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케어, 환자부담 낮추는 '첫발'…중소병원 '고사' 부작용도

[文정부 2년]건보 부채 2015년 28.59%→2018년 49.74%
전문가들 "의료 이용량 관리하고 국고지원 명확히 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문재인케어) 현장방문을 위해 서울 강남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소아환자들을 격려하고 있다.(청와대)/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음상준 박상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문재인케어)이 시행된지 1년9개월이 흘렀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들이 문재인케어를 통해 진료비 절감을 온전히 체감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건강보험료 인상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건강보험 혜택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재정 관리에 대한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강보험 보장률 2023년까지 70%로 높이는데 41조 투입

우리나라 의료보장성은 2009년 65%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62~63%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80%와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문재인케어 예산 30조6000억원을 포함해 총 41조원을 투입해 2017년 기준 62.7%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2023년 70%로 끌어올리고, 국민 건강수명을 75세로 높이는 내용의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2019~2023년)을 확정해 지난 1일 관보에 고시했다.

앞서 정부는 대학병원 선택진료비(특진료) 징수를 폐지하고, 병원 2·3인 병실료 및 뇌·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에 건보를 차례로 적용했다. 오는 2022년까지 건보가 적용되지 않은 3800여개 비급여진료도 급여진료로 바꿀 예정이다.

이 종합계획대로라면 의료보장성을 높일 수 있다는데 전문가들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그동안 의료공급자 반대로 손 대기 어려웠던 비급여 진료에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지게 됐다"며 "문재인케어를 통해 의료보장성을 확대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의료비 본인부담금이 낮아지면 의료 이용량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며 "앞으로 정부 정책은 가격보다는 의료이용 총량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장치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부채비율 60% 전망…작년 건보 현금수지 1778억 적자

기획재정부가 최근 공시한 2018년 재무결산을 보면 건보공단은 지난해 3조895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전년도에 368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4조2639억원의 순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의료기관 경영난이 가중되자 병원과 약국 등에 요양급여비용(의료서비스 대가)를 선지급한 뒤 나중에 정산하는 '가지급금 제도'를 한시적으로 운용하다가 지난해 말 폐지하면서 충당부채가 늘었다는 반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양급여비용 지급 시기가 원래대로 늦춰지면서 발생한 일종의 착시효과이며, 건보공단의 실질적인 현금 흐름을 보여주는 '현금수지'는 적자 규모가 1778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보공단의 2017년 '현금수지'가 7077억원 흑자였던 것을 고려하면 문재인케어의 재정 부담은 커지는 상황이다.

건강보험 연도별 부채 비율도 2015년 28.59%에서 2016년 30.34%, 2017년 29.35%에 머물렀다가 문재인케어가 시행이 본격화된 2018년에는 49.74%로 급상승했다. 올해 건보 부채 비율은 60%에 육박할 전망이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김양균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의료보장성 정책이 너무 퍼준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며 "문제는 건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인데, 이를 위해 정확한 재정 추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보험 재정에서 국고지원 수입을 20%로 올리지 않으면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보장성을 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고로 지원하는 건보 재정은 총수입의 13.6%로 법으로 정한 최대한도 20%에 한참 밑돌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2022년까지 국고지원 규모와 방식에 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보험료율 인상률을 2023년까지 평균 3.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정부 계획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고지원 고정·강화 등 충분한 대비가 없으면 건보 재정 관리에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중소병원, 개업보다 폐업 많아져…"의료전달체계 흔들"

문재인케어가 시행되면서 표면화된 부작용은 대형병원 쏠림현상이다. 진료비가 싸져 대형병원 문턱이 낮아지자 환자들이 동네의원 대신 큰 병원을 찾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는 문재인케어 시행 이전부터 의료계가 줄곧 우려해온 부작용으로 의료전달체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전달체계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중증도에 따라 1차 동네의원, 2차 병원, 3차 대형병원으로 단계를 밟아가는 의료 시스템이다. 문재인케어 이전에는 단계가 높아질수록 진료비가 훨씬 비싸져 감기 등 경증질환 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의료계에서 '넛 크래커'(선진국에 기술, 후진국에 가격경쟁에 밀리는 상황)로 지목된 중소병원들은 지난해 122곳이 폐업했고, 121곳이 문을 열었다. 중소병원 개수가 순감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강대식 대한의사협회 부회장(부산시의사회장)은 "진료행위에 대한 적절한 보상 없이 문재인케어를 계속 시행하면 문을 닫는 동네의원과 중소병원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사협회는 그동안 암과 희귀난치성질환, 임신·출산, 중증외상 등 필수의료부터 단계적으로 보장성을 강화하는 대안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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