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교통사고 후 재활 4개월…KIA 황동하 "야구하고 싶어 버텼다"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허리 부상…"아직도 트라우마 있어"
"좋은 글귀 읽으며 마음 다잡아…한 타자라도 잘 잡고파"

KIA 타이거즈 황동하. ⓒ News1

(인천=뉴스1) 권혁준 기자 = KIA 타이거즈의 황동하가 시즌 막판 1군에 복귀했다. 불운하고도 황당한 교통사고로 자취를 감춘 뒤 올해는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그가 돌아왔다.

황동하는 지난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원정 경기에 팀의 2번째 투수로 등판, 1이닝 동안 21구를 던지며 4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그는 5월 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한 이후 139일 만에 1군에서 공을 뿌렸다.

황동하는 지난 5월 8일 인천 원정 숙소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신호를 무시하고 우회전하던 차량과 부딪쳐 허리를 다쳤다. 검진 결과 요추 2번과 3번 횡돌기가 골절되는 큰 부상이었고, 6주간 보조기를 착용하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장기 결장이 불가피했다.

KIA도 무리시키지 않고 황동하의 시즌을 마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생각보다 재활 속도가 빨랐다. 라이브피칭을 하며 실전 복귀 희망을 키웠고, 두 차례의 퓨처스리그(2군) 등판을 거쳐 23일 1군에 등록됐다.

취재진과 만난 황동하는 "재활 시간이 힘들었지만, 1군에서 한 경기라도 더 던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버텼다"면서 "맨 처음 데뷔할 때보다 다시 돌아온 지금이 더 떨린다"고 했다.

야구에 대한 열망이 커질까 봐 소속팀 KIA의 경기도 보지 않았다는 그는 "사실 올 시즌 다시 1군에 올라올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못 했는데,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셨다.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지다 보니 좀 무디지만, 일단 부딪쳐보자는 생각을 가고 있다"고 했다.

KIA 타이거즈 황동하. /뉴스1 DB ⓒ News1 장수영 기자

큰 부상이었지만 다행히 이제 아픈 곳은 없다고. 황동하는 "입원한 기간 가족들과 친구들이 자주 와줬고, 좋은 말도 많이 해줘서 힘이 됐다"면서 "공 던지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아직도 일상생활에서 횡단보도를 건널 때 트라우마가 좀 있다"고 했다.

멘탈을 가다듬기 위해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접하기도 했다고.

황동하는 "좋은 글귀를 많이 보고 좋은 말만 들으려고 노력했다"면서 "처음엔 너무 아파서 야구를 다시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스스로를 믿고 재활하다 보니 점점 괜찮아졌다"고 설명했다.

황동하는 지난 시즌 KIA의 롱릴리프와 5선발 역할을 하며 5승7패 평균자책점 4.44로 활약하며 통합 우승을 일궜다. 올해도 비슷한 역할을 기대했지만 단 12경기만 치른 뒤 불의의 부상을 당했고, 다시 돌아온 지금은 내년 시즌을 기약하는 상황이다.

KIA 황동하. /뉴스1 DB ⓒ News1 허경 기자

이범호 KIA 감독도 "황동하는 선발 경험도 가지고 있는 좋은 투수"라며 "올 시즌 불운했던 부상을 떨치고 잘 마무리하고, 내년 시즌에 잘 만회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동하도 "운동을 하지 못한 기간이 길었던 만큼, 비시즌에 잘 준비하다 보면 구속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2군에선 직구 최고 구속 143㎞를 기록했고, 23일 1군 복귀전에선 최고 146㎞까지 찍었다. 부상 전 150㎞까지 던졌던 만큼, 비시즌 잘 준비해 내년시즌 반등하겠다는 각오다.

얼마 남지 않은 올 시즌은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뿐이다.

그는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특별히 없다. 그저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이라며 "1이닝, 아웃카운트 한 개라도 잘 잡고 싶다. 마운드에 오르면 머리가 하얘질 것 같지만, 내 장점인 공격적인 투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