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씨병 40년에 사지절단도...줄기세포가 마지막 희망"
[버거씨병 환자의 눈물]①국내에선 줄기세포 치료 불가능, 일본서 시술
"식약처 말한 대체약 40년 먹었지만 상태 더 악화..줄기세포로 호전"
- 이영성 기자
(일본 고베=뉴스1) 이영성 기자 = “수십년 동안 약 먹고 수술 받아도 결국 양쪽 다리, 손가락까지 하나 둘 절단했습니다.”
13일 오전 8시 국내 버거씨병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병이 더 진행돼 사지절단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는 것을 막는 마지막 희망을 줄기세포치료에 걸었다.
경기도 오산에서 이날 새벽 5시 5분 인천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온 이성희 버거씨병 환우회 회장(66)과 전날 인천 모처의 사우나에서 하루밤을 보낸 이상엽씨(70), 전라북도 정읍에서 12일 밤 10시 버스를 타고 다음날 새벽 2시 일찌감치 인천공항에 도착해 새우잠을 잔 남현우씨(50)는 모두 수십년전 원인모를 버거씨병 진단을 받았다.
이들이 일본까지 가야하는 이유는 국내에서는 버거씨병 줄기세포치료제가 허가의 사전절차 격인 희귀약 지정이 이뤄지지 않아 줄기세포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 버거씨병 줄기세포 치료행위에 대해 승인이 났다.
버거씨병은 어떤 이유로 혈관이 폐쇄돼 사지 말단에 궤양이 생기고 피부조직이 괴사하는 희귀난치 질환이다. 세포 괴사가 사지로 전이되고 심할 경우 환부를 절단해야한다. 원인은 담배로 추정되고 있을 뿐 정확한 것은 밝혀진 게 없다. 현재까지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약물 외에 치료약이 없어 미국에서도 담배를 끊으라고 조언하고 있는 정도다. 지역별로는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 터키, 이스라엘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환자들 “식약처가 말한 대체의약품 40년 먹었지만 더 악화"
입원중인 일본 고베 니시하라클리닉 병실에서 <뉴스1>과 만난 이상엽씨는 “1970년도 월남참전 중 구보를 하다가 다리가 너무 아파 병원 갔는데 버거씨병 판정을 받았다”며 “결국 40년 이상 식약처가 말한 대체약을 먹어왔지만 상태가 더 악화됐을 뿐 나아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40년이 지난 상황에서 치료제가 효과를 냈다면 이렇게까지 아플 일이 없는 것 아니냐. 같은 환우들 얘기를 들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버거씨병이 더 악화돼 사지가 절단됐고, 병이 나은 사람은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더 심각한 것은 버거씨병 환자들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것인데, 심지어 환자들 중엔 중학교 3학년 여학생도 있다”고 덧붙였다.
남현우씨가 젊은 나이에 버거씨병에 걸린 경우다. 그는 버거씨병의 유력한 원인으로 추정되는 담배를 피운 적도 없었지만 스무 살 때 버거씨병 판정을 받았다. 남씨는 현재 양쪽 다리를 절단한 상태이고, 왼쪽 손 검지손가락도 잘라냈다. 의족 하나에 몸을 지탱, 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일본까지 왔다.
남씨는 “약 복용은 물론, 민간요법 중 안 해본 게 없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기도 하고,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선 혈관우회술이나 인조혈관술 등 관련 수술도 20번정도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소용은 없었다. 처음 왼쪽 다리만 아팠지만 결국 30살에 절단하고 이후엔 오른쪽 발과 다리를, 다시 괴사한 왼쪽손 검지손가락까지 잘라냈다”고 밝혔다. 결국 희망을 걸만한 치료제와 치료법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버거씨병 환우회 회장인 이성희씨도 “수십년이 지나도 나은 환자가 없는데, 식약처에 환자들 상태에 대한 전수조사라도 요청하고 싶다”며 “대학병원 교수님들도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한다. 절단을 하더라도 끝난 게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재발과 전이인데, 마지막 희망이 줄기세포라는 것은 누구라도 안다”고 호소했다.
이성희씨는 이어 “버거씨병은 지속적인 통풍정도로 고통의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너무 아파 잠이 안 오면 선채로 밤을 새는 경우가 있고, 진통제를 하루 40알씩 먹을 때도 있다. 의사와 간호사 바지를 붙잡고 제발 진통제를 처방해달라고 하기도 한다”며 “기존 약도 처방일수는 28일이어서 이 기간이 지나면 또 병원을 찾아야하는 불편함도 있다”고 전했다.
