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팀 없는 한국야구…2028 LA 올림픽도 '비상등'[WBC 결산]
대만에 열세, 6개월 남은 아시안게임 긴장감
올림픽으로 가는 '바늘구멍' 통과도 버거워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한국 야구대표팀의 도전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에서 멈췄다.
한국 야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도쿄돔의 기적'을 일으키며 1차 목표인 1라운드 통과를 달성했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이번만큼 방심하지 않고 온 힘을 다 쏟았으나 이번에도 세계 야구의 높은 벽을 절감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우승 후보' 도미니카공화국에 0-10,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대표팀은 '공은 둥글다'며 또 한 번의 이변을 노렸지만, 바위에 계란 치기 수준이었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내로라하는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도미니카공화국은 한국을 압도했다. 타선은 2안타로 꽁꽁 묶였고, 마운드 역시 초반부터 대량 실점하며 무너졌다.
1라운드 호주전에서 극적인 승리로 기적 같은 8강 진출에 성공, 하늘을 찌를 것 같던 대표팀의 사기는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세계 야구의 높은 벽을 절감하며 여전히 '우물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론 역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도 아니다. 다윗과 골리앗 대결이 될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토록 비참하게 대패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한 팬들은 크게 실망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절반의 성공'이다. 2013년, 2017년, 2023년 대회에서 연달아 1라운드 탈락하며 국제 경쟁력이 떨어졌던 대표팀은 이번 대회만큼은 대만과 호주를 제치고 8강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한국의 이번 대회 최종 성적은 2승3패로 승률이 5할도 안 됐다. 특히 마운드는 홈런 10개를 허용하는 등 평균자책점 5.91로 안정감이 떨어졌다.
단단히 준비한 결과치고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성적이다. 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졌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에는 체코, 일본을 상대로 네 차례나 평가전을 실시했고, 지난 1월에는 투수들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사이판 캠프까지 마련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선수가 최대한 많이 태극마크를 달 수 있도록 '삼고초려'의 심정으로 설득했다.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송성문(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문동주(한화 이글스) 등 부상자가 많았지만 이는 핑계와 변명밖에 될 수 없다.
이번 WBC를 통해 세계 야구의 수준은 3년 전보다 더 올라갔다. 대만은 한국을 또 잡는 등 최근 맞대결에서 5승2패로 우위를 보였다. 막판에 삐끗했지만 호주 역시 일본을 괴롭히는 등 상당히 '좋은 팀'이 됐다. 세미프로 선수로 구성된 체코도 이제 '동네북'이 아니다.
만만하게 볼 상대가 단 한 팀도 없다.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현주소 속에 한국은 이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2028 LA 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은 2010 광저우 대회부터 4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지만, 오는 9월 개막하는 아이치·나고야 대회에선 5연패를 자신할 수 없다. 우선 해외파 없이 KBO리그 젊은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해야 하는 데다 '경쟁팀' 대만은 더 강해졌다. 여기에 일본도 안방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더욱 신경 쓸 터다.
더 큰 문제는 LA 올림픽으로 가는 '바늘구멍'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 야구 종목은 개최국 미국 포함 6개 팀이 경쟁한다. 한국이 LA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2027 프리미어12에서 아시아 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그러나 일본과 대만에 밀릴 경우 2028년 3월 펼쳐지는 최종예선에서 1위를 차지해야 한다. LA행 티켓을 따내는 게 매우 험난해졌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놓치고, 올림픽 본선 무대도 오르지 못한다면 한국 야구는 '옛 영광'에만 취한 채 점점 퇴보할 따름이다.
대표팀의 근간인 KBO리그는 2년 연속 1000만 관중 시대를 여는 등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국제 대회 부진이 KBO리그 흥행몰이에 꼭 악영향을 끼쳤던 건 아니다. 2023년에는 'WBC 참사'에도 5년 만에 800만 관중을 모았다. 이제 '한국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KBO리그는 올 시즌에도 1000만 관중 시대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에 안주하다가는 도태되기 마련이다. '우물 안 개구리' 신세는 바뀌지 않고, 더더욱 '그들만의 KBO리그'에 갇히게 된다.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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