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싸운다"…총 들고 전쟁터로 향한 우크라이나 스포츠스타들

축구선수 사필로, 전차부대 입대 후 교전 중 사망
러시아 선수 꺾은 테니스 선수는 대회 상금 기부

바실리 로마첸코(왼쪽)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군에 입대했다.(바실리 로마첸코 SNS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우크라이나 스포츠 선수들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전쟁터로 뛰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후 일주일이 넘도록 러시아의 공세를 잘 막아내고 있는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예비군에 합류한 수많은 시민들의 역할이 컸다. 그중에는 스포츠스타도 있다.

프로복싱 헤비급 챔피언 출신인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키예프) 시장은 시민들의 예비군 입대를 독려하면서 "내겐 다른 선택이 없다. 우크라이나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2008 베이징과 2012 런던 하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프로복싱 3체급 챔피언에 올랐던 바실리 로마첸코도 글러브를 내려놓고 소총을 멨다. 로마첸코는 고향인 빌호로드 드니스트로프스키 영토 방위대에 합류해 전선을 지키고 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스켈레톤 경기를 마치고 중계 카메라를 향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금지(No War in Ukraine)'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 전 세계에 반전 메시지를 전했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도 무기를 들었다. 헤라스케비치는 "난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러시아군과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4차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우승을 차지한 세르게이 스타코프스키도 "도저히 가만히 앉아서 전쟁을 지켜볼 수 없다"며 예비군 입대를 결정했다.

러시아군과 교전 중에 사망한 비탈리 사필로.(FIFPro SNS 캡처) ⓒ 뉴스1

이처럼 전쟁터로 향한 우크라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격렬한 항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지난 2일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에 따르면 카르피타 리비프의 유스팀 출신인 비탈리 사필로는 키이우 근교에서 러시아군과 교전 중 숨졌다. 사필로는 전차 승무원으로 입대했는데 향년 21세의 일기로 눈을 감았다.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스포츠계의 희생자는 더 나왔다. 아마추어 리그 득점왕 출신 드미트로 마르티넨코는 러시아군의 민간 폭격으로 사망했다.

함께 전선으로 향하지 못하는 이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조국의 평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리는 GNP 인슈어런스오픈에 참가한 여자프로테니스(WTA) 엘리나 스비톨리나는 조국의 군대를 위해 자신의 상금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비톨리나는 이 대회 1회전에서 공교롭게 러시아 선수와 대결했는데 아나스타시야 포타포바를 2-0(6-2 6-1)으로 가볍게 눌렀다. 스비톨리나는 경기 후 "국가를 위해 임무를 완수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전 세계에 우크라이나와 연대를 당부하는 우크라이나 스포츠스타도 있다.

전설적 축구 스타 안드리 셰브첸코는 지난 2일 열린 이탈리아 세리에A AC밀란과 인터 밀란의 밀라노 더비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지지를 부탁한다. 평화에는 국경이 없다. 모두 함께 전쟁을 멈춰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