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S존·시간·오심…정운찬 시대의 '4가지 키워드'
3일 취임식 갖고 공식 행보 시작
- 정명의 기자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정운찬(71) 신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취임사 마지막에 네 가지 주변의 충고 사항을 덧붙였다.
첫째. 선수들, 특히 고액 연봉 선수들은 팬과의 스킨십을 강화해라.
둘째. 스트라이크존의 일관성을 유지해라.
셋째. 늘어진 경기 시간을 단축시켜라.
넷째. 누가 보아도 명백한 오심이 있으면 징계하라.
짧게 줄여 팬과 스트라이크존, 경기 시간, 오심에 대해 특히 신경을 쓰겠다는 뜻이다. KBO리그의 핵심 과제이자 잦은 논란을 일으키는 것들로 정 총재 취임 이후 해결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3일 열린 취임식에서 정 총재는 준비해온 A4 용지 5장 분량의 취임사를 차분히 읽어내려갔다. 다소 많은 분량이었지만 그만큼 KBO 총재로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와 각오가 드러난 취임사였다.
◇"팬심은 프로야구가 떠 있는 바다"
정 총재는 "팬심(心)은 프로야구가 떠 있는 바다"라며 "바다가 깊고 넓어야 큰 배가 뜰 수 있다. 팬들의 더 큰 사랑과 성원을 받을 수 있는 KBO리그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재 스스로가 프로야구의 열혈팬이었다. 두산 베어스를 응원했던 정 총재는 총재가 되면서 '출(出) 두산'을 선언했다. 누구보다 팬의 입장을 잘 아는 정 총재다.
일부 선수들은 팬과 스킨십에 소홀한 경우가 있다. 특히 고액 연봉자들이 팬들의 사인 요청에 응하지 않아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이는 프로야구가 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망각한 태도다.
2년 연속 800만 관중을 돌파한 KBO리그는 명실공히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정 총재는 여기 그치지 않고 1000만 관중 시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액 연봉 선수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스트라이크존의 일관성
스트라이크존은 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화제의 중심에 선다. 최근에는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스트라이크존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실제 KBO는 지난해 스트라이크존을 사실상 확대했다. 좁아져 있던 것을 원래 크기로 되돌렸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지만, 넓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일관성은 유지되지 않았다. 지난해 시즌 초반까지는 넓어진 스트라이크존 탓에 득점, 안타, 볼넷 수치가 확연히 감소했다. 그러나 시즌을 거듭할수록 스트라이크존은 다시 좁아졌다.
경기 중 일관성도 중요하다. 심판마다 고유의 스트라이크존이 있다. 이는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한 경기에서 존이 들쑥날쑥한 것은 문제다. 이 경우 선수들의 항의로 경기가 지저분해진다.
총재가 스트라이크존을 직접 언급한만큼 KBO 차원의 변화도 예상해볼 수 있다. 심판위원회는 이미 떠안고 있던 과제가 더욱 무거워졌다.
◇경기 시간 단축
경기 시간 단축도 해묵은 과제 중 하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경기 시간을 줄이려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새로운 스피드업 규정이 도입됐다. 타자가 배터박스에서 벗어날 경우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했고, 해당 규정은 유야무야된지 오래다.
지난해 KBO리그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21분. 2016년 3시간25분에서 4분이 단축됐다. 2015년 역시 3시간21분이었다. 결국 제자리걸음인 셈. 이상적이라는 3시간 이내 경기 시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장기적으로는 경기 시간이 짧아야 프로야구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가 경기 시간 단축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경기 시간은 1000만 관중이라는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명백한 오심, 징계는 해왔다
오심 역시 프로야구의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다. 심판 합의판정이라는 비디오판독 제도가 도입됐지만 오심 논란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정 총재는 '명백한 오심은 징계하라'는 명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명백한 오심을 징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그동안 엄청난 오심을 저질렀던 심판도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는 버젓이 1군 무대에서 활동을 하곤 했다. 이제는 팬들도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심판과 그렇지 않은 심판을 구분한다. 오심은 결국 심판들의 경쟁력 문제다.
지난해 전직 심판의 금전거래 사실이 알려지면서 KBO리그는 엄청난 후폭풍을 경험했다. 심판 불신의 시대다. 심판들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오심에 대해 확실히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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