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2관왕' 구본찬 "8강 4강 슛오프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양궁 구본찬이 12일(현지시간)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2016리우하계올림픽 남자 개인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구본찬이 시상식에서 금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2016.8.1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양궁 구본찬이 12일(현지시간)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2016리우하계올림픽 남자 개인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구본찬이 시상식에서 금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2016.8.1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아름다운 밤이에요. 이제 퇴근하시죠."

긍정적이다 못해 엉뚱하다. 남자 양궁 사상 첫 2관왕의 주인공인 구본찬(23·현대제철)이 그만의 독특한 소감을 전했다.

구본찬은 13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모 양궁장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장-샤를 벨레동(프랑스)과의 결승에서 세트 승점 7-3(30-28 28-26 29-29 28-29 27-26)으로 승리, 정상에 올랐다.

앞서 김우진(24·청주시청), 이승윤(21·코오롱엑스텐보이즈)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던 구본찬은 개인전까지 우승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역대 올림픽 양궁에서 남자 선수가 2관왕에 오른 것은 구본찬이 처음이다. 구본찬의 2관왕은 양궁 여자 대표팀 장혜진(29·LH)에 이은 이번 대회 한국선수단의 두 번째 기록이기도 하다.

한국은 그 동안 양궁에서 무수히 많은 금메달을 따냈지만 남녀 단체전·개인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한 적은 없었다.

구본찬은 경기 후 취재진을 보자마자 "이제 퇴근하셔도 되겠네요"라고 한 뒤 "행복합니다. 오늘도 아름다운 밤이네요"라고 말했다.

구본찬은 8강전과 4강전에서 나란히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준결승까지를 돌아본 구본찬은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웃은 뒤 "욕심이 나서 실수를 많이 했다. 슛오프에서 후회 없이 자신 있게 하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웠던 게 잘 됐다"고 밝혔다.

구본찬은 또 "사실 제가 대표팀 3명 중 슛오프 승률이 가장 떨어진다"며 "40% 밖에 되지 않았지만 제가 잘하는 자세가 있으니 믿고 쏘자고, 긍정의 힘을 믿었다. 운도 좋았다"고 강조했다.

결승전에서도 4-0까지 앞서던 구본찬은 우승을 조기 확정한 듯 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상대와 동점이 돼 4세트에 돌입했다. 그는 "바로 '아 또 한번 쏴야하나'란 생각이 들더라"며 '감독님께서 상대 점수를 보지 말라고 하셨는데 소리가 들렸다. 이겼다고 하고 나왔는데 동점이 되니 긴장이 되더라"고 전했다.

그래도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그는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유독 남자 개인전에서 아쉬움이 남았던 남자 양궁이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는 2관왕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을 듣자마자 "그런 걸 생각하는 사람이 어딨나"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사실 경기 전에 감독님께 2관왕 하겠다고 했었는데 긴장이 되더라. 오늘을 즐기고 싶다"고 웃었다. 이어 "역사를 쓴 것은 아니다. 운도 많이 따라주고 전체적으로 잘 풀렸다. 여기서 주저하지 않고 좀 더 열심히 해서 나은 미래를 보겠다"고 말했다.

구본찬은 남자 대표팀의 박채순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항상 너희가 최고다', '판을 깔아 줄테니 마음껏 놀아보라'는 말씀을 해주신 덕분에 자신 있게 쏠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앞서 정상에 올랐던 최미선, 장혜진, 기보배 등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응원을 해 눈길을 끌었다.

구본찬은 "여자 선수들의 기를 받았다"면서 "손도 잡았다. 제가 언제 이렇게 유명한 선수들의 손을 잡아보겠나. 오늘처럼 여자 손을 많이 잡아본 것은 처음이다. 오늘 밤에 손을 안 씻을 예정"이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구본찬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좀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며 "이번에 마지막 경기를 통해 전 관왕이란 목표를 이뤘다. 앞으로도 한국 양궁은 더 발전하는 팀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alexe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