◇“2~3차례 일본서 시술...상태 악화 막고 통증 완화”
이들 환자는 이번이 니시하라클리닉 방문 2~3번째가 된다. 니시하라 원장에 따르면, 아직 치료 초기단계이지만 현재까지의 치료과정에서 효과가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이상엽씨의 경우 이번이 두 번째 치료방문이다. 그는 왼쪽 발가락 부분에 세포괴사가 이뤄진 상태다. 세 명의 환자들 중 그나마 낫지만 버거씨병 특성상 언제 또 괴사와 전이가 갑작스럽게 진행될지 모른다.
그는 작년 11월 재생의료법이 시행되면서 같은해 12월 니시하라클리닉을 통해 줄기세포 1억셀을 정맥투여받았고, 환부 근육주사로 1억셀을 맞았다. 이번 1월 치료에는 정맥 1억셀, 환부 근육주사 3억셀을 투여받았다. 후생노동성이 허가한 버거씨병 줄기세포 치료의 1회 최대 투입량은 4억셀이다.
이상엽씨는 작년 12월 치료 이후 상태에 대해 “원래 다리가 붓고 조금만 걸어도 통증이 상당히 심했지만, 지금은 붓기도 빠지고 기분이 굉장히 좋다”며 “아직 치료기간이 더 남았으나 줄기세포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 회장의 경우 왼쪽 발 끝부분이 썩어 발가락 3개를 절단한 상태다. 이번이 니시하라클리닉 세 번째 치료방문으로 지난해 11월 줄기세포 정맥주사 1억셀, 환부 근육주사 2억셀을 투입했다. 12월에는 정맥 1억셀과 환부 근육주사 3억셀, 이번에 정맥 1억셀, 환부 근육주사 3억셀을 맞았다. 그 역시 “원래 통증이 심했지만, 지금은 조금 사라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상태가 가장 심각한 남현우씨는 무릎 밑 혈관이 막히다 보니 썩어 양쪽 다리를 절단했고, 왼쪽 손 검지 손가락도 버거씨병이 전이돼 세포괴사가 이뤄져 절단했다. 전이가 더 확산되려는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그는 지난해 12월 니시하라클리닉에서 정맥주사 1억셀, 환부 근육주사 3억셀(2억5000만셀 다리, 5000만셀 손가락)을 투입했다. 이번 치료에도 같은 용량의 줄기세포를 맞았다. 더 이상의 악화는 없는 상황이다.
치료를 맡고 있는 히로미치 니시하라 원장은 현재의 환자들 상태에 대해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니시하라 원장은 13일 <뉴스1>과 만나 “2~3번째 치료방문인데, 처음보다 악화된 부위가 하나도 없다는 것만으로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니시하라 원장은 이어 “특히 이번 줄기세포 투여를 위해 주사바늘을 찌르는 과정에서 지난번보다 고통을 상당히 크게 호소했는데, 이는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버거씨병의 특징인 혈관이 막혀 썩으면 감각이 둔해지지만 더 통증이 있다는 건 세포가 재생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니시하라 원장은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상태가 악화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기존의 의약품을 복용해도 마찬가지인데 프로스타글란딘 등은 사실상 치료제라고 볼 순 없다. 혈관이 썪었는데, 그런 혈관을 확장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성체줄기세포는 혈관재생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이고 일본 후생노동성도 이를 허가했다”고 전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25일, 1년간의 유예기간이 끝난 재생의료법이 본격 시행을 앞두고 버거씨병 줄기세포 치료허가를 신청한 고베지역 니시하라클리닉에 치료권을 내줬다. 치료를 위해 자신의 줄기세포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일단 안전성이 확보됐다는 점, 줄기세포가 마지막 치료희망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해당 줄기세포는 국내 바이오기업(알바이오·네이처셀)가 개발한 배양기술로 만든 자가 지방유래 중간엽 성체줄기세포이다. 일본과 같은 재생의료법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줄기세포는 아직 다른 의약품들과 똑같이 약사법을 적용받아 개발과정이 까다로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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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13일 국내 버거씨병 환자 3명이 1박 2일 치료 일정으로 일본 고베 니시하라클리닉을 찾았다. 이 병원은 지난해 11월 말 일본의 재생의료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일본 내 최초로 후생노동성으로부터 버거씨병 치료 승인을 받아 환자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사용되는 줄기세포 배양 기술은 국내 바이오벤처가 개발했다. 같은 기술이지만 한국에선 현재 치료제로서 허가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일본까지 건너가게 됐다. 병원에 확인한 버거씨병 환자의 고통과 버거씨병 치료제로서 줄기세포 가능성에 대해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