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가 웃다가…마지막까지 유쾌했던 유희관 "은퇴 기자회견도 나 답게"

두산 베어스 좌완 첫 100승을 달성한 유희관이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2.1.2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두산 베어스 좌완 첫 100승을 달성한 유희관이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2.1.2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그라운드에서 항상 유쾌했던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유희관(36)이 13년 프로생활을 마감하는 자리는 그의 현역 시절처럼 웃음이 함께 했다.

유희관은 2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많이 사라졌다. 좋은 후배 투수들의 성장에 방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선수 생활을 마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은퇴 기자회견은 초반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과 박세혁, 홍건희, 최원준으로부터 은퇴 기념 꽃다발 선물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표정이 밝았던 유희관은 기자회견 시작과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을 지도했던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두산 동료들,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유희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두산 프런트 직원 일부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엄숙했던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취재진의 첫 질문이 끝난 뒤 음향 시설에 문제가 생기며 현장은 어수선해졌다. 기자회견장에 소음이 1분 이상 지속됐고, 결국에는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로 했다.

마이크가 꺼지자 유희관은 "아주 눈물이 쏙 들어간다. 은퇴 기자회견도 참 나답다"며 "마이크도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까지 편견과 싸우고 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유희관의 재치 넘치는 발언에 어수선했던 현장 분위기는 빠르게 진정됐다.

유희관은 현역 시절에도 늘 화려한 언변으로 딱딱할 수 있는 미디어데이 등 기자회견장 분위기를 밝게 해줬다. 유희관 스스로도 마지막 자리에서 "팬들에게 그라운드에서 항상 유쾌했던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KBO리그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은퇴를 선언한 유희관에게 방송 3사가 해설위원 제안을 하는 등 이미 방송계에서도 유희관의 입담은 잘 알려져 있다.

은퇴 기자회견에서도 유희관은 "은퇴 발표 후 많은 메시지를 받았는데 악플보다 선플이 많았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좌중을 웃겼다.

그러나 유희관은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다시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유희관은 "그동안 선배들의 은퇴 기자회견을 보면서 왜 울까라는 생각을 했는데"라고 말을 흐린 뒤 "앞으로 다른 곳에서 만나면 웃는 얼굴로 인사하겠다"며 진지하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