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년 만에 가을 포수될 뻔한 홍성흔, "심장박동수 최고"

두산 베어스의 홍성흔(38)이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4차전을 앞두고 전날 포수 준비했던 소감을 밝혔다. ⓒ News1 이승배 기자

(잠실=뉴스1) 김지예 기자 = 2015년 10월21일, 두산 베어스의 홍성흔(38)에게 가장 긴장되는 날이었다. 2730일 만에 포수로 나설 뻔 했기 때문이다.

홍성흔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15 타이어뱅크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4차전을 앞두고 "어제 정말 크게 긴장했다. 청심환을 먹었는데, 심장박동수도 최고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1999년 입단한 홍성흔은 2001년과 2004년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고 국가대표에 뽑히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였다. 하지만 2007년 야구선수가 갑자기 공을 던지지 못하는 일종의 정신적 압박감인 '스티브블래스 증후군'으로 인해 마스크를 벗고 지명타자로 뛰었다.

그런데 최근 팀 내 포수들이 차례로 부상을 입어 포수 준비를 급히 해야 했다.

주전 포수 양의지가 1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차전 4회말 수비 중 나성범의 파울 타구에 발을 맞고 오른 엄지발가락 끝부분 미세골절 부상을 당했다. 결국 5회말 수비부터 최재훈이 대신 마스크를 썼다. 그런데 최재훈도 3차전에서 3회초 수비 도중 노경은의 공을 블로킹하는 과정에서 오른발 복숭아뼈를 맞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 장면을 본 홍성흔이 곧바로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1루 불펜에서 투수들의 공을 받았다. 그러나 최재훈이 고통을 참고 끝까지 경기를 마쳐 홍성흔의 포수 출장은 없었다.

홍성흔은 9회말 1사 후 박건우의 대타로 나와 한 타석을 소화했고, 개인 통산 포스트시즌 105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다.

전날 홍성흔이 포수로 나섰다면 이는 교체 출장했던 2008년 4월30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 이후 2730일 만이었다. 선발 출장으로 제한하면 가장 최근 뛴 경기는 2008년 4월20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이었다. 포스트시즌으로는 무려 2005년 10월19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홍성흔은 "막상 공을 받아보니 그렇게 엉망은 아니더라"하며 웃었다. 이어 "사실 나도 막상 실전 경기에 나갔을 때 심리적 부담감이 어떨지 궁금하고 설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청심환을 먹을 정도로 긴장했다지만 특유의 너스레는 여전했다. 홍성흔은 "우리 아들도 '아빠, 2루 수비 안되지 않냐. 포수를 할 수 있겠냐'며 걱정했다"는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때 홍성흔과 취재진 앞으로 최재훈이 지나갔다. 홍성흔은 최재훈에게 "다리 괜찮지? 절뚝거리면 안 된다"고 농담했다. 최재훈 역시 "괜찮다"며 웃음으로 답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비록 현재 시리즈 성적 1승2패를 기록해 이날 4차전을 끝으로 가을 야구를 접을 수 있는 두산이지만 선수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hyillil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