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의 믿음, 동료들의 응원…악몽 딛고 성장하는 '마무리' 문승원

김원형 감독 "교체 없다" 신뢰…동료들은 열띤 응원
대량 실점 후 다음 경기 반등…20일 KT전서 세이브

20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4대2로 승리를 거둔 SSG의 포수 김민식과 마무리 문승원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2.9.2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프로 데뷔 11년차, 큰 수술로 인한 1년의 공백기까지 거친 후 처음 맡은 마무리의 중책, 그리고 시행착오. 문승원(33·SSG 랜더스)은 여러모로 어려운 시즌은 보내고 있다. 팀 역시 선두 자리를 위협받으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사령탑과 동료들은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며 문승원이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원형 SSG 감독은 지난 2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전을 앞두고 바뀐 마무리 투수 문승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승원은 김택형, 서진용에 이은 올 시즌 SSG의 세 번째 마무리투수로, 이달 초부터 중책을 맡고 있다. 문승원은 마무리 전환 이후 3세이브를 수확했지만, 2차례나 대량 실점으로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불안감을 노출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데뷔한 이후 커리어 대부분을 선발투수로 지냈던 문승원은 지난해 6월 팔꿈치 부상을 당하고 수술과 재활을 거쳐 1년여만에 마운드에 복귀했다. SSG 선발진이 단단하게 꾸려져 있었기에 불펜투수로 돌아왔는데, 마무리 투수를 맡는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1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9회 4점 차의 리드 상황에서 등판했지만 아웃카운트를 한 개만 잡고 5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이어 18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4점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4실점했고 이닝을 다 마치지 못한 채 노경은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나마 팀은 9회말 오태곤의 홈런으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SSG 랜더스 문승원.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포스트시즌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에 또 한 번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김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시즌 막바지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문승원이 더 강한 마음을 가지고 던져주기를 바란다"면서 "아픈 곳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고민은 있지만 문승원을 계속 믿고 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2차례나 마무리투수를 바꾼 상황인데다 문승원이 마무리 중책을 맡은 지 2주밖에 되지 않았기에 좀 더 믿음을 주겠다는 뜻이다.

아무리 사령탑이 강한 믿음을 보여줘도 마무리투수로 등판해 대량 실점하면 정신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SSG 선수들은 한 목소리로 문승원을 응원하며 힘을 실어줬다.

13일 롯데전 대량 실점으로 패한 다음날인 14일. 김 감독은 9회 2점 차 리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문승원에게 9회를 맡겼다. 그리고 벤치에 있던 선수들은 문승원이 공 한 개를 던질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목청껏 응원했다. 문승원도 전날 경기의 '악몽'을 잊고 삼자범퇴 처리하며 세이브를 올렸다.

김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144경기 레이스를 치르는 데 모든 투수에게 그런 응원을 보내줄 수는 없다"면서 "선수들이 전날의 충격적인 상황 이후 한 마음으로 (문)승원이를 믿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팀 전체로도 좋아보였다"고 설명했다.

18일 두산전에서 또 한 번 대량 실점을 했지만 팀의 믿음은 확고했다. 김 감독은 "일요일 낮경기라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다. 그날 등판한 모든 투수들이 결과가 안 좋았다. (문)승원이도 위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20일 KT전. 3점 차의 리드에서 김 감독은 또 다시 문승원을 등판시켰다. 대량 실점 직후의 경기였지만 문승원은 씩씩하게 공을 뿌렸다. 첫 타자 배정대를 야수의 실책으로 내보냈지만, 앤서니 알포드와 장성우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강백호에게 적시타를 맞아 실점했는데,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황재균을 처리하며 세이브를 수확했다. 수비 실책으로 선두타자를 내보냈지만 크게 흔들리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는 것은 큰 수확이다.

이날 문승원의 공을 받은 포수 김민식도 "(문)승원이가 최근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공 자체는 나쁘지 않다"면서 "선수들도 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다른 때보다 크게 화이팅을 해주고 있다. 팀 분위기는 전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두 번의 대량 실점. 그리고 직후 경기에서의 세이브. '업다운'이 심한 것은 마무리투수로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반대로 말하면 연거푸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제 갓 2주를 넘긴 '초보 마무리'로서 겪는 시행착오로 볼 수도 있다. 마무리 문승원은 감독과 동료들의 무한 신뢰 속에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