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축소 면죄부 준 국민행복연금위원회

'모든 노인 20만원'→ '노인 70~80% 차등지급' 합의 발표
합의 종용…민노총은 서명 안해
정부안, 소득·국민연금 조합 차등지급안 선택 전망

김상균 국민연금행복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에서 기초연금 도입 관련 최종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기초연금 도입의 사회적 협의기구인 국민행복연금위원회(위원장 김상균)가 '노인 70~80%에 최고 20만원을 조세로 정액 또는 차등지급'이라는 합의문을 17일 발표해 정부에 권고하고 지난 3월부터 시작한 4개월간의 활동을 끝냈다.

재정 형편에 따른 지속가능성을 이유로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이라는 기존 공약에서 대폭 축소한 합의문을 발표함으로써 새정부의 공약축소 책임에 대해 '사회적 합의'라는 방패막이를 앞세워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다.

13명의 민·관위원 중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은 위원회가 정부 들러리 역할을 하며 대국민 사기극을 한다고 불만을 표시하면서 6차 회의에서 탈퇴했고 민노총은 이날 합의문에 끝까지 서명하지 않았다.

막판 합의안에 서명한 한국노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은 위원장과 정부측의 설득과 종용에 따라 마지못한 것이었다.

어찌됐든 정부는 국민행복연금위원회 합의안을 토대로 심층적 분석을 통해 지속가능한 기초연금 방안을 8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안은 정부가 밝힌대로 지속가능성이 우선 고려되고 국민행복연금위원회의 합의안에서 가장 적은 재정이 소요되는 안이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과 국민연금 지급액에 따른 차등지급이다.

국민행복연금위원회의 합의내용은 ▲기초연금 재원은 전액 조세로 조달하고 국민연금 기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제도의 명칭은 기초연금이 적절하다 ▲기초연금 대상자는 노인의 70%(소득기준 또는 인구기준) 또는 80% 수준으로 한다 ▲연금액은 최고 20만원(A값의 10% 수준) 범위 내에서 정액 또는 차등지급한다 ▲차등지급하는 경우 기준은 소득인정액 또는 공적연금액으로 한다 ▲기초연금 도입이 국민연금 제도 발전과 노인복지 향상에 기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초연금의 지급시기는 2014년 7월로 한다 등이다.

이중 세번째에서 5번째까지 핵심 세가지안에 따른 2060년 소요재정 차이는 100조원에서 200조원까지 차이가 난다.

정부, 경총 등 사용자 측은 재정이 적게 소요되는 하위 70%에게 차등지급을 선호하고 있는 반면 노동계는 인구비례 기준 하위 80%에게 A값(국민연금 가입자의 3년간 월 평균소득)의 10% 정액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가장 적은 재정을 필요로 하는 안은 인구비중 소득하위 70%에 국민연금 소득재분배(A값) 부분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안이다.(균등부분 반비례)

이 경우 박근혜 정부 집권기간인 2014~2017년까지 4년간 경상가 기준 36조1000억원이 소요되고 2020년 14조900억원, 2040년 68조4000억원, 2060년 92조7000억원 등이 소요될 것으로 위원회 측은 추산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을 원안 그대로 시행하면 소요예산은 2014년 GDP 대비 1%에서 2020년 GDP의 1.36%, 2040년 2.82%, 2060년 3.01% 등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정부안인 균등부분 반비례안의 경우 정부 부담은 2020년 GDP 대비 0.7%, 2040년 1.3%, 2060년 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70% 대상으로 소득인정액에 따라 차등지급할 경우는 2014~2017년 34조2000억원, 2020년 14조5000억원, 2040년 88조6000억원, 2060년 212조7000억원 등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가장 많은 재정을 필요로 하는 안은 노인 80%를 대상으로 A값의 10% 수준인 20만원을 정액지급하는 경우다.

이 안은 2014~2017년 48조7000억원, 2020년 21조1000억원, 2040년 129조1000억원, 2060년 310조원 등으로 가장 많은 재정이 소요된다. 노총 등이 주장하는 안이다.

김상균 위원장은 당초 대선공약과 인수위안을 통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던 약속은 재정적 부담, 제도의 지속가능성 등을 이유로 폐기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원회가 공약축소의 방패막이로 이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 범위를 줄이는 것을 공약의 후퇴라고 보는 것은 단순한 숫자를 보고 한 평가이다. 제도의 전반적인 여건, 상황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변화된 상황을 얼마만큼 반영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차등지급시 수반이 불가피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에 따른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기초연금은 차등지급시 국민연금과 비교할 수 밖에 없다"며 "원천적으로 형평성 문제를 없애려면 일률정액으로 해야 한다. 다만 차선의 방법으로 형평성 논의 최소화 방안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15위 경제대국인데도 노인빈곤율이 45.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 기초연금이 도입되는 것은 노인빈곤율 완화를 위해 적극 환영할 만한 일이다.

기초연금 설계시 재정 형편에 따른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시뮬레이션 도입도 당연하다.

그러나 신뢰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에서 후퇴한 기초연금 도입안에 대해서는 정부 주도의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내놓은 설득·종용에 따른 사회적 합의를 면죄부로 삼을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배경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설득이 필요해 보인다.

senajy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