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지 "전광판 1위, '잘못 봤나' 해"…첫 패럴림픽서 '메달 5개'
한국 선수 최초 2관왕…"두 번째 금메달 더 기뻐"
"만족 없다…골고루 잘해서 육각형 선수 되고파"
김윤지(19·BDH파라스)가 첫 패럴림픽 무대의 피날레를 '금빛'으로 장식, 한국 선수 최초로 단일 대회 메달 5개의 대업을 달성한 뒤 "두 번째 금메달이 더 실감이 난다"고 크게 기뻐했다.
김윤지는 1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20㎞ 인터벌 스타트 좌식에서 58분23초3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 후 김윤지는 "장거리가 처음이라 훈련하듯이 탔다. 평창에서 50~60㎞까지 장거리 훈련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윤지가 실전에서 장거리인 20㎞를 달린 것은 이날 경기가 처음이었다. 이전까지 12.5㎞가 가장 긴 거리였다.
그럼에도 정상에 선 김윤지는 "금메달까지 딸 줄은 정말 몰랐다. 어안이 벙벙하고 신기하다"며 "훈련을 열심히 했고, 전략적으로 다가갔던 것이 장거리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주변에서는 부상 위험 때문에 이미 5개 종목을 치른 김윤지가 한 번도 뛰어보지 않은 20㎞ 경기에 나서는 것을 만류했다.
이날 날씨도 무척이나 좋지 않았다. 새벽부터 쏟아진 눈과 비로 설질이 질퍽해져 체력 소모가 극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윤지는 침착하게 페이스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주행을 펼치며 '살아있는 전설' 옥사나 마스터스(미국)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김윤지는 "이번 패럴림픽에서 20㎞는 꼭 뛰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은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뛰려고 했다"며 "아침에 일어났더니 비가 내린다고 하더라"고 경기 전 상황을 떠올렸다.
기권 여부도 고민할 법한데, 김윤지는 마룬파이브의 '선데이 모닝(Sunday Morning)'을 떠올렸다고.
그는 "오늘이 일요일이더라. '선데이 모닝'이 마침 생각났다. '마침 딱 비가 오네'하면서 기분 좋게 경기장에 나왔다"며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날씨가 추워 눈이 안에서 얼어붙은 게 나에게 좋은 요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 등급이 낮은 선수들에게는 잘 나가는 눈이 더 유리하다. 안에 물이 한 번 고였다가 얼면 '반짝반짝'하면서 빙판처럼 된다. 매끄럽게 나가기에 좋은 요소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감독과 코치는 '조금이라도 아프면 그만둬도 된다', '더 하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풀리는대로 경기하라'고 당부했다.
김윤지는 "감독님과 코치님의 말 때문에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 1위인 것을 몰랐다. 세 바퀴째 돌 때까지 등수와 기록 차를 이야기해주셨는데, 이후 어떤 이야기도 안 했다"며 "페이스에 영향이 갈까 봐 전략적으로 말하지 않은 것 같다. 한 번 전광판을 봤는데 1위여서 '잘못 봤나'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결승선에 들어올 때 코치님들 반응이 이상하더라. 전광판을 보니 1위여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김윤지는 "크로스컨트리 여자 10㎞ 인터벌 스타트에서 페이스 조절을 잘못해 역전당했다. 이에 따라 많이 배웠고,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면서 "심박수를 0~5까지 측정하는데 이날 레이스 초반에는 3을 유지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맞춰놓고 시작해 마지막 두 바퀴에 속도를 올려 승부를 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달린 20㎞에서 금메달을 따며 장거리에 재능을 발견한 김윤지는 "스프린트가 더 자신있다고 했는데, 장거리로 전향해야 할까"라고 반문하더니 "20㎞도 생각보다 괜찮다. 장거리가 체질인가 보다. 솔직히 10㎞가 더 힘들었다"고 했다.
김윤지는 처음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메달 5개(금 2·은 3)를 수확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전까지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메달 4개를 딴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금 3·은 1), 강성국(금 2·은 2)과 홍석만(금 1·동 3)을 넘어 단일 대회 최다 메달을 따냈다.
또한 한국 선수 최초의 동계 패럴림픽 2관왕을 차지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김윤지는 "메달 하나하나 무거운데 다 걸면 목이 아플 것 같다. 그래도 목을 튼튼하게 단련시켜서 괜찮다"고 웃었다.
지난 8일 바이애슬론 개인 12.5㎞ 우승 이후 일주일 만에 금메달을 거머쥔 그는 "금메달 2개 모두 기분이 좋은데 첫 번째는 실감이 나지 않고 꿈 같았다. 이번에는 더 실감이 나서 조금 더 기쁘다"고 했다.
그는 "금메달을 딴 이후 은메달만 3개를 따 다음 패럴림픽 때 금메달을 노려보자 생각했는데 마지막 종목에서 금메달을 얻어 감동이 배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김윤지는 "성공적인 데뷔라고 생각한다"고 자평한 후 "노르딕 스키를 더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힘든 만큼 재미있고 뿌듯한 종목"이라고 강조했다.
만족은 없다. 이번 대회 단거리에서 마스터스에 거푸 밀렸던 김윤지는 '육각형 선수'를 향해 계속 전진한다.
김윤지는 "운동선수는 만족하면 안 된다. 골고루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차근차근 보완해 육각형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주행에서도 마스터스를 이기고 싶다는 목표를 이뤘다'는 말에도 "약간 맛본 것"이라며 "다음에는 더 짧은 거리에서도 이길 수 있도록 훈련을 많이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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