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야구팬들 향해 이쯤이면 용서하라는 키움의 오만

키움, '음주운전 삼진 아웃' 강정호와 계약
단장 "많은 시간 흘렀으니 이해를 해주셨으면…"

강정호가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 KBO리그에 돌아온다. 2020.6.2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팬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표현을 했어야 했는데 이미 계약이 끝났고, (선수) 등록까지 해서 무를 수 없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음주운전 삼진 아웃'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강정호와 계약하는 비상식적 결정을 했다. 팬들을 위해 존재하는 프로야구에서 정작 팬들의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됐다. 여전히 강정호의 복귀를 향한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내부 논의에서도 거센 후폭풍을 우려해 반대 목소리가 있었지만, 구단은 고형욱 단장의 주도 아래 강경하게 밀어붙였다. 복귀를 위한 모든 절차를 밟은 뒤에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며 계약 철회 등은 절대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영입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강정호가 돌아온다고 키움에 이득이 될 것은 없다.

당장 키움의 전력을 끌어올릴 수도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는 지난 2020년 5월 강정호에게 1년 유기징역과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내렸다. 이 때문에 강정호는 키움에 입단해도 내년부터 경기에 뛸 수 있다.

2019년 삼성 라이온즈에 복귀한 오승환도 해외 원정도박 파문에 따른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로 2020년에야 경기 출전이 가능했다. 언뜻 비슷해 보여도 뚜렷한 차이가 있다.

강정호는 오승환과 달리 공백이 길었다. 2019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방출된 후 제대로 야구를 하지 못했다. 1987년생인 강정호는 내년 한국 나이로 37세가 된다. 팀 전력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강정호를 반기는 야구팬이 없다. 강정호는 2년 전에도 들끓은 팬들의 비난에 부담을 느끼며 KBO리그 복귀를 포기한 바 있는데 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가뜩이나 팬 1명이 아쉬운 KBO리그다. 몇 년 전부터 관중이 급감한 프로야구는 지난해 방역 수칙 위반 술판 등 일탈 행위, 구단 이기주의로 초래한 리그 중단, 2020 도쿄 올림픽 부진 등으로 공멸의 위기에 놓여 있다.

야구계는 출범 40주년 시즌을 맞아 첫 야구인 총재를 추대해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가 강한데 키움이 먹칠을 하는 중이다. 강정호 영입이 KBO리그 흥행에 어떤 도움을 줄까.

고 단장은 강정호 복귀와 관련해 전적으로 자신이 추진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강정호의 야구 인생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야구 선배로서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넥센 히어로즈 시절의 강정호. 2014.10.31/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구단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무모한 결정을 단장 1명의 독단적인 의사로 진행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이 때문에 야구계는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해 4월 가석방 출소한 이장적 전 대표이사의 의중이 깔린 것이 아니냐고 의심한다. 이 전 대표는 구단의 첫 메이저리거가 된 강정호를 특별하게 아꼈다.

지난 4일 선임돼 구단 경영 경력이 일천한 '검사 출신' 위재민 대표이사도 "어설프게 끝날 것 같으면 시작하지 말라"며 강정호 복귀에 힘을 실어줬다. "더욱 사랑받는 구단으로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던 위 대표의 취임사와는 반대되는 행보다.

팬이 없는 구단은 존재할 이유가 없는데 키움은 강정호를 품는 동시에 팬들을 잃었다. 그러면서 구단은 오만하게도 팬들을 향해 이쯤에서 용서해줄 것을 강권했다.

고 단장은 "강정호가 그라운드를 떠난 지 3년 됐다. 유기 실격 1년까지 더하면 4년 동안 뛰지 못하는데 이는 야구 선수로서 큰 징계"라며 "팬들께는 죄송스럽지만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이해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정호가 (복귀해서 팬들에게) 자숙하고 반성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는데 '야구로 속죄하겠다'는 궤변과 다를 게 없다.

키움 구단은 강요하고 억압하듯 팬들에게 강정호를 용서하라고 한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과 동떨어져 살아가는 키움 구단이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