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나온 라운드인데 야속한 봄 안개에 폭망"…3월 유독 잦은 이유는?

일교차 큰 봄·가을 '안개' 자주 발생…50% 감속 운전 실천해야

안개에 갇혀 있는 골프 코스(KLPGA 제공) 2020.6.25/뉴스1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 주말 새벽 인천 영종도로 골프 라운드에 나섰던 A씨는 짙은 안개로 인해 악몽을 겪었다. 가시거리가 200미터(m)도 되지 않는 탓에 어느 방향으로 보고 쳐야 할지조차 분간하기 힘들었다. 치고 나면 공이 시야에서 금세 사라지다 보니 떨어진 공을 찾는 것도 하세월이었다. 결국 경력 10년의 A씨는 골린이 때나 기록할 만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씁쓸하게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봄이 시작되는 3월, 설레는 마음으로 골프나 낚시, 등산을 나섰던 이들에게 가장 반갑지 않은 손님이 바로 안개다. 레포츠를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것은 물론 안전사고 위험까지 높아져서다. 특히 올해는 큰 일교차로 인해 예년에 비해 안개가 더 자주 발생하고 농도 또한 짙은 상황이다.

◇3월 들어 15일 중 11일 서해안 안개 예보…잦은 안개 왜?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3월 들어(1~14일) 인천의 안개 일수는 4일로 집계됐다. 남은 기간을 고려할 때 최근 5년 평균인 7.2일보다 약간 많거나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서귀포 기준)의 경우 2일로 최근 5년 평균(0.6일)을 이미 넘어섰다.

기상청에서 집계하지 못한 국지적 안개는 이보다 훨씬 많다. 이달 들어 기상청이 서해상에 안개를 예보한 횟수만 전체 15일 중 11일에 달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안개일수는 21개 관측소에서 목측(눈으로 관측)한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며 실제론 이보다 더 많은 안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안개는 연중 발생하지만 바람이 없고, 일교차가 큰 봄과 가을에 유독 많이 나타난다.

이중 내륙에 주로 나타나는 안개를 '복사안개'로 부른다. 구름이 없는 맑은 밤엔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낮 동안 따뜻하게 데워진 지표면뿐만 아니라 가까이 있는 공기도 차가워진다. 이렇게 밤사이 기온이 점점 낮아지면서 이슬점 온도, 즉 수증기가 물방울이 되는 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뿌연 안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더운 여름날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서 꺼내면 아이스크림 주변에 김이 피어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냉기가 주위 공기를 응결시킨 결과다.

바다나 강, 호수 주변 등 대기 중에 수증기량이 많을수록 안개는 더 짙어진다. 골프장 역시 산 주변에 있고 인공 연못을 끼고 있다 보니 기온이 더 낮고, 수증기 공급이 원활해 안개가 더 많이 발생하게 된다.

서해안이나 남해안 등 해안가에서 주로 나타나는 안개는 '바다안개'(해무)로 복사안개와는 원리가 다르다. 차가운 해수면 위로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이동할 때 해수면 부근의 공기가 냉각되면서 생긴다. 수면 온도보다 기온이 높아지는 봄철부터 초여름까지 많이 발생하다 보니 3월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복사안개가 지형적 영향으로 좁은 지역에서 단시간 발생하는 반면, 바다안개는 넓은 지역에 걸쳐서 발생하며 안개층이 더 두껍고, 한번 발생하면 수일 이상 지속하는 특징이 있다.

28일 오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대구 동구 도동분기점~금호분기점 구간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다. 2020.12.2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짙은 안개 교통 참사 일으키기도… 안개등 켜고 50% 감속해야

안개는 단순히 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운전을 방해해 대형참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2006년 10월3일 경기도 평택시 서해대교에서 발생한 29중 추돌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가시거리 100m 미만의 안개 속에서 서해대교를 지나던 25톤 화물트럭이 3차로를 서행하던 1톤 트럭을 추돌한 후 2차로에 정지하면서 시작했다. 2차로를 뒤따르던 차들이 급제동하면서 연쇄 추돌이 발생, 11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참사로 번졌다.

이후 2015년 2월에도 영종대교 상부도로에서 짙은 바다안개로 차량 106대가 추돌해 3명이 숨지고 129명이 다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인 치사율이 안개 낀 날엔 9.9명으로 맑은 날(2.2명)에 비해 4.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개구간에서는 운전자의 시야가 제약되기 때문에 교통흐름이 불안정해지고 차량간 속도 편차가 증가하게 된다. 맑은 날보다 후방추돌, 차량단독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사고 발생 시 다중추돌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도로교통법 제 17조에 따르면 안개로 인해 가시거리가 100m 이내일 경우 속도를 50% 줄여서 운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안개 구간을 통과할 때는 반드시 안개등을 켜야 하고 하향등, 비상등까지도 사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상향등은 평상시에는 멀리까지 볼 수 있게 해주지만 안갯길에서는 작은 물방울을 분산·흡수해 외려 앞을 볼 없게 만들어서 주의해야 한다. 커브 길이나 구부러진 길 등에서는 반드시 경음기를 울려 자신이 주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운전 중에는 앞 차량을 기준 삼아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동일한 속도로 뒤따르는 것이 효과적이고, 가급적 중앙선 가까운 차로보다는 맨 가장자리 차로로 달리는 것이 좋다. 또한 시야만으로는 상황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음악을 끄고 창문을 열어 청각을 동원해 비상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사고 발생시에는 재빨리 도로 가장자리로 대피하고, 고장 자동차 표지 등의 조처를 해야 한다. 안개가 걷힌 뒤 운행하기 위해서 고속도로 갓길에 정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해 주의해야 한다.

song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