오키 대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모든 선수단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거짓말이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나흘 앞둔 15일 일본 나고야항에 선수단이 숙소로 쓸 컨테이너가 설치돼 있다. 2026.9.15 ⓒ 뉴스1 안은나 기자

아시아 각국에서 손님을 초대해 놓고 엉성한 운영 관리로 원성을 사고 있다. 수년간, 이 대회를 위해 모든 걸 쏟고 준비해 온 참가국 선수단은 먹고 자는 것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다.

나고야에 도착해도 선수단을 태울 버스가 오지 않는 건 기본이고, 정작 숙소에 와도 방이 배정되지 않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친환경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공식 선수촌을 건립하지 않고 호텔과 컨테이너, 대형 크루즈선을 활용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보였으나 우려한 일이 터지고 말았다. 모두가 예상했는데, 일본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대회가 임박해 참가국 선수단이 하나둘 모이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대응 매뉴얼은 보이지 않고 대처 능력도 떨어진다. 댐이 터졌는데 손으로 막으려 애를 쓰는 모습이다.

아시아 최대의 스포츠 종합축제는 1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10월 4일까지 열전에 돌입한다. 그러나 막도 올리기 전에 '엉망진창 대회'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