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경기 등판' KT 우규민 "이렇게 많이 던졌는데 KS 한번 가봐야죠"

선발·중간·마무리 모두 거쳐 대업…"끝 아닌 새 시작"
"나는 복 받은 투수…감독님·코치님 계시는 한 계속 던질 것"

3일 KT-한화전에서 KT 우규민이 900경기 등판 기록을 달성한 뒤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전광판에 축하 메시지가 띄워진 모습. (KT 위즈 제공)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900경기에 나갔는데 한국시리즈에선 한 번도 못 던졌어요."

KT 위즈 베테랑 투수 우규민(40)이 이렇게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900경기 등판이라는 대기록을 썼지만 우규민에겐 여전히 큰 꿈이 남아있다.

우규민은 3일 경기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10-7로 앞선 8회초 등판, ⅔이닝 1피안타 1실점을 기록해 시즌 5홀드(1승)를 챙겼다.

이 등판으로 우규민은 개인 통산 900번째 등판을 기록했다. 이는 2014년 류택현(통산 901경기), 2021년 정우람(통산 1005경기)에 이은 3번째 대기록이다.

우규민이 2아웃을 잡은 뒤 한화 심우준에게 2루타를 맞자, KT 이강철 감독이 직접 마운드를 방문했다. 대기록을 달성한 베테랑 투수를 교체하는 상황에서 감독이 최대한의 '예우'를 했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우규민은 "감독님께서 '더 해볼래?'하고 물어보셨는데 이미 표정이 바꾸고 싶으신 것 같더라"면서 "내가 이닝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팀 승리가 먼저니까 내려가겠다고 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래도 감독님이 신경을 써 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내 900경기도 있지만 그런 것보단 팀 승리가 우선이니까 (교체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KT 위즈 우규민. ⓒ News1 권혁준 기자

2004년 1군 무대에 데뷔한 우규민은 선발, 중간, 마무리 등 모든 보직을 거쳤다. 앞서 900경기를 기록한 류택현과 정우람이 불펜투수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는 걸 감안하면, 우규민의 900경기 등판은 더욱 큰 의미일 수밖에 없다.

우규민은 "최초는 항상 기분 좋고 뿌듯하다"면서 "모든 보직을 다 하면서 900경기까지 던졌으니까 나 스스로에게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롱런'의 비결로는 '제구력'을 꼽았다. 우규민은 "제구력이 뒷받침된 게 가장 컸던 것 같다"면서 "또 크게 아프지 않았던 것, 좋은 감독·코치님을 만난 것도 내겐 중요했다"고 했다.

900번의 등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역시나 첫 등판이다. LG 시절인 2004년 8월 24일 문학 SK전에서 구원 등판한 그는, 1군 무대 첫 투구에 이호준 현 NC 감독에게 3점 홈런을 맞았다.

우규민은 "그때 선배들이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며 너는 잘될 거라고 위로해 주셨다"면서 "그때 홈런을 맞은 게 전화위복이 돼서 지금까지 공을 던지는 게 아닐지 생각도 든다"며 웃었다.

어느덧 불혹의 베테랑이 된 우규민이지만, 900경기를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다. 여전히 선수로서의 목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건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그는 LG와 삼성을 거쳐 KT까지 3개 팀에서 뛰는 동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본 적이 한 번도 없다.

KT 우규민이 3일 경기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900경기 출전을 달성한 뒤 이강철 감독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그는 "우승 반지가 너무 간절하다. 900경기를 던지고도 한국시리즈에 나가보지도 못한 게 창피하기도 하고, 이대로 끝나면 억울할 것 같기도 하다"면서 "선수들끼리 잘 뭉쳐서 최대한 한국시리즈 직행을 노려보고 싶다"고 했다.

또 하나의 목표는 1000경기 출전이다. 투수 1000경기 출전은 정우람이 유일하게 달성했다.

우규민은 "900경기를 던졌지만 들뜨거나 '이제 다 됐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면서 "1000경기를 의식하지는 않지만, 지금처럼 꾸준하게 경쟁력을 갖춘다면 계속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복 받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좋은 감독님과 코치님이 지금처럼 관리해 주시면 더 길게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며 의지를 보였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