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9단 "다시는 인간이 AI에 승리할 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깝다"

이세돌, 알파고 상대 유일한 승리…"인간의 직관·창의성 중요"
10년 전 이세돌의 묘수 떠올린 하사비스…"감동을 준 한 수"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 및 CEO와 이세돌 사범이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구글 포 코리아 2026 행사에 참석해 바둑판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4.29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10년 전 세계 바둑 최강으로 평가받던 이세돌 9단을 압도한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등장에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인간이 과학 앞에 미약한 존재임이 새삼 피부로 와닿을 수 있는 결과였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5국으로 진행된 대국에서 4번째 경기에서 승리를 차지하며 작은 희망의 불씨를 남기기도 했다. 이는 과학계와 바둑계에 큰 메시지가 됐다.

알파고를 개발, 이세돌 9단과 대국을 성사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29일 오후 서울 중구의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알파고 10년 : 위대한 동행'에 참석, 신진서 9단과 10분간 기념 대국을 진행했다.

비록 짧은 시간으로 진행된 이벤트 매치지만 알파고의 '아버지' 하사비스 CEO와 AI와 가장 유사한 수를 둬 '신공지능'이라 불리는 신진서 9단의 수담은 많은 관심을 끌었다. 특히 하사비스와 신 9단 모두 현재 AI를 가장 가까이하고 있어 둘의 만남은 더욱 특별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 및 CEO와 신진서 9단이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알파고 10년 : 위대한 동행' 행사에 참석해 친선대국을 펼치고 있다. 2026.4.29 ⓒ 뉴스1 안은나 기자

신 9단은 "알파고 등장 이후 대부분 바둑 기사들은 AI로 연구한다. AI가 승리를 찾아가는 방법이 창의적이어서 신기하고 재밌다"면서 "나도 처음에는 전투 지향적인 바둑을 했는데, AI를 통해 승리 지향적인 바둑을 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AI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나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려고 노력도 하고 있다"며 알파고 등장 이후 바둑계의 변화를 설명했다.

이세돌 9단이 승리했던 4국의 78수도 신진서 9단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당시 3연패 중이던 이세돌 9단은 4번째 대국에서도 끌려가며 초읽기까지 몰렸는데, 중앙 흑 한 칸 사이를 끼우는 78수로 알파고에 일격을 가했다. 예상치 못한 수에 알파고는 실수를 반복하며 자멸했다.

신 9단은 "당시 대회 중이어서 실시간으로 중계를 못 봤다. 추후 다시 봤을 때 '묘수'임을 확인했다"면서 "일반적으로 두지 않는 수인데, 새로운 수로 알파고를 흔들며 승리할 수 있었다. 이후 AI가 더 많은 학습을 통해 발전해 (이세돌 9단 승리와 같은) 일이 더 없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돌아봤다.

하사비스 CEO에게도 이세돌 9단의 도전적이면서 혁신적이었던 수는 특별했다.

하사비스 CEO는 "당시 이세돌 9단의 78수는 신의 한 수였다. 새로운 수였으며 전략이었다 감정적으로 많은 감동을 받았다"면서 "많은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AI를 도구로 활용할 텐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인간의 직관과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 사람의 판단이 있어야 적절한 아이디어를 찾고 개발할 수 있다. 이세돌 9단처럼 사람이 (새로움을)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