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44' 조병현 '철벽투'…관리받은 클로저의 위력[프로야구인사이트]
멀티이닝·연투 최소화…블론세이브 단 2회
유일하게 WHIP 0점대…SSG 탄탄한 필승조 영향도 커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야구에서 9회를 책임지는 '마무리투수'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경기 후반 역전패 자체의 충격이 상당한데, 마지막 이닝인 9회에 리드를 지키지 못한다면 그 데미지는 몇 배로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개 마무리투수는 팀 불펜투수 중 가장 구위가 좋고 배짱이 두둑한 선수에게 맡긴다. 가장 중요한 순간, 짧은 이닝을 소화하기에 평균자책점은 1점대 후반에서 2점대 초반 정도가 이상적이며, 3점대를 넘어서면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런 점에서 조병현(23·SSG 랜더스)은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라 불릴 만하다. 그는 시즌 평균자책점이 1.44(62⅔이닝 10자책점)로, 리그에서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린 11명의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다.
평균자책점보다 더 중요한 지표일 수 있는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압도적이다. 조병현의 WHIP는 0.81로, 리그 마무리투수 중 유일한 0점대다. 1이닝 당 1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은 것으로, 위기를 초래한 뒤 꾸역꾸역 막은 세이브도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조병현은 풀타임 마무리 첫 시즌인 올해 현재까지 5승4패 28세이브로 구원 부문 5위에 올라있다. 세이브 숫자가 더 많은 투수들이 있지만, 조병현은 안정적이면서도 압도적이다. 구원 기회를 날려버린 '블론 세이브'가 단 2번 밖에 없다.
35세이브로 구원 1위인 박영현(KT)이 7블론, 지난해 신인왕 김택연(두산)이 무려 9블론, 베테랑 마무리 김원중(롯데)도 6블론을 기록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그나마 한화 이글스의 김서현(3블론), NC 다이노스의 류진욱(1블론)이 구원 실패 횟수는 적은 편이다.
빼어난 구위와 안정된 제구를 앞세운 조병현의 기량이 뒷받침된 덕이겠지만, 시즌 끝까지 활약을 이어가는 건 SSG 벤치의 철저한 '관리'도 큰 몫을 차지한다.
조병현은 올 시즌 '멀티 이닝'을 소화한 횟수가 단 5차례에 불과하다. 마무리투수는 보통 9회에 나와 1이닝만 소화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8회 2사 혹은 1사에 마무리를 조기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혹은 동점 상황에서 연장에 돌입했을 때도 멀티 이닝 상황이 발생한다.
다른 팀과 비교하면 조병현의 멀티이닝 5회라는 숫자는 더욱 도드라진다.
박영현과 김원중, 류진욱은 무려 15차례나 멀티이닝을 소화했고, 김택연(14회), 김서현(11회)도 못지 않았다. 부상으로 6월부터 경기에 나선 유영찬(LG)도 벌써 10회를 기록했다.
멀티이닝이 많은 투수들은 필연적으로 이전 투수의 승계주자도 많을 수밖에 없다. 김서현이 34명, 류진욱이 33명, 박영현이 30명의 누적 승계주자를 기록했다.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그만큼 체력과 정신력의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반면 멀티이닝이 매우 적은 조병현은 승계주자도 14명에 지나지 않는다. 최대한 자신의 투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는 연투 역시 박영현 18회, 김택연 16회, 정해영 15회 등인데, 조병현은 14회로 적은 편이다. 멀티이닝에 비해 큰 차이가 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조병현은 다른 투수들과 달리 '3연투'가 한 번도 없다.
급한 상황에서 마무리투수를 '끌어 쓰는' 건 감독의 입장에선 위험한 유혹과도 같다. 당장의 승리를 지켜낼 수 있을 진 몰라도 시즌 후반, 더 나아가선 해당 투수의 미래까지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영현(ERA 3.55), 김택연(3.66), 정해영(3.92), 류진욱(3.27) 모두 시즌 중반까지는 무리한 일정 속에서도 잘 버텨줬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한 번씩 무너지는 경우가 나왔고 개인 성적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김서현(2.74)과 김원중(2.17)은 그나마 잘 버텼지만 이들 역시 한 번씩 흔들리는 일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조병현이 올 시즌 보여주고 있는 퍼포먼스는, 관리 받은 마무리투수의 위력을 나타내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SSG는 전반기 6위에 그쳤다가 후반기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롯데 자이언츠를 밀어내고 3위까지 올라섰다. 그 중심엔 마무리투수 조병현을 필두로 한 강력한 불펜의 힘이 있었다.
물론 SSG는 노경은, 김민, 이로운, 한두솔, 최민준 등 다른 팀에 비해 양질의 필승조를 갖추고 있었기에 마무리투수 조병현을 좀 더 아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노경은을 제외하면 SSG의 필승조는 사실상 올 시즌 재편된 것이나 다름없다. 비시즌의 준비가 단단한 뎁스를 일궜고, 확고한 원칙을 비켜가지 않는 투수 운용으로 시즌 막판까지 완주할 수 있는 힘을 비축했다.
후반기 뒷심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는 팀들이 다시금 되새겨야 할 부분이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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