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서울의정서' 채택(종합)
담배 불법거래 근절, 국제법규 첫 마련…당사국 만장일치로
담배의 불법유통을 근절해 세계 금연정책 추진에 있어 일대 도약의 계기가 될 국제법규가 서울에서 마련됐다.
12일 개막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제5차 서울 총회에서는 2005년 협약이 발효된 이후 최초로 협약 부속서인 의정서(Protocol)가 176개 당사국 대표의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 의정서는 협약 제15조 '담배제품 불법거래'(담배공급 측면)와 관련된 내용으로 2008년 제1차 정부간 협상기구(INB) 구성 이후 총 5차례 논의돼 지난 3월 제5차 INB에서 의정서 초안(draft)이 합의된 바 있다.
의정서는 자국 내 담배 제조에서 판매까지 공급망을 감독하고 위반시 형사책임(수사, 기소)을 물을 수 있는 국내 법적 근거를 마련하도록 했다.
또 여러 나라에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위법행위에 대한 국가간 공조를 위한 조치 등도 포함돼 있다.
이번 제5차 총회의 의정서 채택으로 40개 당사국 비준으로 협약과 더불어 국제조약으로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의정서에 대한 비준절차를 거치고 그 이행을 위해 국내 관련 법률 제·개정 작업이 필요하게 된다.
특히 의정서 발효 후 5년 이내에 당사국은 모든 담뱃갑에 원산지와 판매지 정보가 담긴 고유식별표시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제8조).
영국 등 유럽연합(EU)에서는 담뱃갑에 납세표시, 담배사업 등록제, 담배공급망 규제 등 다양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번 의정서 채택으로 한국도 불법거래가 심각하지는 않지만 향후 담배값 인상시 예상되는 담배의 불법 유통·무역 가능성이 사전에 차단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기대된다.
밀수, 위조 등 담배의 불법 유통·무역으로 인한 세수손실액은 세계적으로 매년 405억달러로 추산되며 주로 러시아, 중국 등에서 캐나다, 미국, 브라질, 영국 등으로 불법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불법거래는 담배에 대한 접근성과 구매력을 증가시켜 청소년·저소득층의 흡연율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문제를 전세계적으로 국가간 공조 속에서 해결하기 위해 마침내 '담배제품의 불법거래 근절을 위한 의정서'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이번 총회에서 채택된 것이다.
이날 리카르도 바렐라 WHO FCTC 의장은 서울의정서 채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의정서는 2005년 협약 발표 이후 처음으로 도입된 것으로 담배를 규제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느냐 하는 매뉴얼 역할을 하게 돼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의정서 이행이 제대로만 되면 불법 담배거래가 감소되고 여기에 상응하는 세수증가가 있을 것으로 여겨지며 이 세수는 경찰, 학교 등 많은 곳에 투자돼 공중보건이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크 니코고시안 WHO FCTC 총회 사무국장은 "이번 5차 서울회의는 가장 성공적인 총회로 서울의정서 채택이 여러 다른 의제를 동반할 것이며 협약 이행을 위해 다른 기구 설립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가격, 조세 등 조치를 통해 담배수요와 흡연률을 줄이는 것, 담배 농가들에 대한 대책을 검토하고 무연담배, 전자담배 등 새로운 담배제품 등도 처음으로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총회에서는 담배 수요 감소를 위한 가격·조세정책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이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물가 탄력성을 고려한 정기적·자동적 담배세율 조정체계, 종량세 방식으로 과세 최저액을 설정하고 종가세를 부과하는 혼합 소비세 방식, 납세필증 부착 등 11가지 권고사항이 담길 전망이다.
특히 국경과 면세점에서 면세 또는 무관세 담배를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치도 권고에 포함될 예정이다.
만약 이같은 가이드라인이 채택돼 적용되면 세계 각 나라 공항에서 면세담배를 찾을 수 없게 된다.
의정서에는 면세판매를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의정서 조항들이 면세담배 제품에 적용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날 총회에 앞서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세계 담배경작농민 40여명은 FCTC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작 규제를 받게 될 담배경작인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보건당국 관료들이 마음대로 규제안을 짜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토니오 아브룬호사 국제담배경작자협회(ITGA) 대표는 "FCTC가 전세계 3000만 농민들이 평생 일궈온 생계수단을 위협하고 있지만 이들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담배경작농민이 다른 농작물을 재배하도록 이끌거나 업종 전환을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아직 어떠한 검토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번 서울의정서를 채택한 당사국은 유엔 회원국 194개국 중 전세계 90% 이상의 인구가 소속된 176개국으로 미국,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스위스, 이디오피아 등은 아직 FCTC에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
senajy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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