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한일전 9연패 끊을 기회…타선 터지면 승산 있다

공략 어려웠던 일본 마운드 낮아져…피치클록 변수
한국, 체코 평가전 대승으로 타선 분위기 끌어올려

기뻐하는 한국 야구대표팀. 2025.1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 야구의 성지' 도쿄돔에서 '야구 한일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최근 10년 동안 일본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펼쳐지는 평가전에서 설욕을 다짐하고 있는데, 악연을 끊기 위해서는 타선이 터져야한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5일과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한국은 내년 3월 열리는 2026 WBC를 대비해 'K-베이스볼 시리즈'로 네 차례 평가전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8일과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친 체코와의 2연전에서는 투타의 조화로 승리를 싹쓸이했다.

대표팀은 기세를 몰아 10년간 넘지 못한 일본이라는 '벽'을 깨부수겠다는 각오다. 류지현 감독은 '결전의 땅' 도쿄로 향하며 "한일전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한국이 일본 야구를 누른 것은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극적인 4-3 역전승이 마지막이다. 이후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 야구대표팀을 상대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WBC와 올림픽, 프리미어12,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등에서 아홉 번 겨뤄 모두 졌다.

일본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한국은 2019년 프리미어12 결승에서 3-5로 역전패한 뒤 2021년 도쿄 올림픽 준결승(2-5), 2023년 WBC 1라운드(4-13), 2023년 APBC 예선(1-2)과 결승(3-4), 2024년 프리미어12 조별리그(3-6)까지 6차례 한일전에서 대량 득점에 성공한 적이 없다.

2024 프리미어12 한일전. 2024.11.1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타선이 적절한 타이밍에 폭발했다면 결과를 바꿀 수 있었던 경기도 있었지만, 그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이번 평가전은 9연패 사슬을 끊을 절호의 기회다.

한국과 일본 모두 자국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젊은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메이저리거가 빠진 일본도 최정예라고 볼 수 없는데 특히 마운드 높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다.

국가대표 경력이 풍부하고 올해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사와무라상을 받은 이토 히로미(닛폰햄)가 컨디션 문제로 제외된 것도 한국에 호재다.

일본은 한국과 두 차례 평가전 선발 투수로 '3년 차' 소타니 류헤이(오릭스)와 '신인' 가네마루 유네토(주니치)를 내세운다.

두 투수 모두 능력은 있다. 하지만 국제 경험이 부족하고 아직 리그에서도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 한국 타자들이 그동안 상대했던 '이름값 높은' 일본 투수와 비교하면 상대해 볼 만하다.

이번 한일전은 평가전이지만 2026 WBC 경기 방식으로 진행된다. 양국 리그에서 사용하는 공보다 더 미끄러운 WBC 공인구에 적응해야하고 빠른 템포로 투구해야 하는 피치클록 변수가 될 수 있다.

WBC에서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는 15초, 주자가 있을 때는 18초 안에 투구해야 한다.

공격 첨병 역할을 맡을 신민재. 2025.1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주자가 없을 때 20초, 주자가 있을 때 25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하는 KBO리그보다 5~7초 더 줄어들지만 적응에는 큰 문제 없다.

이미 KBO리그에는 피치클록이 도입됐고 경험이 쌓인 한국 투수는 체코와 평가전에서 자기 투구 리듬을 잃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일본프로야구는 아직 피치클록을 도입하지 않아 투수들이 이 변화에 낯설어했다. 일본은 히로시마와 평가전에서 무려 11점을 허용했는데, 투수들이 시간에 쫓겨 자기 투구를 펼치지 못했다.

일본 투수가 흔들릴 때 한국 타자들이 응집력을 발휘한다면, 많은 득점을 기대할 수 있다. 타자들의 감이 좋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한국은 체코와 두 번째 평가전에서 장단 17안타를 몰아쳐 11-1로 크게 이겼다. 신민재(LG)가 리드오프를 맡아 공격의 활로를 뚫었고 안현민(KT), 송성문(키움), 문보경(LG), 노시환, 문현빈(이상 한화)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도 상당한 파괴력을 보였다.

13일 도쿄돔에서 진행한 첫 훈련에서도 타자들이 좋은 타구를 날리면서 일본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