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화력에 무너진 한화 마운드…김경문 '잠실 악연' 못 끊었다[KS2]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출발이었으나, 한화 이글스의 마운드는 LG 트윈스의 화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의 한국시리즈 '잠실 악연'은 12경기 전패로 이어지게 됐다.

한화는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2차전 LG와의 경기에서 5-13으로 패했다.

한화는 1차전에 이어 2차전마저 내주며 2연패를 안고 홈인 대전으로 향하게 됐다. 역대 KS에서 첫 2경기를 내준 팀이 역전 우승을 한 건 21차례 중 단 2번(2007 SK, 2013 삼성)뿐으로, 확률은 9.5%에 지나지 않는다.

한화로선 무척이나 아쉬운 경기였다. 정규시즌 고전했던 LG 선발 투수 임찬규를 1회부터 두들겼기 때문이다. 한화는 1회초 1사 1루에서 문현빈의 2점홈런, 노시환의 백투백 홈런이 터졌고, 2사 2루에선 하주석의 적시타로 무려 4점을 냈다.

한화로선 쾌조의 스타트였다. 시리즈를 1승1패 동률로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마운드가 버티지 못했다. 선발투수로 나선 '노장' 류현진이 단 2회 만에 4점의 리드를 모두 까먹었다.

류현진은 2회 급격히 흔들리며 5피안타 1볼넷을 허용했고 대거 5실점, 4-5 역전을 허용했다.

3회말엔 추가 실점했다. 2사 1루에서 박동원에게 좌월 2점홈런을 맞아 4-7로 벌어졌다.

4회초 1사 만루 찬스를 잡은 한화는 임찬규를 내려보냈고, 2사 만루에서 문현빈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따라붙었다.

이후 류현진을 조기 강판했지만, 이어 등판한 김종수, 김범수가 흔들렸다. 김범수가 문보경에게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맞으면서 5-10, 5점 차로 벌어졌다. 한화로선 버거운 점수 차가 됐다.

정규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에 빛나는 한화지만,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PO)에 이어 KS에서도 마운드가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이날 한화의 투수 교체 타이밍도 아쉬웠다. 2회 흔들리는 류현진이 동점에 역전을 허용할 때까지 불펜 움직임이 없었고, 결국 류현진은 이어진 이닝에서 박동원에게 추가 홈런을 맞았다.

4회초 1득점으로 5-7 추격에 성공한 시점에서 류현진의 다음 투수로 김종수가 올라온 것도 아쉬웠다.

김종수는 정규시즌에서도 한승혁, 박상원, 김범수 등의 다음 차례로 기용되는 불펜투수였고, PO에선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KS 1차전에 나서지 않았기에 이날 경기가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었다.

김종수는 좀처럼 제구를 잡지 못하며 사사구 2개를 허용했는데, 한화는 2사 1,2루 김현수 타석에서 김종수가 2볼을 던진 이후에야 김범수로 교체했다.

추가 실점 없이 2점 차를 유지하겠다는 의지였지만, 김범수 역시 제구보다는 구위가 돋보이는 투수다. 2볼에서 승부를 이어간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줬고, 문보경에게 싹쓸이 3타점을 맞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시점에서 흐름은 완전히 LG 쪽으로 넘어갔다.

1패를 안은 한화로선 초반 4점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좀 더 단호한 결정이 필요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류현진이 이 정도로 난조를 보일 것을 예상하긴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빠른 대처가 아쉬운 장면이었다.

이날 패배로 김경문 한화 감독은 두산, NC 사령탑 시절을 포함해 한국시리즈 잠실 경기 12연패의 굴욕을 맛봤다. 2005년부터 시작된 악연을 20년째 끊지 못했다.

김 감독은 6, 7차전에서 다시 잠실 악연을 끊을 기회가 있다. 하지만 홈인 대전에서 열리는 3~5차전에서 2승 이상을 거두지 못한다면, 다시 잠실로 돌아와 설욕전을 치를 기회조차 없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