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8초의 마법사' 이시우 "입단 첫 시즌 우승, 난 행운아"
원포인트 서버로 존재감, 곱상한 외모로 천안 아이돌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서브를 넣으라는 주심의 시그널이 울리면 선수들은 8초 안에 상대 코트로 공을 때려야 한다. 코트 밖에 있던 선수들의 경우 갑작스럽게 교체돼 강서브를 날린다는 것은 웬만한 강심장 아니면 쉽지가 않다.
10년 만의 현대캐피탈 우승을 견인한 이시우(23·188㎝)는 그런 면에서 누구보다 단단한 심장을 보유하고 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연습할 때도 발목 몇 번 돌리고 들어가서 강서브를 때리더라. 팀에게는 복덩이"라고 했다.
이시우는 "휘슬을 불면 8초 안에 때려야 한다. 코트에 길면 30초 정도, 짧게는 20초 정도 머무는 시간 동안 승부를 봐야 한다. 처음엔 쉽지 않았는데 자신감이 쌓이니 재미있더라"고 웃었다.
성균관대를 졸업한 이시우는 프로배구 2016-17시즌을 앞두고 1라운드 6순위 지명을 통해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최 감독은 기본기와 서브가 좋은 이시우를 점찍었다.
문성민, 박주형, 송준호 등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이시우는 출전 시간 자체는 많지 않았다. 다만 세트 막판 중요한 순간 교체로 들어가 '원포인트 서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올 시즌 40경기 134세트에 나와 27득점을 올렸다. 단 득점의 절반 가까운 13점은 서브 에이스였다. 점수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강력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며 분위기를 현대캐피탈 쪽으로 끌어 올 수 있도록 큰 힘을 보탰다.
현대캐피탈 김성우 사무국장은 "신인인데도 중요한 순간마다 들어가 제 몫을 해줬다. 챔프전에서도 고비마다 (이)시우의 서브 덕분에 몇 점은 먹고 들어갔던 것 같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현대캐피탈은 주장 문성민을 필두로 한 '토털배구'를 앞세워 2006-07시즌 이후 무려 1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그 동안 준우승만 6차례 했던 한을 마침내 풀었다.
입단 첫 시즌에 우승을 맛 본 이시우는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웃었다. 그는 "형들이 정말 힘들게 우승했다고 하시는데 팀에 오자마자 정상에 올랐다는 것이 너무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더 많은 우승을 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 수백, 수천 번의 연습이 만든 '강심장'
타고난 강심장처럼 보이지만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이시우는 천안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현대캐피탈 훈련장)에서 밤마다 서브 훈련에 열중했다. 입단 이후 매일 밤마다 50개씩 수 백, 수천 번의 연습 끝에 지금의 스파이크 서브가 나올 수 있었다.
이시우는 "처음 입단해서 연습이 끝난 뒤 개인훈련 때 서브를 집중적으로 가다듬었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셨고, 그 믿음에 꼭 보답하고 싶었다. 다른 어떤 것보다 서브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처음부터 순탄하진 않았다. 이시우는 1라운드 초반 여러 차례 원포인트 서버로 나가 네트를 넘기지 못하고, 서브선을 밟는 등 시행착오도 겪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오히려 "하나 실수했다고 기가 죽은 것 아니냐? 더 자신 있게 때려도 된다"고 자신감을 북돋아 줬다.
이시우는 "처음에 범실이 많아서 불안하고, 경기에 못 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는 라인을 밟는 기초적인 실수를 했는데 감독님께서 오히려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고,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코트에서 꾸준히 뛰는 선수들보다 웜업존에서 몸을 푸는 이들은 언제 경기에 투입될지 모르기 때문에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이시우는 간절함 속에 차분하게 기다렸고, 자신에게 온 기회를 잡았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시우는 웜업존이나 교체할 때도 항상 뛰어 다닌다. 밖에서 봤을 때 한번이라도 더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그만큼 평소에 성실하게 준비를 한다"고 했다.
이시우는 "선수라면 당연히 조금이라도 더 뛰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내 역할은 원 포인트 서버지만 상대에게 분위기가 넘어갔을 때 들어가서 서브를 성공시키면 더 짜릿하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 '천안 아이돌' 이시우 "팬들의 응원, 너무나 감사"
세트 후반 교체 신호 후 등번호 14번이 코트에 들어서면 천안유관순체육관은 떠나갈 듯한 함성이 쏟아진다. "서브 에이스~ 이시우"란 팬들의 응원 속에 그는 거침없이 강서브를 날린다.
이번 시즌 이시우가 얻은 별명은 '천안 아이돌'이다. 곱상한 외모에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많은 여성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용품샵에서 주장 문성민과 함께 가장 많이 팔리는 유니폼이 바로 이시우의 것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V리그 원포인트 서버 중에 이런 인기를 끌었던 선수는 없었다"고 농을 건넬 정도다.
이시우는 "성대 시절에도 팬들께서 좋아해 주셨지만 프로에 온 뒤 인기가 많아졌음을 실감한다. 현대캐피탈 팀 자체가 큰 관심을 받기 때문에 더 많은 주목을 받아 감사드린다"고 웃었다.
이시우는 경기 후 중고교생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시우는 "팬들이 선물과 편지도 많이 보내주신다. 정말 큰 힘이 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하루는 편지를 읽어 봤는데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내게 잘 보이려고 예쁜 옷을 입고 경기장에 온다고 하더라. 귀엽기도 했고, 그런 팬들의 응원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 "키가 작아 안 돼"라는 편견 깨뜨릴 것
이시우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란 말을 반복했다. 그는 "프로에 가기 전에 키가 작아서 통하기 힘들 것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 조금이나마 팀이 우승하는데 힘을 보탠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이시우는 영생고 1학년 때 이미 키가 180㎝ 중반에 달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 이후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공식적으로는 현재188㎝다.
이시우는 "중학교 때만 해도 키가 컸는데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신장을 커버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이 뛰었던 것 같다. 블로킹이 조금 떨어지면 더 강한 서브를 넣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시우는 프로 무대에서 최태웅 감독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최고의 행운이라고 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연습할 때 주전들이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뛸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 주신다. 기가 죽어있을 때도 지나가시면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시우는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그려달라는 말에 "현대캐피탈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형들에게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멘탈적으로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헌신적인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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