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명섭 휘문고 감독 "봉황대기 첫 우승, 아이들의 기동력 덕분"
- 김지예 인턴기자
(뉴스1스포츠) 김지예 인턴기자 = 제42회 봉황대기 우승의 영광은 휘문고에게 돌아갔다.
신바람 방망이와 탄탄한 마운드 뒤에는 1983년 휘문고 75회로 졸업한 이명섭 감독이 있었다. 1996~1997년 휘문고에서 지휘봉을 잡고 LG 박용택 등 프로 야구 스타를 양성한 뒤 2011년 다시 모교로 돌아왔다. 성과를 재촉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믿고 묵묵히 기다렸다. 3년 뒤, 인고의 시간은 짜릿한 열매를 맺었다. 휘문고가 유신고를 꺾고 정상에 깃발을 꽂았다.
봉황대기 우승은 또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사실 휘문고는 108년의 오랜 전통에 비해 '우승'과 인연이 깊은 팀은 아니다. 1994년 청룡기 우승을 시작으로 1996년에는 청룡기와 대통령배 우승까지 2관왕을 거머쥐었다. 또 황금사자기 우승을 기록한 2001년에 이어 2010년에는 다시 한 번 대통령배 우승을 차지했다. 지금까지 총 5차례 전국대회 우승을 수확했다.
하지만 1907년 야구부가 생기고, 1971년 대회가 창설된 이래 '봉황대기' 우승은 휘문고에게 '처음'이었다. 투수 정동현은 결승전까지 3승을 쌓아 MVP와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다음은 우승을 지휘한 이명섭 휘문고 감독과의 일문일답.
- 봉황대기 우승을 축하한다."전날부터 문자와 전화가 폭주했다. 포항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지금도 휴대폰이 계속 뜨겁다. 지난 3년간 부진한 성적으로 마음 한 켠이 좋지 못했다. 모교 출신 감독이 왔는데도 팀이 딱히 달라진 것이 없지 않았나. 실망스럽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드디어 빛을 봤다. 다행이고 기쁘다."
- 2011년 다시 찾은 모교에 영광을 안겨줬다. 우승을 거두기까지 겪은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감독 역할이 크다고 할 게 있나. 야구라는 종목은 큰 변화 없이 특정 공간에서 상황을 반복한다. 그 중 놓친 것들이 아쉬울 뿐이고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감동의 순간'이었다. 분위기만 보면 1996년도 우승 당시와 흡사했다. 내가 훈련을 말리고 다닐 정도로 훈련에 몰두했던 박용택도 떠올랐다. 감동이었다."
이명섭 감독은 1998년 휘문고 사령탑에서 물러나면서 쭉 야구와 떨어져 있었다. 무관한 일을 했다. 감독 자리는 인연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많이 지쳤었다.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2011년 모교 팀을 14년만에 맡게 됐지만 성적은 계속 추락했다. 이번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 대회도 기대하지 않았다. 봉황대기와 인연이 없기도 했고 3학년은 한창 수시 입시가 걸려 있어 집중도가 떨어질 시기였다. 그런데 전날 1사 만루 위기를 맞았을 때 선수들이 뛰어난 응집력을 보였다.
- '감동의 순간'이 된 결승전에서 투타의 조화가 이뤄졌다. 정동현의 호투에다 타선도 2회초 5번 이승우의 1타점 적시타와 7번 1타점 3루타로 선취 2점을 뽑아냈다. 대타 오준석의 홈런까지 터졌다."우리 팀은 선발과 백업 선수들의 실력 차이가 크지 않다. 탄탄한 아이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려고 했다. 그래서 방어율이 1점대인 정동현 투수를 선발로 내보냈다. 유신고에 왼손 투수가 나올 것이라 예상한 것이 적중했다. 대타 오준석은 왼손 투수에게 강한 선수다. 6회말 내야 수비 실책이 이어지고, 안타까지 맞아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지만 아이들이 큰 게임에서 떨지 않고 기동력을 보여줬다."
- 팀 우승과 함께 정동현 투수도 MVP, 우수투수상 2관왕이 됐다."수 싸움을 할 줄 아는 아이다. 타자로서도 재능을 갖고 있다. 비슷한 또래들보다 한단계 위에 있다."
- 이밖에 눈여겨 보고 있는 선수가 있다면."3번 타자 겸 포수 정진수는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지 않지만 주목해 온 선수다. 2학년 답지 않게 내실 있는 선수다. 또 김주성은 오래 오래 야구를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결승전에서 홈런을 친 오준석은 야구를 늦게 시작해서 수 싸움에 밝지 못하다. 배트 스피드가 좋고, 다양하게 볼을 칠 수 있다. 수싸움 능력만 키우면 크게 될 선수다."
- 고교야구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과거 고교야구는 애교심을 높이는 '동문 축제'였다. 요즘은 일부러 챙겨보지 않는 한 매스컴에서 고교 야구를 접하기 어렵다. 아이들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면서 대중의 관심도 떨어졌다. 개인적으로 주말리그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 선수들의 학습 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주중에는 공부하고 주말에 야구하라는 지침이다. 일반 학생들에게도 학교장 재량으로 출석을 대체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게다가 초등학교-중학교까지는 느슨한데 고교에만 학습권을 주장하니 안타깝다. 교실에만 있다고 해서 학습권 보장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고교 야구가 부활하려면 중계 횟수를 늘리고, 주말리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 향후 계획은."오늘 오후 서울에 도착하면 학교에 가서 총평 시간을 가지려 한다. 이번 주는 중간고사 기간이기 때문에 자율 훈련을 실시한다. 19일에는 전체 고교 야구 감독 협의회에서 회의를 갖는다. 앞으로도 늘 하던대로 학교에서 열심히 근무하면서 선수들의 발전에 힘쓰겠다."
hyillil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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