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조 "마라톤은 나를 돌아보는 여행"
"몸이 허락하는 한 현장에서 후배들 위해 노력하고 파"
"마라톤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행"
21년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새로운 마라톤 영웅의 탄생을 지켜봤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지막 날 마라톤 경기에서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와 팽팽한 승부를 펼친 끝에 황영조(43)는 몬주익 언덕을 넘어 경기장에 가장 먼저 들어섰다.
황영조가 두 손을 높이 들고 결승점을 통과한 순간 전 국민은 환호를 보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장기를 달고 뛴 고(故) 손기정 옹의 한이 풀리던 순간이었다.
21년이 지난 지금 황영조는 지도자로서 후배 마라토너 양성에 힘쓰고 있다. 현재는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을 이끌고 있다. 또 생활체육으로서 마라톤이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많은 노력도 기울인다.
감독 황영조는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주최하는 '제2회 황영조-뉴스1 서울 마라톤대회'에 함께한다.
9월29일 한강시민공원 잠실지구 청소년광장에서 열리는 황영조-뉴스1 마라톤대회는 '몬주익의 영웅' 황 감독의 이름을 걸고 지난해 서울에서 처음 열린 뜻 깊은 대회다. 또 이번 대회는 황 감독의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제패 21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2일 뉴스1과 만난 황 감독은 "9월과 10월은 마라톤의 계절이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이 건강인데 마라톤을 정확히 알고 뛴다면 안전하고 즐겁게 효율적으로 운동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마라톤의 매력을 설명했다.
황 감독은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앞만 보고 살다보니 자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며 "달리다보면 자신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마음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자신을 느끼고 들여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힘든 마라톤을 하는 이유가 이런 부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 코스는 잠실지구 청소년광장에서 출발해 한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하남 방향으로 향한다. 하프 코스 반환점은 광진교와 강동대교 사이 지점이며 풀코스는 하프코스 반환점을 두 번 왕복한다.
황 감독은 "강변을 따라서 시원한 청량감을 느끼며 뛸 수 있는 코스다"며 "날씨도 좋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다. 또 멋진 한강을 따라 달릴 수 있는 코스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편하게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많은 분들이 와서 기록에 신경 쓰기보다는 건강을 챙기면서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은 가족 간의 대화가 부족하다. 온가족이 함께 참가해서 땀도 함께 흘리고 돈독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마라톤이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회는 5㎞걷기 및 건강달리기, 10㎞, 하프코스, 풀코스로 구성됐다.
황 감독은 "사회 분위기가 너무 풀코스를 강조하는 점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10km다"며 "초보자는 5km, 10km에서 뛰고, 잘 준비된 사람들이 하프코스를 뛰면 된다. 나아가 운동을 평상시에 많이 한 분들은 풀코스에도 도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은 "올바른 자세로 오버페이스 하지 않으며 뛰는 것이 중요하다"며 "완주를 목표로 천천히 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국민 마라토너 황 감독과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현재 한국 마라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지난 8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마라톤의 성적은 저조했다. 남자 마라톤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성지훈(한국체대)은 2시간26분43초의 기록으로 44위에 불과했다.
황 감독은 "예상됐던 일이다. 이것이 한국 마라톤의 현주소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우리나라 마라톤도 여러 선수가 나와서 우승을 경쟁해야 한다. 매번 뻔한 선수층에서 뻔한 선수들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내가 선수 생활을 할 당시와 비교하면 마라톤 환경은 좋아졌다. 하지만 실력은 퇴보했다"며 "20년 전보다도 못한 선수들로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은 선수들의 의지, 정신력도 지적했다.
황 감독은 "선수들이라면 누구에게나 특별함이 있고 자질이 있다"며 "많은 선수들은 성공한 선수들을 보고 탁월하다고 한다. 이는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다. 탁월하다고 평가 받는 선수들이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선수들은 국내 1위에도 만족한다.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것 보다 참가자체에 의의를 두기도 한다"며 안타까워 했다.
황 감독은 2014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도 마라톤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선수들의 경기력으로는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기는 어렵다. 메달만 따도 성공적이라고 본다"며 "내년 봄에 새로운 '깜짝' 스타가 나오지 않는 이상 어렵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국내에서 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감독은 "우리나라 선수들은 국내 1위 만으로 너무 가치를 끌어올린다"며 "1년에 참가 가능한 횟수를 정해서 외국 선수들이 국내팀 소속으로 참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선수들도 자극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도 육상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 팀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좋은 성적을 올리는 지도자들에게는 보상을 해 주는 등 지도자에 대한 혜택도 늘려 훌륭한 지도자들도 양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 인생의 제1막은 마라톤 선수였고 제2막은 마라톤 지도자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또 지도자로서 황 감독은 한국 마라톤을 이끌어왔다.
황 감독은 "앞으로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현재 내가 맡은 일에 충실해야 한다"며 "몸이 허락하는 한 지금처럼 현장에서 선수들과 달리고 후배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황 감독의 마라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후배들과 함께 황 감독이 다시 올림픽 무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를 수 있을지 기대된다.
yjr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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