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결산①] DB, 리빌딩 시즌에 이룬 우승 감격…KT, 10승 수모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꼴찌 후보'로 점쳐졌던 원주 DB가 리빌딩 첫 시즌에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반면 복병으로 여겨지던 부산 KT는 단 10승에 그치면서 꼴찌의 수모를 당했다.
2017-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13일 5개 구장에서 일제히 열린 최종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1경기를 남겨놓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DB는 최종전에서 패했지만 시즌 전적 37승17패로 전체 1위에 오른 채 시즌을 마쳤다.
DB는 시즌 전만 해도 하위권 후보로 꼽히던 팀이었다. 허웅의 군입대, 박지현의 은퇴와 더불어 김주성의 노쇠화, 윤호영의 발목 수술 등이 겹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DB는 신임 이상범 감독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똘똘 뭉치면서 반전을 일궜다. 단신 외인 디온테 버튼이 내외곽을 넘나들며 맹활약했고, 5년차 가드 두경민도 일취월장한 모습이었다.
또 김주성과 윤호영의 체력을 세이브 하기 위해 김태홍, 서민수, 김영훈 등 그간 주목받지 못하던 선수들을 중용했고, 이들은 120%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이 덕에 DB는 김주성, 윤호영이 투입되는 후반에 역전극을 일구는 경우가 많았다.
모두를 놀라게 하며 5번째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한 DB는 이제 통합 우승이라는 또 하나의 업적을 향해 달린다.
마지막까지 서울 SK와 전주 KCC도 정규시즌의 강호로 군림했다. KCC와의 최종전을 승리한 SK는 36승18패로 2위를 차지, 플레이오프 4강 직행 티켓을 손에 쥐었고, KCC는 35승19패로 3위가 돼 6강을 준비하게 됐다.
지난 시즌 7위에 그치며 일찍 시즌을 접었던 SK는 올 시즌 애런 헤인즈를 재영입하면서 또 한 번 도약의 해를 맞이했다. 헤인즈는 어느덧 만 37세의 노장이 됐지만 여전히 빼어난 기량을 과시하며 팀을 강팀으로 끌어올렸다.
SK는 주전 가드 김선형이 부상으로 단 9경기 출전에 그쳤음에도 2위의 성과를 냈다. 헤인즈와 함께 최준용, 김민수, 테리코 화이트 등 빼어난 창이 있었고 최부경과 루키 안영준이 '방패'로 균형을 맞춰줬다.
직전 시즌 1위에서 최하위로 급전직하했던 KCC는 다시 3위로 반등했다. 안드레 에밋, 하승진, 전태풍 등 주전들이 부상에서 돌아왔고 이정현, 찰스 로드 등을 새롭게 영입하면서 반격에 성공했다. 시즌 막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에밋의 몸상태에 따라 플레이오프의 판도도 바뀔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33승21패를 기록해 2011-12시즌부터 7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승률도 6할을 넘기면서 '4강'으로 꼽히기에 충분했다.
시즌 중반 이종현의 부상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기도 했지만 잘 극복했다. 양동근과 전준범, 함지훈, 이대성 등 국내선수들의 공헌도가 높은 팀 중 하나다. '만수' 유재학 감독이 버티고 있기에 플레이오프에서도 다크호스로 활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팀 안양 KGC는 29승25패로 5위에 그쳤다. 이정현의 이적과 문성곤의 군입대 등 전력 공백이 있었고 단신 외인 키퍼 사익스도 갑작스레 떠나보내는 등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하지만 오세근이 'MVP급' 활약을 펼치면서 5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했고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게 됐다.
중위권 이미지가 강한 인천 전자랜드는 올 시즌도 29승25패로 6위를 기록,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했다. 시즌 초반 교체한 외인 브랜든 브라운의 활약이 좋았고 네이트 밀러의 영입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언제나 플레이오프에서 투혼을 발휘했던 팀인만큼 이번 6강플레이오프도 기대할 만 하다.
서울 삼성과 고양 오리온, 창원 LG, 부산 KT 등 4팀은 5할 승률에 미치지 못하면서 플레이오프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준우승팀인 삼성은 25승29패로 7위를 마크했다. 임동섭, 김준일의 군입대와 주희정의 은퇴 등으로 전력이 약화되며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설상가상으로 전력의 핵심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부상으로 10경기 이상 빠지면서 타격이 컸다. FA로 영입한 베테랑 김동욱이 분전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역시 지난해까지 강팀이었던 고양 오리온 역시 이승현의 군입대와 헤인즈의 이적 등이 겹치면서 '리빌딩 시즌'을 맞았다. 그나마 김진유, 이진욱 등 젊은 가드들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허일영이 데뷔 이래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것이 위안거리였다. 19승35패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현주엽 신임 감독을 영입하며 야심차게 출발했던 창원 LG는 17승37패로 9위에 그치며 울상을 짓게 됐다. 김시래, 김종규, 조성민, 박인태 등 국내 선수들의 면면으로는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였지만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외국인선수 선발도 미스로 돌아가 여러차례 교체를 하는 등 여러모로 손발이 맞지 않은 시즌이었다. 현 감독은 프로 사령탑 첫 시즌부터 쓴맛을 봤다.
KT는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시즌 전만 해도 '다크호스'로 꼽혔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1, 2순위를 싹쓸이 하는 행운까지 따랐지만 최다 12연패를 기록하는 등 시즌 내내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KT는 10승44패(0.167)로 시즌을 마쳤는데, 이는 프로농구 역사상 3번째로 낮은 승률이다. KT보다 승률이 낮았던 사례는 1998-99시즌의 대구 동양(3승42패, 0.067), 2006-06시즌의 전자랜드(8승46패, 0.148) 등 두 팀 뿐이었다. 1할대 승률을 기록한 팀도 이 세 팀 뿐이다. KT로서는 2008-09시즌 이후 9년만에 꼴찌를 기록한 잊고 싶은 시즌이 됐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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