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종목의 벽 허문 원윤종의 진심…동계 최초 IOC 위원 새 역사[올림픽]

25세에 선수생활 시작, 봅슬레이 최초 은메달리스트
전체 1위로 선수위원 당선…인생 2막 화려한 시작

원윤종 IOC 선수위원 후보가 14일 서울 송파구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뉴스1 구윤성 기자

(밀라노=뉴스1) 권혁준 기자 = 때론 무모해 보이지만, 원윤종의 '과감한 도전'은 이번에도 통했다. 언어와 종목의 벽을 허문 '진심'으로 다가간 그가 한국 스포츠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만들었다.

원윤종은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선수촌 단장회의홀(CDM)에서 발표된 IOC 선수 위원 투표 결과에서 2393명(1인 2표 행사) 중 1176표의 지지를 받아 1위로 당선됐다. 함께 당선된 요한나 탈리해름(에스토니아·바이애슬론)은 983표를 받았다.

원윤종은 문대성(태권도·2008~2016), 유승민(탁구·2016~2024)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역대 세 번째, 동계 종목 선수로는 최초로 IOC 선수 위원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봅슬레이 전설' 원윤종은 선수 시절부터 파란만장했다. 체육 교사를 목표로 했던 그가 대학교 졸업반이던 2010년, 만 25세의 늦은 나이에 봅슬레이에 입문한 것이 시작이었다.

빠르게 기량을 끌어올린 그는 2014 소치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첫 올림픽을 경험했다.

홈에서 열린 2018 평창 올림픽에선 애초 기대했던 2인승에서 예상 외로 부진,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외려 기대치가 낮았던 4인승(원윤종, 서영우, 김동현, 전정린)에서 기적 같은 은메달을 따는 기염을 토했다. 이 은메달은 현재까지도 아시아 유일의 봅슬레이 종목 올림픽 메달이다.

만 37세였던 2022 베이징 올림픽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간 그는, 현역에서 물러난 후 '스포츠 행정가'에 도전했다. 쉽지 않아보이는 길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그다운 행보였다.

2018 평창 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 봅슬레이 은메달을 땄던 원윤종(맨 왼쪽). ⓒ 뉴스1 이재명 기자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을 제치고 한국 후보로 선발된 것부터가 이변이었다. 종목 인지도, 원윤종 개인의 인지도를 따졌을 때 쉽지 않아 보였지만 원윤종은 당당히 '한국 대표'가 돼 IOC 선수 위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선거 운동은 강행군이었다. 이번 올림픽은 사상 최초로 대회 명칭에 2개 도시가 들어가는 데다 개최 장소를 나누는 '클러스터'만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발텔리나, 발디피엠메 등 4곳, 선수촌도 6곳에 분산돼 있었기 때문이다.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사흘 앞둔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올림픽 빌리지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후보로 나온 대한민국 원윤종이 각국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6.2.3 ⓒ 뉴스1 김진환 기자

원윤종은 "가장 빨리 선수촌을 나와 가장 늦게 들어가겠다. 가져간 운동화 세 켤레가 모두 닳을 때까지 현장을 누비며 선수들에게 진정성을 어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원윤종은 영어도 그리 유창하지 않고, 아시아 선수들이 취약한 봅슬레이 종목의 선수다. 그럼에도 그는 적극적으로 각국 선수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고충을 몸으로 느꼈고, 자신의 진심을 어필했다. 그 노력은 끝내 결실을 맺었다.

원윤종은 전이경(쇼트트랙), 강광배(스켈레톤) 등 앞선 '동계 전설'들도 해내지 못한 업적을 이루며, 자신의 인생 2막을 화려하게 열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