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李대통령 "부도덕" 질타했는데…은평구, 자립청년들과 '11개월 계약'
정부 '1년 미만 계약 금지' 대책 이틀 뒤에도 계약 체결
은평구 "더 많은 청년에게 기회 주려…법령 위반 없어"
- 권준언 기자, 윤지오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윤지오 기자 = 서울 은평구(구청장 김미경)가 자립준비청년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경제적 자립을 돕겠다며 만든 직영 카페에서 청년 7명과 퇴직금 지급 기준인 1년에 못 미치는 11개월 근로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한 공공부문의 '11개월 계약' 관행을 두고 "정부가 부도덕하다. 이러면 안 된다"고 질타한 바 있다. 이후 정부가 1년 미만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은평구는 대책 발표 이틀 뒤에도 한 자립준비청년과 11개월짜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은평구는 직영 카페 '은평 에피소드'에서 근무하는 자립준비청년 7명과 각각 11개월짜리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은평 에피소드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안정적인 일 경험과 경제적 자립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은평구가 지난해 11월 문을 연 직영 카페다.
계약대로 근로관계가 끝날 경우 퇴직금 지급 기준인 계속근로기간 1년에 미치지 못한다. 현행법상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근로자에게는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11개월 계약' 관행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퇴직금 안 주겠다고 11개월로 정부가 계약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정부가 부도덕하다. 이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후 정부는 공공부문의 1년 미만 계약 관행을 없애기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9일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정부, 공공기관 등 약 2100곳에 지도 공문을 보냈다. 상시·지속 업무의 1년 미만 기간제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한 1년 미만 계약도 하지 않도록 지도했다.
정부는 이어 지난 4월 28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퇴직금 회피를 위한 1년 미만 반복계약 등을 불공정 고용관행으로 보고 공공부문의 1년 미만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비정규직 채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업무 특성과 계약기간, 인원 등을 사전심사하도록 했다.
그런데 은평구가 자립준비청년과 맺은 계약 중에는 이 대책이 나온 지 불과 이틀 뒤 체결된 것도 있었다.
뉴스1이 입수한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은평구는 지난 4월 30일 한 자립준비청년과 계약을 맺으면서 근로기간을 올해 5월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로 정하면서 11개월짜리 계약을 맺었다.
은평구 자체 규정상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울특별시 은평구 기간제근로자 관리 규정' 제4조의2는 "1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계약기간을 퇴직금 지급 기준에 한 달 못 미치는 11개월로 정한 것을 두고 사실상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은평구는 11개월 계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는 계약기간을 11개월로 정한 이유에 대해 "(은평 에피소드) 사업 자체가 자립준비청년이 온전히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한시적으로 직업·근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더 많은 자립준비청년에게 근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년 미만으로 채용했다"고 해명했다.
또 "당시 적용되던 노동관계 법령상 어떠한 위반도 없는 적법한 계약"이라며 퇴직금 회피 목적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의 3월 지도 공문에 대해서도 "실제 지자체가 현장에서 채용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구체적인 지침은 5월 29일 시행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가이드라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10월 신규 채용부터는 계약기간을 12개월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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