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굿바이! '히어로즈의 목소리' 김은실 과장 "행복했어요"

김은실 과장 10년 만에 정든 마이크 내려놔, 1일 고척 롯데전서 은퇴방송 예정

넥센 히어로즈의 김은실 과장이 1일 고척 롯데전을 끝으로 장내 아나운서를 내려놓는다. (넥센 히어로즈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목소리 하나로 너무 행복했습니다."

현대 유니콘스의 홈구장이었던 수원구장을 거쳐 넥센 히어로즈의 목동구장까지 빠짐없이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넥센의 목소리'였던 김은실 히어로즈 홍보팀 과장이 10년 동안의 장내 아나운서를 마감한다. 김은실 과장은 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을 끝으로 정들었던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현대 유니콘즈 시절 관리팀에 입사해 우연히 장내 방송을 맡았던 김 과장은 10년 동안 장내 아나운서로 1000경기 정도를 소화했다. 김 과장은 1일 고척 롯데전을 끝으로 장내 아나운서를 후배에게 물려주고 본업인 홍보팀 업무에 전념할 예정이다.

31일 고척구장에서 만난 김 과장은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여러 곳에서 관심을 주시니 굉장히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현대와 넥센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2007년 수원구장에서 현대의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아쉬움의 눈물을 쏟았고, 2013년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박병호가 9회말 2사에서 니퍼트에게 극적인 3점 홈런을 때렸을 때 감정이 복받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김 과장은 "수원에서는 '이게 마지막이 될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집에 가는 길에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박)병호가 니퍼트를 상대로 홈런을 치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울먹이느라 다음 타자 소개를 못했던 게 기억난다"고 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애로사항이 많다. 경기를 하는 동안 공 하나에 초집중을 해서 봐야 하고, 화장실도 쉽게 갈 수 없다.

김 과장은 경기 전 최소한의 음식을 먹고 물 한잔만 들고 가는 습관이 생겼다. 그는 "더울 때 시원한 실내에서 일을 하니까 편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힘든 점도 많았다"며 "일단 부스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했다. 혼자와의 싸움이었다"고 웃었다.

넥센 히어로즈 김은실 과장. ⓒ News1

김은실 과장은 장내 아나운서 매력에 대해 "제 목소리가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김 과장은 "마이크를 통해 관중들에게 전달되는 목소리가 신기했고, 다른 사람 같았다. 그런 점들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장내 아나운서라는 일을 즐겁게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에피소드도 무수히 많았다. 마이크가 켜진 지 모르고 애국가를 따라 불렀고, 수원구장에서 경품 번호를 일일이 불러주다가 말이 꼬인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관중석 바로 앞에 위치했던 수원구장에서는 상대 팬들의 욕설을 그대로 들으며 상처를 받은 적도 있었다.

김 과장은 "목동에서의 1박2일 경기가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그는 정확하게 경기가 끝난 시간(오전 0시49분)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2008년 6월12일 목동에서 우리 히어로즈(넥센 전신)와 KIA 타이거즈는 끝장 승부를 펼쳤고, KBO 최초의 1박 2일 경기를 치렀다. 연장 14회까지 가는 혈전 끝에 2-1로 승리를 거뒀다.

김 과장은 "12시49분에 경기가 끝나고 집에 갔더니 새벽 3시가 넘었더라"면서 "정말 씻고 바로 출근해야 했다. 힘들었다기보다 역사적인 현장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넥센은 오는 3일 고척 롯데전에서 김은실 과장에게 작은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alexe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