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최대 흑자에도 재정 전망 '빨간 불' 켜져

4대 중증질환 8조9000억원 투입…2016년부터 적자 전환 예상
보험료율 등 지속적으로 인상해야 적립금 유지…정치적 부담
고소득 부담 늘리고 지역가입자 배려하는 건보료 개편안도 영향

13조원 가량의 누적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올해부터 박근혜 정부의 주요 복지 정책인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에 건보 적립금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는 데다 가파른 국민 의료비 증가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건보가 흑자를 기록한 배경에는 보험료 수입이 늘어난 측면이 있지만 국민들이 병원을 덜 찾은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암 급여비 증가율은 2007년~2010년 15.7%이던 것이 2011년~2014년에는 3.1%로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호흡기계 질환 급여비 증가율도 같은 기간 10.7%에서 1%로 크게 낮아졌다.

노인진료비 증가율도 2006년~2010년까지 17.8%에서 2011년~2014년 9%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이에 대해서는 경기가 침체할수록 국민들이 의료비를 줄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현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인들이 주로 찾은 요양병원의 경우, 환자 수가 늘어 급여비 증가율이 17.9%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재정 전망을 밝게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건강보험 적용 항목이 늘고 있는 치과 급여비 증가율은 23.4%로 매우 높았다. 이는 노인틀니, 스케일링, 치아홈 메우기 등 보장성이 확대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앞으로 4대 중증질환 등에 대한 복지 정책 강화에 따른 건보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정부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에만 투입하는 비용은 총 8조9000억원 가량에 이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회는 지난해 6월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건강보험료 인상률이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건강보험 보장 항목이 계속 확대되면 2016년에는 최대 1조5000억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이사회가 심의·의결한 '2014~2018년 재무관리계획안'에 따르면 건보 흑자 규모는 2015년 1321억원으로 급감한 후 2016년엔 1조4697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추계됐다. 적자 규모는 이후 계속 늘어 2017년 1조5684억원, 2018년에는 1조9506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다만 건보공단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2014~2018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는 건보료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을 상정하면 누적적립금은 오는 2018년까지 10조원대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보험료율을 2014 5.99%, 2015년 6.07%, 2016년 6.23%, 2017년 6.4%, 2018년 6.57%로 단계적으로 높이고 인상률은 2014년 1.7%, 2015년 1.35%, 2016년에서 2018년까지 2.67%를 유지해야 한다.

의료기관, 약국 등 요양기관에 지급하는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인상률도 2014년 2.36%, 2015년 2.2%, 2016년에서 2018년까지 각각 2.15%를 유지하도록 했다.

건강보험 연도별 재정현황(단위 : 억원)./ⓒ News1

건강보험 수입은 2004년 18조5722억원에서 2008년 28조9079억원, 2012년 41조8192억원, 2014년에는 48조5024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당기수지는 2004년 1조5679억원 흑자를 기록했다가 2006년과 2007년 각각 747억원, 284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0년에도 1조2994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후 2011년 6008억원 2012년 3조157억원, 2013년 3조6446억원, 2014년 4조5869억원의 대규모 흑자를 달성했다.

누적수지도 2004년 757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2008년 2조2618억원, 2012년 4조5757억원, 2014년에는 12조8072억원으로 13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고소득 직장인과 경제력을 갖춘 피부양자 45만명 정도의 부담을 늘리는 대신 저소득 지역가입자 602만명 정도의 부담을 줄이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도 건강보험 재정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이하 기획단)은 건보료를 물리는 종합소득 기준을 2000만원으로 낮추는 개편안을 보건복지부에 제시했다.

복지부가 기획단 개편안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예상되는 2조61억원의 손실 중 일부를 추가로 걷어들이는 건보료 6846억원으로 메워도 건보료 수입은 연 1조3215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획단은 다만 건강보험 흑자가 13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4대 중증질환 정책에 따른 재정 부담이 생기더라도 향후 7~8년간은 건보료 개편에 따른 재정 불안 문제를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건강행태 변화, 의료기술 발전, 환경요인 개선, 건강한 고령화 등이 급여비(의료기관 진료행위 후 청구하는 금액) 증가율 둔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로서는 급여비 증가율 둔화 움직임도 건강보험 재정 운용에 상당히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