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니콜 "정들었던 한국, End가 아닌 And이길…"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도로공사 구단에서 이별 선물로 준비한 한복 사이즈를 재기 위해 지난 3일 성남 판교의 숙소를 방문한 니콜 포셋(28·193㎝·미국)은 배가 고프다며 능숙하게 젓가락질을 하면서 김밥을 먹기 시작했다. 날이 쌀쌀하다면서 전기장판부터 찾는 니콜은 금발 머리와 파란 눈을 가졌을 뿐 영락없는 한국인이었다.
니콜은 "떠나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게을러서 잘 못 다녔다"고 웃었다.
지난 2012-13시즌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온 니콜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나야 한다. 3년 만에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에 올랐지만 3연패로 우승이 좌절되면서 아쉬움의 진한 눈물을 쏟아냈던 니콜이다.
다음 시즌부터 V리그 여자부에서는 트라이아웃이 실시돼 니콜은 현재 새 팀을 알아보고 있다. 그는 담담하게 마지막 추억을 만들며 고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니콜 "아버지에게 배운 예의범절"
니콜은 올 시즌 방송사의 한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처럼 두 손을 공손히 모은 것에 대해 묻자 장난 가득한 표정으로 "내가 정말 그랬었나?"고 반문하며 미소 지었다. 인터뷰 후에도 깍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한국인이었다.
그는 "TV를 보지 않아 나도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며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항상 그러셨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국식 예절이 몸에 밴 거 같다"고 말했다. 니콜의 아버지는 주한 미군 출신으로 평택에서 오랜 시간 근무했다.
이어 니콜은 "팬들이 모두 내 손바닥 안에 있다"면서 "다들 (나에 대해) 속고 있는 것이다. 난 그렇게 착하지 않다"고 농을 건넸다.
니콜은 V리그에 최적화된 한국형 용병으로 꼽힌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세 시즌 동안 뛰면서 단 한 번도 훈련에 늦은 적이 없다"며 "싫은 소리 한번 안 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이런 용병 찾기가 참 쉽지가 않은데…"라고 말했다.
◇ 능숙한 젓가락질에 대형 SUV 운전까지…'외국인 맞나요'
숙소 주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니콜은 직접 대형 SUV 차량을 운전한다. 지난 시즌에는 통역이 운전을 해줬지만 올 시즌부터는 구단에서 니콜을 믿고 키를 맡겼다.
검정색 카니발로 출퇴근하는 그는 "차를 타고 가고 싶은 곳은 많았는데 리그 일정이 빡빡해서 가 본 곳이 별로 없다"면서 "가끔 한국프로농구에서 뛰는 외국 친구들과 미국 식당에서 밥을 먹는 정도"라고 말했다.
3년째 한국에 머물고 있는 니콜은 젓가락이 포크보다 더 편하다고 했다. 니콜의 통역 홍이수씨는 "면류를 먹을 때도 니콜은 포크를 안 쓰고 젓가락질로 먹을 정도"라며 "웬만한 음식은 숟가락, 젓가락으로 해결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연 니콜의 한국어 실력은 어느 정도 될까. 그는 "평소 밍키(황민경), 선영 등과 장난을 많이 치는데 정확히는 아니지만 대충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눈치로 알 수 있는 수준"이라며 "말하는 것은 아직 어렵다. 단어 등은 거의 다 이해하는 데 문장으로 말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 영원히 잊지 못할 팬들과 고마운 장샘, 그리고 팀 동료들
니콜은 세 시즌 동안의 한국 생활을 돌아보며 "모든 훈련이 기억에 남고 항상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장소연(41) 도로공사 플레잉코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니콜은 "도로공사에 와서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는데 장소연 코치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그는 정확한 한국말로 '언니'라고 표현한 뒤 "장소연이 나보다 언니지만 언니처럼 대하지 않고 내게 너무나 살갑게 대해줬다"며 "내 농담을 가장 잘 이해해 줬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곧바로 "생각해보니 장소연이 내게 고마워해야 한다"면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났지만 내가 잘 놀아줘서 덕분에 장소연이 젊어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까르르 웃었다.
니콜은 이효희, 문정원 등 선수 한 명의 이름을 모두 열거한 뒤 "앞으로 배구를 계속하면서 이번 시즌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 "고마운 한국, 언젠가 돌아올 것"
오는 9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니콜은 자기가 느꼈던 한국에 대해 "제 2의 고향으로 항상 내 마음 속 한 부분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젠 더 이상 울지 않겠다"면서 "지난 3년 동안 한국이란 곳은 너무나 인상 깊었다. 모두 친절하게 나를 대해줬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팬들 덕분 이었다"면서 "사려 깊은 배려가 느껴지는 선물이나 마음이 담긴 따뜻한 말들 모두 마음속에 담아두겠다. 팬들을 평생 기억 하겠다"고 밝혔다.
8일 V리그 시상식 이후 미국으로 출국할 니콜은 현재 새 팀을 알아보고 있다. 구단도 떠나는 니콜을 위해 전통 한복 및 그의 모습과 흡사한 3D 입체 피규어 등을 선물했다.
그는 "솔직히 오퍼가 여러 곳에서 들어오고 있는데 유럽 리그도 플레이오프를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리그가 5개월이라 내년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는 데 있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며 "터키 등 유럽 리그도 계속 생각은 하고 있다. 다만 그쪽은 임금 체불이 있다는 말을 들어서 고민 중이다"고 설명했다.
니콜은 "한국 남자를 만나 결혼하면 이곳에서 계속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웃은 뒤 "지금 한국을 떠나지만 언젠가 돌아올 것으로 생각한다. 나중에 여행으로라도 꼭 다시 오겠다. 그때 다시 웃는 모습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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