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후계자' 박병호의 퇴장…'홈런왕 계보' 누가 이을까

통산 홈런왕 6회, 한 시즌 50홈런 2회 '유일무이' 업적
올해 국내 1위는 노시환…문보경·김영웅·안현민도 주목

현역 은퇴를 선언한 박병호(뉴스1 DB)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국민타자' 이승엽의 대를 잇는 홈런타자로 시대를 풍미했던 박병호(39)가 21년의 프로 생활을 뒤로 하고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벌써부터 박병호의 뒤를 이을 '후계자'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삼성은 지난 3일 "박병호가 최근 구단에 현역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박병호는 소속사를 통해 "시간이 흐르며 부상도 많아지고, 예전처럼 플레이하기 어렵다는 걸 느끼며 오랜 고민 끝에 은퇴를 결심했다"면서 "이제는 또 다른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서보려 합니다. 후배들을 가르치며, 야구를 계속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겠다"고 전했다.

박병호는 한국 프로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이다. 2005년 LG 트윈스에 1차 지명을 받아 입단했지만 좀처럼 기량을 꽃피우지 못했던 그는, 2011년 시즌 도중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로 이적하면서 뒤늦게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을 달성했고, 2014년 52홈런, 2015년 53홈런으로 현재까지 유일무이한 2년 연속 50홈런 기록의 소유자다.

이같은 '괴력'을 바탕으로 2016, 2017년엔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로 이적해 세계 무대에 도전하기도 했다. 비록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빅리그에서도 대형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파워' 만큼은 인정받았다.

그는 2018년 복귀한 이후 2019년 다시 홈런왕에 올랐다. 2022년엔 KT 위즈로 이적한 뒤엔 만 36세의 나이에 '최고령 홈런왕'에 등극하며 노쇠화 우려를 씻었다.

홈런왕 6회는 이승엽(5회)을 넘은 KBO리그 최다 홈런왕 수상 기록이다. 만일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지 않고 국내에 남았다면 더 많은 홈런 기록을 썼을 수도 있다.

현역 시절의 이승엽(뉴스1 DB) ⓒ News1 여주연 기자

이승엽도 일본 무대 진출로 긴 공백이 있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박병호는 복귀 이후 서른 줄이 넘어서도 다시 홈런왕에 올랐다는 점은 더 높게 평가할만 하다.

박병호는 통산 418개의 홈런을 쳤는데, 이는 최정(SSG·518홈런), 이승엽(467홈런), 최형우(KIA·419홈런)에 이어 KBO 통산 4위의 기록이다.

앞서 언급했듯 박병호는 해외 진출로 자리를 비운 시간이 있었고, 20대 중반에 기량이 만개한 케이스다. 반면 최정과 최형우는 꾸준하게 기록을 쌓아 올렸다. '홈런왕'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최정, 최형우보다는 이승엽과 박병호인 이유다.

이승엽이 떠난 이후 8년 만에 또 다른 홈런왕 박병호가 퇴장했다. 리그 흥행, 나아가 야구 대표팀의 전력을 위해서라도 뒤를 이을 '후계자'는 반드시 나와야 한다.

다행히 최근 KBO리그엔 20대 초중반의 '젊은 거포'가 많이 나오고 있다. 타고난 파워에 기술도 갖춰 '홈런왕 계보'를 잇기에 적합한 이들이다. 이들은 최근 소집된 야구대표팀에도 나란히 선발됐다.

가장 선두 그룹에 노시환(25·한화 이글스)이 있다. 만 20세인 2020년부터 팀의 중심타자로 자리 잡았고, 2023년엔 31홈런으로 리그 홈런왕에 오르기도 했다.

한화 이글스 노시환(뉴스1 DB) ⓒ News1 김도우 기자

지난해 24홈런으로 주춤했던 그는 올해 32홈런으로 다시 반등했다. 이는 국내 타자 중 가장 많은 홈런이기도 했다.

문보경(25·LG 트윈스)과 김영웅(22·삼성 라이온즈)도 주목할 거포다.

통합 우승팀 LG의 4번타자 문보경은 지난해 22홈런, 올해 24홈런으로 홈런타자의 싹을 틔웠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쓴다는 점이 불리한 조건이지만, 이를 극복한다면 더 큰 타자로 도약할 수 있다.

김영웅도 지난해(28홈런)와 올해(22홈런) 연거푸 20홈런을 넘겼다. 특히 올해 플레이오프에선 3, 4차전에서만 3점홈런 3개를 몰아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안현민(22·KT 위즈)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112경기만 뛰고도 22홈런으로 쏘아 올리는 '괴력'을 과시했고, 타율도 0.334에 달해 정확도까지 겸비했다. 잘만 성장한다면 단순 홈런타자를 넘어 리그를 좌지우지할 '특급타자'가 될 조짐이다.

KT 위즈 안현민(뉴스1 DB) ⓒ News1 오대일 기자

다만 이들 젊은 거포들은 아직 성장의 여지가 많다. 앞서 시대를 풍미한 이승엽과 박병호는 외국인 타자들과의 경쟁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이승엽은 타이론 우즈, 박병호는 에릭 테임즈라는 '특급 외인'과 경쟁하면서 홈런왕을 수상했다.

냉정히 말해 젊은 거포들은 아직 이 정도 경지엔 이르지 못했다. 올 시즌만 봐도 리그를 지배한 타자는 50홈런 158타점을 쓸어 담은 르윈 디아즈(삼성)였다.

국내 선수들 간의 경쟁을 넘어 '특급 외인'과도 동등하게 경쟁할 때 비로소 이승엽-박병호의 '후계자'로 거론될 여지가 생긴다. 아직 20대 초중반의 나이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우려 보다는 기대가 더 크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