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재-김원호, 시즌 11번째 우승…"부상 투혼이 빚어낸 값진 승리"

김원호 허리 통증 극복하고 일군 왕중왕전 우승
부진 끝 여자복식 2연패 백하나-이소희 "기세 잇겠다"

시즌 11승을 달성한 배드민턴 남자 복식 세계 1위 서승재(오른쪽), 김원호가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승재·김원호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남자 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올시즌 11승 고지에 올랐다. 2025.12.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인천공항=뉴스1) 이상철 기자 = 배드민턴 왕중왕전 남자 복식에서 시즌 11번째 우승을 합작한 '황금 콤비' 서승재-김원호가 더 높은 비상을 다짐했다.

서승재-김원호는 22일 귀국한 뒤 취재진을 만나 "시즌 마지막 대회인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을 우승으로 잘 마무리하게 돼 영광스럽다. 어려운 상황도 많았지만 잘 이겨내고 유종의 미를 거둬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2018년까지 복식조로 활동하던 서승재-김원호는 이후 각각 다른 파트너와 함께 대회에 나서다 올해 초 재결합한 조합이다.

혼합복식까지 병행하던 두 선수는 남자복식만 집중했는데, 찰떡 호흡을 보이며 우승을 싹쓸이했다.

1월 말레이시아오픈을 시작으로 독일오픈,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 일본오픈, 파리 세계선수권, 중국 마스터스, 코리아오픈, 프랑스오픈, 구마모토 마스터스에 이어 왕중왕전 격인 월드투어 파이널까지 제패했다.

시즌 11승은 모모타 겐토(2019년), 안세영(2025년)에 이어 단일 시즌 최다 우승 타이기록이다. 복식 기준으로는 서승재-김원호만큼 한 해 동안 많은 우승을 차지한 조합이 없다.

서승재-김원호는 21일 펼쳐진 대회 남자복식 결승에서 40분 만에 중국의 량웨이컹-왕창 조를 2-0(21-18 21-14)으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얼핏 손쉽게 따낸 우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대회를 앞두고 김원호가 허리 통증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남자복식 서승재(오른쪽)-김원호가 21일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 남자복식 우승을 차지했다. ⓒ AFP=뉴스1

박주봉 감독은 "김원호가 11월 말 허리를 다쳐 정상적으로 경기에 뛸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첫날 훈련할 때도 불안했는데, 김원호가 강력한 출전 의지를 보였다. 김원호의 활동량을 줄이고 서승재가 많이 커버하는 방향으로 작전을 바꿨는데, 이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김원호는 "또 다치면 내년 시즌에 대한 걱정이 컸지만, 그래도 대회에 나서지 못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며 "다행히 큰 부상 없이 대회를 잘 마쳤다"고 말했다.

이에 서승재는 "복식은 파트너 상태가 안 좋으면 다른 선수가 채워줘야 한다. 내가 잘 안됐을 때는 (김)원호가 잘 해줬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최대한 다 하려고 노력했다"며 "우승까지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한 경기 한 경기 치르면서 찾아온 기회를 움켜잡아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김원호와 11번의 우승을 일군 서승재는 진용과 함께 출전한 태국 마스터스에서도 정상에 올라 개인 기록만 따지면 단일 시즌 개인 최다 우승 신기록을 수립했다.

서승재는 "뜻깊은 기록을 세워서 영광스럽다. 내년에도 열심히 달려보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다시 호흡을 맞추자마자 대단한 성적을 낸 두 선수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김원호는 "그런 부담감도 안고 가야 한다. 중요한 건 부상 없이 매 경기를 치르고, 늘 그렇듯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승재는 "기록을 의식했다면 원호와 11차례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올해 정말 좋은 성적을 냈는데, 내년에는 더 좋은 경기력을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배드민턴 여자복식 대회 2연패를 달성하고 돌아온 이소희(오른쪽), 백하나가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우승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5.12.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기나긴 부진의 터널을 나와 월드투어 파이널 여자복식 2연패를 달성한 백하나-이소희도 내년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4승을 거뒀던 백하나-이소희는 올해 부침을 겪어 세계랭킹 7위까지 떨어졌으나 월드투어 파이널을 발판 삼아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한국 선수가 왕중왕전 2연패를 달성한 건 1998년과 1999년 혼합복식 우승을 차지한 김동문-나경민에 이어 두 번째다.

백하나와 이소희는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왕중왕전 2연패를 달성한 두 번째 기록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며 "우승할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좋은 결과를 내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 선수는 "올해 부진이 너무 길어서 힘들었는데, 시즌 마지막 대회를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다. 이 기세를 내년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