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중왕전 안세영, 가장 뼈아픈 패배 안긴 야마구치와 오늘 맞대결

월드투어 파이널 4강 확정, 19일 조별리그 3차전
안세영, 9월 코리아오픈 결승서 야마구치에 패배

월드투어 파이널 4강 진출을 예약한 안세영이 조별리그 3차전에서 야마구치를 상대한다. 결과가 그리 중요한 경기는 아니지만 자존심이 걸려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2025년 안세영(23)은 대나무가 쪼개지는 기세로 질주했다.

안세영은 올해 무려 10개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여자단식 선수가 한해 두 자릿수 우승을 달성한 것은 최초로, 2023년 자신이 작성한 최다 우승 기록(9회)을 갈아치웠다. 세부 내용을 보면 혀를 내두르게 하는 수준이다.

안세영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고 있는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파이널'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난 현재까지 올해 총 74경기를 치러 무려 70승을 거뒀다. 딱 4번만 패하는 비현실적인 결과를 내며 승률 94.59%를 찍었다. 지난 2011년 남자 단식의 린단(중국)이 세운 시즌 최고 승률(92.75%·64승5패)을 넘어선 압도적인 전적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옥에 티' 같은 순간이 있다. 올해 유일한 '결승전 패배'가 화려한 발자취에 오점으로 남았다. 하필 그 대회가 한국에서 열린 코리아오픈이었으니 더더욱 쓰린 패배였다. 안세영에게 아픔을 준 장본인은 일본 여자 배드민턴의 간판 야마구치 아카네. 그래서 다가오는 만남이 더 흥미롭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19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리는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파이널' 여자단식 A조 최종전에서 세계랭킹 4위 야마구치를 상대한다.

안세영이 올해 결승전에서 패한 것은 지난 9월 코리아오픈이 유일하다. 안세영에게 아픔을 준 선수가 야마구치다. ⓒ News1 김영운 기자

1차전에서 랭킹 7위 푸트라 쿠수마 와르다니(인도네시아)를 2-1(21-16 8-21 21-8), 두 번째 경기에서 일본의 미야자키 토모카(랭킹 9위)를 2-0(21-9 21-6)으로 제압한 안세영은 3차전 결과에 상관없이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야마구치도 토모카와 와르다니에 모두 승리, 두 선수의 만남은 조 1, 2위 결정전이 됐다.

이번 대회는 안세영에게 여러모로 중요하다. 무엇보다 '역사'를 쓸 수 있는 기회다. 시즌 10승을 거두고 있는 안세영이 왕중왕전 성격의 월드투어 파이널까지 거머쥔다면 2019년 일본의 남자선수 모모타 겐토가 작성한 단일시즌 최다승(11승)과 타이를 이룬다. 아직 앞길이 창창한 안세영이지만 다시 이런 기회가 찾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이미 4강 진출을 확정한 안세영 입장에서 조별리그 3차전은 무리할 필요 없다. 어차피 정상이 목표인 안세영이기에, 조 1위 진출과 2위 진출은 큰 의미도 없다. 하지만 상대가 '야마구치'라는 것이 전의를 불태운다.

올 시즌 안세영이 당한 4패 중 2번은 중국의 호적수 천위페이에게 당한 것이다. 7월 중국오픈 준결승에서는 한웨에게 졌는데, 당시는 부상으로 인한 기권패였다.

가장 쓰라린 패배가 9월 '코리아오픈' 결승에서 야마구치에게 당한 일격이다. 오랜만에 안방에서의 대회라 팬들도 안세영도 기대가 컸으나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경기 내용도 좋지 않았던 완패다. 트로피를 걸고 마주한 결승전이었다는 것도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단일 시즌 최다인 '11승'에 도전하는 안세영. 그에 앞서 야마구치에게 진 빚을 갚아야한다. ⓒ AFP=뉴스1

작년 이 대회에서의 아픔도 있다. 안세영은 2024 월드투어 파이널에서 야마구치와 한 조에 속했다.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야마구치를 만나 패한 안세영은 조 2위로 4강에 올랐으나 왕즈이에게 또 지며 결승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야마구치는 올해 안세영이 가장 큰 목표로 삼았던 8월 파리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이기도 하다. 당시 안세영은 준결승에서 천위페이에게 패했고, 야마구치는 안세영이라는 부담스러운 상대를 제압해 준 천위페이를 결승에서 꺾고 우승했다.

이미 4강 진출권을 손에 넣었기에 혹 이번 대결에서 패해도 우승으로 가는 길에 지장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이겨야할 이유들이 많은,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